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업계가 의료·진단기기 등 ‘헬스케어’ 부문에 집중한다. 전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가운데, 치료보다 먼저 병을 진단·예방하는 헬스케어 부문이 주목 받는다. 광학 업계가 가진 광학·이미지 분석 기술이 인공지능 기술과 만나 헬스케어 시장에서 시너지를 낸다.

이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사는 단연 올림푸스다. 전세계 소화기 내시경 10대 중 7대는 올림푸스가 만든 제품이다. 올림푸스는 현미경 시장에서도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림푸스의 연간 매출 7481억엔(7조3278억원, 2016년 기준) 가운데 헬스케어 기기 비중은 77%에 달한다.

올림푸스는 12월 초고해상도 현미경 ‘스핀SR10(SpinSR10)’을 출시했다. 레이저 광원 출력 기능과 초고해상도 광학 장치를 탑재한 이 제품은 120㎚ 분해능(상을 분해, 표현하는 능력)을 표현, 매우 작은 암이나 신경 세포 구조도 선명하게 담는다.

올림푸스 초고해상도 내시경 스핀SR10. / 올림푸스 제공
올림푸스 초고해상도 내시경 스핀SR10. / 올림푸스 제공
올림푸스는 광학 기술을 활용한 내시경·현미경에 이어 ‘이미지 분석·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했다. 올림푸스는 일본 히로시마 구레 의료센터에서 2015~2018년까지 ‘인공지능 병리진단 지원 소프트웨어’ 실증 실험을 진행했다.

실증 실험은 의료 기관이 가진 방대한 검체 사진 데이터를 이미지 분석·딥러닝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암을 비롯한 병을 진단·판별했다.

실험 결과 올림푸스 인공지능 병리진단 지원 소프트웨어는 양성 선암을 100%, 음성 비선암을 50.7% 확률로 감별했다. 암뿐 아니라 대장 용종(돌기)도 감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은 2016년 도시바 메디칼시스템즈를 인수한 후 사명을 캐논 메디칼시스템즈로 바꾸고 헬스케어 부문을 육성 중이다. 이들의 의료정보 통합관리 시스템 ‘아비에르토 VNA(Abierto VNA)’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처리한다. 캐논의 이미지 인식 기능도 병변 데이터를 파악·분류하는 데 힘을 보탠다.

후지필름 필름 관련 헬스케어 기술 설명. / 후지필름 홈페이지 갈무리
후지필름 필름 관련 헬스케어 기술 설명. / 후지필름 홈페이지 갈무리
후지필름은 필름 제조 기술을 헬스케어 부문에 응용했다. 필름 입자를 다루는 저분자 기술과 산화(색 바래짐) 방지 기술은 후지필름 화장품 브랜드 아스타리프트의 모태가 됐다. 필름 성분 콜라겐을 응용한 바이오 소재, 디지털 X레이 판독 기술도 각각 재생의료와 검진 부문에서 활약 중이다.

광학 업계가 쌓아온 기술은 헬스케어를 비롯한 의료 기술과 궁합이 좋다. 내시경의 화질·해상도를 향상하려면 고도의 이미지 센서와 렌즈, 조명 등 기술이 필요하다. 병변 사진을 판별하고 분류하는 데에는 이미지 인식·분석 기술이 필수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 업무 능률이 오른다. 반복 학습을 통해 오류는 줄고 정확도는 높일 수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3400억달러(378조2500억원, 2014년 기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광학 기술을 사용하는 진단영상기기의 비중이 25.2%로 가장 높다. 디지털 이미징 시장이 쇠퇴기에 접어든 지금, 광학 업계가 헬스케어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올림푸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만 연간 400만건 이상의 암 검진과 병리 진단이 이뤄진다"며 "광학 기술에 인공지능을 더해 만든 병리진단 소프트웨어는 임상병리학자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검진 정확도까지 높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