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이 아닌 성인용품을 ‘3초에 1개씩’ 파는 기업이 있다. 성인용품의 기본 개념을 바꾼 일본 기업 텐가(典雅·TENGA)가 그 주인공이다. 음지에 있던 성인용품을 양지로 꺼내와 대중화시키고, 디자인까지 신경쓴 것이 시장에서 주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텐가의 대표 상품인 빨간색 컵 모양으로 생긴 오리지널 ‘텐가’는 세계 60개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모두 7000만개나 판매됐다. 6만개 팔리면 초대박이라고 평가하던 기존 성인용품 업계의 눈높이를 일거에 바꿔놓은 제품이 됐다.

마쯔모토 코우이치 텐가 대표. / 김형원 기자
마쯔모토 코우이치 텐가 대표. / 김형원 기자
텐가 성인용품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까닭은 ‘브랜드’에 있다. 텐가 창업자 마쯔모토 코우이치(松本光一)는 15년전인 2003년 우연히 들른 성인용품 전문점에서 위화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식품과 가전 등 일반 제품은 제조사별로 디자인과 브랜드가 명확하게 자리잡고 있지만, 성인용품 시장은 제조사조차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性)욕은 수면과 같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데, 기존 성인용품 시장은 에로틱한 여성 모델 사진을 이용해 성인용품을 ‘외설’적인 상품으로 둔갑시켰다고 판단했다.

우연히 들른 성인용품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마쯔모토 대표는 손에 쥐고 있던 1000만엔(1억원)을 투자해 2005년 3월 유한회사 텐가(典雅)를 설립했다. 같은 해 7월 글로벌 메가히트 성인용품 ‘텐가(TENGA)’를 세상에 선보인다. 그리고 성인용품에 없던 소비자가 개념을 도입해 뒤죽박죽이던 상품 가격을 정리했다. 마쯔모토 대표에 따르면 오리지널 텐가 자위용품은 출시 첫 해 100만개가 판매됐다.

제품 번호 ‘1010’이 찍혀있는 오리지널 텐가 자위용품은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기존 성인용품과는 차원을 달리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텐가는 ‘텐가3D’ 시리즈로 세계 최고 디자인상이라 평가받는 독일 레드닷 어워드에서 성인용품으로는 세계 최초로 디자인 상을 받았다.

품질과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이룬 텐가 성인용품은 2018년 전 세계 누적 출하량 7000만개를 달성했다. 텐가 회사 역시 2006년 매출 3억6200만엔(36억2818억원)에서 2017년 매출 52억엔(521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마쯔모토 대표에 따르면 텐가의 매출은 제품 출하를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전체 텐가 상품의 매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는 텐가가 성인용품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연간 매출 52억엔(521억원)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리지널 텐가 컵. / 텐가 제공
오리지널 텐가 컵. / 텐가 제공
텐가에 따르면 일본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연간 2093억엔(2조977억원)에 달한다. 마쯔모토 대표에 따르면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일본의 인스턴트 라면 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파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인용품 브랜드화의 밑바탕이 된 것은 텐가의 비전과 이념이다. 텐가는 창업 당시부터 건강한 성 생활을 의미하는 ‘섹슈얼 웰리스(Sexual Wellness)’를 내세웠다.

마쯔모토 대표에 따르면 섹슈얼 웰리스는 "성을 양지로 이끄는 동시에 누구나 즐기는 문화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성소수자나 장애인도 성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 또한 지녔다.

텐가는 기업 이념과 성인용품의 일반 브랜드 상품화를 위해 제품에 성기 모양을 구현하지 않는다. 마쯔모토 대표는 "여성 성기 모양을 하지않은 텐가 성인용품은 대중에게 외설적인 제품으로 평가 받던 성인용품을 양지로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텐가를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 상품 ‘텐가 로봇’ 액션 피규어. / 굿스마일컴퍼니 제공
오리지널 텐가를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 상품 ‘텐가 로봇’ 액션 피규어. / 굿스마일컴퍼니 제공
여성 성기 모양을 닮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 디자인상까지 받은 텐가 성인용품은 변신 로봇 액션 피규어로 만들어졌다. 패션 아이템으로 판매되는 등 성인용품의 범주를 뛰어넘어 다채로운 분야로 브랜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마쯔모토 텐가 대표는 "텐가의 목표는 성인용품 시장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성 생활을 풍부하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있다"고 말했다. 또 "성인용품이란 기존 카테고리가 아닌 섹슈얼 웰리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 한국 진출 2년째인 텐가

텐가 한국지사는 2016년 11월 설립됐다. 텐가가 한국지사를 세운 까닭은 정상가 대비 3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잘못된 가격 관행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마쯔모토 대표는 "한국지사 설립 전에는 텐가 제품이 일본 대비 3배 이상 비싸게 판매됐다"며 "비싼 가격은 누구나 손 쉽게 즐긴다는 우리의 이념과 다르고, 제조사는 올바른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지사 설립의 이유를 설명했다.

마쯔모토 대표는 한국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용품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은 18.3%지만 자위 경험은 96%로 일본과 동일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텐가는 한국지사 매출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마쯔모토 대표에 따르면 2016년 설립 당시와 비교해 판매 수량은 3.5배, 매출은 10배쯤 성장했다.

텐가 상품. / 김형원 기자
텐가 상품. / 김형원 기자
한국 소비자의 특성에 대해 마쯔모토 대표는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정직하게 말해준다고 밝혔다.

텐가는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2019년 하반기 국내 텐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또, 여성용 브랜드 ‘이로하’와 헬스케어 제품도 한국 시장에 진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