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퇴행성 뇌질환의 초기 발병 원리를 규명했다. 이를 활용해 치매, 루게릭병 등 독성단백질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이성배 교수(뇌·인지과학전공)팀과 황대희(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팀이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폴리글루타민 독성 단백질의 구조적 특징이 퇴행성 뇌질환에 미치는 초기 신경병리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헌팅턴 무도병, 척수소뇌변성증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폴리글루타민 독성단백질이 전화선처럼 꼬여 만들어지는 ‘코일드 코일(coiled coil) 구조’가 엉기며 신경세포의 급격한 형태 변형과 초기 신경병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독성단백질과 Foxo 단백질 코일드코일 구조의 엉김현상 발생 모식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공
독성단백질과 Foxo 단백질 코일드코일 구조의 엉김현상 발생 모식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제공
폴리글루타민 독성단백질의 코일드 코일 구조는 다른 단백질의 구조와 비정상적으로 결합하는 특징을 지닌다. 연구팀은 신경세포 내 폴리글루타민 독성단백질 코일드 코일 구조가 수상돌기 형성을 조절하는 전사인자인 ‘Foxo 단백질’과 결합해 초기 신경병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에서 퇴행성 뇌질환의 초기 병증 관련 첫 번째 주요인자로 Foxo 단백질에 주목했지만, 추가 인자들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추가 인자 규명에 집중한다면 향후 관련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이성배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단백질의 코일드 코일 구조가 다른 단백질 코일드 코일 구조와 엉기는 현상이 초기 신경병 발병에 중요한 요인이란 점이 연구의 핵심이다"라며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코일드 코일 구조 기반 엉김 현상만을 겨냥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퇴행성 뇌질환이 발병한 초기에 병증을 완화할 수 있는 효율적 치료가 가능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