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꽉 채우는 ‘풀 스크린'을 향한 과도기적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노치'가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으로 예상보다 빨리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노치는 스마트폰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에 수화부와 카메라, 각종 센서 등을 집중 배치시킨 화면 외 영역을 말한다.

애플이 2017년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아이폰텐(X)’에서 처음으로 적용해 선보였다. 아이폰X 등장 초기에는 노치 디자인을 두고 ‘M자 탈모' 등 비하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풀 스크린 스마트폰을 추구하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도 일제히 노치 디자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왼쪽)와 애플 아이폰의 노치 디자인. / 폰아레나 제공
삼성전자의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왼쪽)와 애플 아이폰의 노치 디자인. / 폰아레나 제공
반면, 꿋꿋이 노치 디자인을 거부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삼성전자다. 20일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에서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 구석에 작은 카메라용 구멍만 남겨둔 신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에서 개최한 ‘삼성 개발자 회의(SDC) 2018’에서 이 기술을 ‘인피니티-O’로 명명했다. 일각에서는 구멍 뚫린 모습을 들어 ‘피어싱 디스플레이' 또는 ‘홀 디스플레이'로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SDC 2018 당시 노치 디자인을 극복하기 위한 디스플레이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인피니티-U에서 인피니티-V, 인피니티-O로 향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피니티-U와 인피니티-V는 각각 스마트폰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에 U자와 V자의 작은 홈이 있는 형태를 말한다. 다만, 이는 노치를 최소화한 형태로, 이미 에센셜 등이 비슷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다.

반면, 인피니티-O는 전면 카메라를 위한 작은 구멍 하나만 있는 형태로, 노치와 달리 얼핏 봐서는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자연스레 전면 디스플레이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앞서 중국 오포가 노치 디자인을 벗어나기 위해 슬라이드 방식의 팝업 카메라를 도입한 ‘파인드X’의 경우 베젤을 제외한 전면 디스플레이 비중이 93.8%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의 베젤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는지에 따라 전면 디스플레이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각종 센서의 경우 디스플레이에 내장하는 기술은 이미 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메라의 경우 미세한 빛 반사나 산란에도 사진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피니티-O에서 전화 통화 시 상대방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화부를 어떻게 구현했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에 미세한 진동을 일으켜 소리를 전달하는 사운드 온 디스플레이(SoD)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인피니티-O에 적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노치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낀 사용자로서는 새로운 대안의 등장을 반기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 IT 전문매체 폰아레나가 인피니티-O와 기존 노치 디자인의 선호도를 조사 중인데, 현재까지는 인피니티-O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3800명이 넘게 참여한 투표에서 노치가 더 낫다는 응답은 14.84%에 불과했고, 인피티니-O가 더 낫다는 응답은 72.16%를 차지했다. 둘 다 별로라는 응답은 13%였다.

2019년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크게 폴더블폰과 풀 스크린 스마트폰으로 양분될 전망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폴더블폰은 초기 제품으로 기술을 선도한다는 상징성이 큰 만큼 당분간 주력할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풀 스크린 기술 경쟁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OLED 패널의 95%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 화웨이 등도 삼성전자의 행보를 주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