공정거래위원회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고발키로 했다. 삼성이 차명 보유하던 2개 위장 계열사를 고의 누락해 허위 보고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3년 6월 김포공항에서 해외 출장에 나섰을 때 모습. /조선일보DB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3년 6월 김포공항에서 해외 출장에 나섰을 때 모습. /조선일보DB
14일 공정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며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삼우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하 서영)을 고의로 빠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조사결과 삼우는 1979년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은 외형상 차명주주인 삼성 임원 소유로 위장해 왔다. 또 서영은 1994년 설립됐는데, 삼우 100% 자회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영은 삼성종합건설 손자회사가 되는셈이다.

삼우 지분 관계를 시기 별로 살펴보면 설립 이후 1982년 3월까지는 삼성종합건설(47%), 신원개발(47%·현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 임원(6%) 등으로 나뉜다. 이후 2014년 8월까지는 차명주주인 삼우 임원에게 명의가 이전됐다.하지만, 실질 소유주는 삼성종합건설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삼우 내부자료 등에 삼성종합건설이 실질 소유주로 명기되어 있다는 점을 증거로 판단했다. 차명주주들은 삼성 결정에 따라 삼우지분 명의자가 되었고, 지분매입 자금도 삼성에서 지원받았다. 이들은 특히 주식증서를 소유하지도 않았고 배당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 조사 결과다.

공정위는 "차명주주들은 실질주주로서 재산권을 인식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차명주주들은 168억원에 달하는 주식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당금 69억원만 받고 지분을 모두 넘겼다"고 밝혔다. 이어 "삼우씨엠 지분 전량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양도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또 삼우와 삼성 계열사 간 인사교류가 활발히 이뤄졌으며, 삼우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삼성 계열사와 내부거래에서 얻었고 높은 이익률도 누려왔다고 봤다.

삼우는 삼성 대형 건축물(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등)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설계를 전담했다. 또 2005년부터 2013년 전체 매출액 중 삼성 계열사 매출액 비중은 45.9%였다. 2011년∼2013년 사이 삼성 계열사와 거래에서 얻은 매출이익율은 19∼25%로 비계열사 매출이익율(-4.9∼15%)보다 현저히 높았다.

공정위 측은 "와병 중인 이 회장을 고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과거 허위 지정자료 제출로 공정위로부터 수차례(2000년, 2009년, 2013년) 제재를 받았음에도 동일한 법 위반을 반복한 점과 삼우, 서영이 삼성 소속회사에서 제외돼 공정거래법상 각종 의무를 면탈하고, 다른 법령상 혜택을 누려온 점 등을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삼우와 서영이 삼성 소속 계열사에서 제외된 기간 동안 부당하게 받은 과다 세액공제, 삼성과 공동 공공입찰 참여, 중견기업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이 환수되도록 국세청·기획재정부·조달청 등에 사실관계를 통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