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드래곤볼과 시티헌터가 한창 연재되던 1985년 12월, 만화잡지 주간소년점프를 통해 ‘세인트 세이야(聖闘士星矢)’라는 이름의 만화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와 별자리를 소재로, 소년들이 크로스(성의·聖衣)라 불리는 갑옷을 입고 결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까지도 관련 만화 작품과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제작될 만큼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세인트 세이야 일러스트. / 쿠루마다 프로덕션 제공
세인트 세이야 일러스트. / 쿠루마다 프로덕션 제공
◇ 열혈·근성 전문 만화가 ‘쿠루마다 마사미’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는 ‘근성’과 눈물없이 못보는 뜨거운 ‘형제애’와 ‘의리’를 소재로 한 이른바 열혈만화 전문 작가인 ‘쿠루마다 마사미’는 세인트 세이야 이전 권투 만화 ‘링에 걸어라’(リングにかけろ)와 현시대 최후의 의리남 ‘징기’의 이야기를 담은 ‘오토코자카’(男坂) 등 이름만 들어도 남자 냄새 풀풀나는 작품을 그렸다.

세인트 세이야 원작자 ‘쿠루마다 마사미’. / 쿠루마다 프로덕션 제공
세인트 세이야 원작자 ‘쿠루마다 마사미’. / 쿠루마다 프로덕션 제공
그는 열혈남자 작풍으로 유명한 선배 만화가 ‘모토미야 히로시(本宮ひろ志)’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만화가 모토미야처럼 주인공이 필살기를 펼치는 장면을 페이지에 크고 다이내믹하게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쿠루마다의 열혈 작풍은 미소년, 미소녀로 도배된 세인트 세이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만화 ‘불꽃전학생’(炎の転校生)을 그린 열혈 만화가 시마모토 카즈히코(島本和彦)는 쿠루마다의 다이내믹한 액션 연출에 대해 "쿠루마다 본인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창성"이라 평가했다.

원작자 쿠루마다 마사미(車田正美)가 2017년 밝힌 내용에 따르면 만화 세인트 세이야는 일본에서 3500만권의 단행본 만화책이 판매됐다.

정통 격투 액션에 그리스 신화라는 종교적 색채를 입힌 세인트 세이야는 적을 무찌르면 더 강한 적이 기다리는 에스컬레이터식 이야기 흐름이 특징이다. 일본 만화 업계는 세인트 세이야와 같은 시기에 연재됐던 드래곤볼이 에스컬레이터식 전개의 초석을 쌓았다고 평가한다.

세인트 세이야는 신비한 힘을 가진 갑옷과 소년들의 폭발하는 투기로 격렬한 전투를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인트 세이야의 갑옷 액션은 이후 등장하는 만화·애니메이션 ‘천공전기 슈라토(天空戦記シュラト)’ 등의 유사 작품이 탄생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만화가 쿠루마다에 따르면 세인트 세이야의 갑옷 아이디어는 1980년대 인기 모형 상품이던 ‘프라모델’에서 얻었다. 주인공 세이야를 비롯한 등장인물이 모조리 미소년·미소녀로 구성된 까닭은 소녀 독자층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만화 인기가 상승하자 쿠루마다와 출판사 슈에이샤는 갑옷 디자인을 공모해 독자들의 작품 참여를 유도했다. 장난감 전문 기업 반다이는 만화에 등장하는 갑옷을 미니 피규어로 재현한 ‘세인트 크로스 시리즈(聖闘士聖衣大系)’로 1987년 일본 장난감 시장을 점령했다.

◇ 애니메이션으로 인기 드높인 ‘세인트 세이야’

세인트 세이야는 만화책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큰 인기를 끌어모았다. 특히 만화로도 인기가 높았던 ‘황금성투사(골드세인트·黄金聖闘士)’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십이궁편(十二宮編)’은 세인트 세이야의 인기를 확고히 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세인트 세이야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세인트 세이야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토에이 애니메이션 제공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東映)에 따르면 1987년부터 1989년까지 TV 애니메이션 ‘세인트 세이야’의 평균 시청률은 11%를 기록했다.

원작자 쿠루마다에 따르면 만화 연재 시작으로부터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TV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까닭은 세인트 세이야 만화 연재 시작부터 장난감 전문 기업 반다이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가 애니메이션 기획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미소년 캐릭터 덕분에 10~20대 여성층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소녀 독자층을 흡수한다는 만화가 쿠루마다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성 지지층을 끌어낸 세인트 세이야는 ‘보이즈 러브’, ‘야오이’ 등 만화 장르를 성장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일본 만화 업계의 시각이다.

세인트 세이야 TV애니메이션 첫 번째 주제가 ‘페가수스 판타지’. / 유튜브 제공

출판사 슈에이샤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세인트 세이야는 유럽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애니메이션 첫 번째 주제가인 ‘페가수스 판타지’는 유럽 마니아들이 일본어로 그대로 따라 부를만큼 인기가 높았다.

TV애니메이션과 여섯 편의 극장 애니메이션 ‘명왕 하데스(冥王ハーデス)’ 이야기를 담은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까지 다수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세상에 배출한 세인트 세이야는 글로벌 인터넷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와 손잡고 새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 독점작이 될 ‘나이트 오브 더 조디악 세인트 세이야’.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독점작이 될 ‘나이트 오브 더 조디악 세인트 세이야’. / 넷플릭스 제공
‘나이트 오브 더 조디악 세인트 세이야(Knights of the Zodiac 聖闘士星矢)’란 가칭이 붙은 넷플릭스 독점 애니메이션은 여신 아테나를 수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년 ‘세이야’의 성장과 모험담을 담았다. 애니메이션은 3D그래픽으로 제작되며, 1980년대 방영된 TV애니메이션의 ‘리메이크 작품’에 해당한다.

◇ 세인트 세이야 시리즈 최신작은 ‘세인티아 쇼’

현재 연재 중인 세인트 세이야 관련 작품은 2013년 공개된 ‘세인트 세이야 세인티아 쇼(聖闘士星矢 セインティア翔)’다.

만화가 쿠오리 치마키(久織ちまき)가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갑옷을 입고 싸우는 성투소녀(聖闘少女) ‘세인티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인티아 쇼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애니맥스 제공
세인티아 쇼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애니맥스 제공
애니메이션 배급사 애니맥스와 아마존은 만화 ‘세인티아 쇼’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12월 10일부터 일본서 방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