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탄소배출권을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내세운 더블유(W)재단 ICO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들과 달리, ICO 없이 진지하게 탄소배출권 블록체인을 준비 중인 곳도 살펴봤다.

W재단은 유엔기후변화협약(이하 UNFCC)로부터 ‘탄소배출권의 일종’인 ‘UN Certified Emission Reduction units(CERs)’를 사서 개발도상국의 탄소배출 프로젝트를 장려하겠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UNFCC와의 협업이 아니라 그저 ‘탄소배출권을 사는 행위’일 뿐이다. 이들이 자사 HOOXI 앱으로 장려하겠다고 주장하는 탄소배출감축은 탄소배출권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즉, 이들의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현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고 블록체인 하에서 거래하는 것은 W재단의 주장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다.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기 위한 검증절차는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개인은 물론 지방정부의 역량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의 목표 자체는 탄소배출저감이 맞다. W재단은 ‘개인의 에너지소비 절감’이 ‘직접적인 탄소배출저감’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나,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왜 탄소배출권을 다루는 ICO에 이처럼 많은 관심이 모이는 걸까. 투자자들이 탄소배출권, 배출권거래제의 이름만 알고 그 정의와 개념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UN 혹은 UNFCC 등 국제기구와 환경기구의 이름이 더해져서 더욱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이다.

필자는 W재단의 탄소배출권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이 이 문제의 주 원인이라고 믿고 싶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탄소배출권에 대한 설명, 그리고 다음 컬럼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탄소배출권 거래의 장점을 논의해 보려 한다. 본 자료를 제공한 탄소금융협회에 감사한다.

◇ 배출권거래제의 개념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 ETS)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제17조에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체제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에 연단위 배출권을 할당, 범위 내 배출행위만 허용하는 식으로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는 체제다.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룬 의정서다.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이며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다.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배출권을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은 정부의 배출허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이 때 자신의 온실가스 감축여력에 따라 감축 혹은 배출권을 자율적으로 사고팔 수 있다.

◇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 지정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은 ‘의무적 할당대상업체’, 그리고 ‘자발적 참여업체’다. 의무적 할당대상업체는 최근 3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12만5000이산화탄소상당량톤(tCO2-eq, 국제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단위)을 넘는 업체, 혹은 2만5000이산화탄소상당량톤을 넘는 사업장이다.

이들은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66%를 차지한다. 시설 신설·변경·확장으로 위 기준에 포함된 혹은 포함될 업체 또한 의무적 할당대상업체다.

자발적 참여업체는 의무적 할당대상업체에 해당하지 않으나, 자발적으로 할당대상업체가 되겠다고 신청한 곳이다. 이때 배출권거래법 제44조에 따라 명세서를 작성·검증, 1회 이상 보고해야 한다. 이들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다.

◇ 업체별 배출권 할당

할당(Allocation)이란 ‘특정기간 내 배출허용총량에 따라 정해진 배출권을 배출권거래제 이행 주체인 할당대상업체별로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배출권거래법에서는 시점에 따라 할당 유형을 ▲사전할당(제12조) ▲추가할당(제15조) ▲할당취소(제17조) 세가지로 나눈다.

사전할당은 할당대상업체에 계획기간 내 총배출권과 이행연도별 배출권을 할당하는 것이다. 기존 시설과 신설·증설될 시설(예상치)을 판단해 할당된다.

추가할당은 사전할당 후 할당계획 자체가 바뀌거나, 예상하지 못한 시설 신설·증설 시 예비분을 활용해 할당된다. 마지막으로 할당대상업체가 부정한 방법으로 할당받은 경우나 시설이 폐쇄·미가동·정지된 경우 배출권을 취소하는 할당취소가 이루어진다.

◇ 배출권 제출

할당대상업체는 배출권거래법 제27조에 따라 이행연도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주무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 때 ▲할당대상업체의 배출권등록부 및 상쇄등록부의 등록번호 ▲인증받은 온실가스 배출량 ▲승인받은 배출권 차입량 ▲제출하려는 상쇄배출권의 수량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 배출권 제출의 유연성 보장

이 때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출권 제출의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 덕분에 할당대상업체들은 이행연도별 배출권을 이월(미루거나)하거나 차입(사서 보충)할 수 있다. 돌발상황에 대응하고 경영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배출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배출권 제출의 유연성은 배출권거래제 적용대상 외의 온실가스 배출활동 감축도 유도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국가 내 배출권 감축활동이 확대되며, 국가별로 지정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쉬워진다.

이처럼 탄소배출권을 포함한 배출권을 다루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과 허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접근할 일이 아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블록체인이 탄소배출권 플랫폼 구축에 왜 유리한지, 어떻게 적용돼야 이상적인지 논리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하여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