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부담은 수십년전부터 있었습니다. 화석연료인 휘발유, 경유를 태우면 나오는 여러 오염물질이 지구 대기환경을 악화 시킨다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산화탄소’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입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에 쌓이면 태양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온실효과를 만듭니다. 때문에 오랫동안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의 초점은 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맞춰져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의 원흉으로 ‘노후 경유차’가 꼽힙니다. 온난화가 전지구적인 골칫덩어리라면 미세먼지는 개인 호흡기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경유를 태우면 나오는 질소산화물 등이 공기 중의 물질과 결합해 아주 미세한 입자의 먼지화가 이뤄집니다. 이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사람의 폐를 공격합니다. 노후 경유차를 사람이 많이 사는 수도권에 들이지 않으려고 하고, 나아가 운행 자체를 막아버리려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또 경유차의 장점은 연료가 품고 있는 탄소가 많아 완전연소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즉 휘발유보다 같은 연료로 더 큰 힘을 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연비’가 좋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있어 ‘지구환경’보다도 ‘자기 주머니 사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유차의 높은 연료효율은 피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환경오염을 피하고, 연료효율의 극대화를 노리기 위한 자동차 회사의 노력은 2010년대 중반까지도 계속됐습니다. 최근에는 아예 운용 중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전기동력화(e-모빌리티)’로 전환하는 추세이지만, 화석연료를 완전히 자동차에서 내몰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최대한 연료를 쓰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거리를 달려보자는 취지였습니다.
2009년 폭스바겐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L1 콘셉트를 소개했습니다. 당시 유럽 기준 연비 72.46㎞/L, 이산화탄소 배출량 36g/㎞를 달성한 디젤 하이브리드카로 그야말로 엄청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2011년 폭스바겐은 L1의 진화형인 XL1 콘셉트를 내놨습니다. 당시 유럽 기준 연비 111㎞/L,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1리터카’의 탄생입니다.
르노는 2014년 파리모터쇼에 ‘이오랩’이라는 1리터카를 공개했습니다. 2013~2014년 프랑스는 수년내에 ‘㎞당 75g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강화된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연료 2리터로 100㎞를 달리는 수준이었기에 각 자동차 제조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었습니다.
이오랩은 양산을 위한 차는 아니었습니다. 연구개발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르노가 그 이후 내놓을 다양한 친환경차에 적용할 기술을 미리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컸습니다. 어림잡아 100여개 이상의 신기술이 도입됐습니다. 르노는 이 기술을 2016년 양산차의 20~30%, 2018년 50~60%, 2022년 80~90% 적용한다고 목표했습니다. 실제로 이뤄졌을까요?
개발의 핵심은 경량화와 공기역학, 그리고 Z.E.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당시 최신 동력계입니다. 먼저 경량화는 당시 판매 중이던 비슷한 크기의 클리오의 1205㎏보다 400㎏ 가벼웠습니다. 차체에서 130㎏를 거둬냈고, 트림과 장비에서 110㎏, 동력계와 섀시에서 160㎏을 덜어냈습니다.
우리나라 포스코가 개발한 마그네슘 지붕의 무게는 겨우 4.5㎏이였습니다. 철로 만든 일반 지붕이 1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다이어트였던 셈입니다. 포스코는 강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성형이 쉬워 생산 효율이 높은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라는 차세대 스틸 알로이 기술도 이오랩에 공급했습니다.
지금의 전동화 흐름을 살펴봤을 때, 1리터카가 어느 순간 없어졌다는 것에 약간의 서글픔이 느껴집니다. 어차피 전동화로 100% 전환할 수 없다면 중간 기술로서 하이브리드의 효과를 극대화한 1리터카의 필요성도 높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기술개발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전기차와 1리터카의 동시 연구는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겁니다. 차라리 활용가능성이 더 큰 e-모빌리티에 주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