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꽉 채우는 ‘풀 스크린'을 향한 과도기적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노치'가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으로 예상보다 빨리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노치는 스마트폰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에 수화부와 카메라, 각종 센서 등을 집중 배치시킨 화면 외 영역을 말한다.
애플이 2017년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선보인 ‘아이폰텐(X)’에서 처음으로 적용해 선보였다. 아이폰X 등장 초기에는 노치 디자인을 두고 ‘M자 탈모' 등 비하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풀 스크린 스마트폰을 추구하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도 일제히 노치 디자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미국에서 개최한 ‘삼성 개발자 회의(SDC) 2018’에서 이 기술을 ‘인피니티-O’로 명명했다. 일각에서는 구멍 뚫린 모습을 들어 ‘피어싱 디스플레이' 또는 ‘홀 디스플레이'로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SDC 2018 당시 노치 디자인을 극복하기 위한 디스플레이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인피니티-U에서 인피니티-V, 인피니티-O로 향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피니티-U와 인피니티-V는 각각 스마트폰 전면 디스플레이 상단에 U자와 V자의 작은 홈이 있는 형태를 말한다. 다만, 이는 노치를 최소화한 형태로, 이미 에센셜 등이 비슷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다.
반면, 인피니티-O는 전면 카메라를 위한 작은 구멍 하나만 있는 형태로, 노치와 달리 얼핏 봐서는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자연스레 전면 디스플레이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앞서 중국 오포가 노치 디자인을 벗어나기 위해 슬라이드 방식의 팝업 카메라를 도입한 ‘파인드X’의 경우 베젤을 제외한 전면 디스플레이 비중이 93.8%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의 베젤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는지에 따라 전면 디스플레이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각종 센서의 경우 디스플레이에 내장하는 기술은 이미 구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메라의 경우 미세한 빛 반사나 산란에도 사진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피니티-O에서 전화 통화 시 상대방 목소리를 들려주는 수화부를 어떻게 구현했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에 미세한 진동을 일으켜 소리를 전달하는 사운드 온 디스플레이(SoD)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인피니티-O에 적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노치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낀 사용자로서는 새로운 대안의 등장을 반기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 IT 전문매체 폰아레나가 인피니티-O와 기존 노치 디자인의 선호도를 조사 중인데, 현재까지는 인피니티-O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3800명이 넘게 참여한 투표에서 노치가 더 낫다는 응답은 14.84%에 불과했고, 인피티니-O가 더 낫다는 응답은 72.16%를 차지했다. 둘 다 별로라는 응답은 13%였다.
2019년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크게 폴더블폰과 풀 스크린 스마트폰으로 양분될 전망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폴더블폰은 초기 제품으로 기술을 선도한다는 상징성이 큰 만큼 당분간 주력할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풀 스크린 기술 경쟁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는 OLED 패널의 95%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 화웨이 등도 삼성전자의 행보를 주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