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완 솔브레인 회장의 남다른 가족챙기기 행보

입력 2018.12.05 06:00

IT 공정재료 전문기업 솔브레인이 오너 일가 친인척이 있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량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의 행보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솔브레인 계열사 중 솔브레인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유피시스템의 최근 내부거래율은 90% 중후반대다. 사실상 독립적인 매출이 거의 없는 셈이다.

솔브레인 본사. / 솔브레인 갈무리
솔브레인의 경우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한 내부거래 관련 제재 대상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상장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이 많은 오너일가에 대한 도의적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초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련 기업이 긴장의 고삐를 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 솔브레인 계열사 ‘유피시스템' 내부거래율 96%…배당금 나눠갖는 돈독한 삼형제

유피시스템은 솔브레인과 직접적인 지분 연결은 없는 회사지만,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39.7%)과 그의 형제 관계인 정지연 전 훽트 대표(34.7%), 정지흥 유피시스템 대표(25.3%) 등은 회사의 지분 99.7%를 보유했다. 유피시스템은 화공약품 제조와 임업, 임대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유피시스템에 가장 많은 일감을 제공하는 곳은 솔브레인의 계열사 훽트다. 훽트는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불화합물(HF·NH4F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유피시스템은 휄트 외에 솔브레인, 솔브레인라사 등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매출을 올리고 있다.

3개의 특수 관계자로부터 발생한 유피시스템의 2017년 매출은 19억원이다. 이는 2017년 전체 매출 19억9254만원의 95.5%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매출을 사실상 솔브레인 계열사에 의존하는 셈이다.

유피시스템의 최근 5년 간 매출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인다. 2013년 35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19억9000만원으로 43.8% 줄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하락세를 보인다. 2013년 14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7년 6억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유피시스템은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주에게 계속해서 배당금을 제공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유피시스템은 2013년 2억165만원, 2014년 2억2182만원, 2015년 2억165만원, 2017년 2억원 등 총 4번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 합계는 8억원을 웃돈다. 지급된 배당금 중 99.7%는 정 회장 형제의 몫이었다.

◇ 2세 계열사 ‘머티리얼즈파크' 쓰임새 주목

정 회장은 머티리얼즈파크를 통해 두 자녀도 챙기고 있다. 머티리얼즈파크는 화학재료 제조, 판매 및 유아용품 도소매업, 임대업 등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회사 이름은 라호야케미칼(화학재료 제조, 판매)에서 베이비파크(유아용품 도소매업)로, 또 머티리얼즈파크 순으로 계속 변경됐다.


머티리얼즈파크가 운영하는 베이비파크 홈페이지 화면. / 베이비파크 갈무리
머티리얼즈파크 지분은 정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 100%을 가졌다. 향후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솔브레인의 승계구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티리얼즈파크는 2018년 3분기 기준 솔브레인 지분 2.05%를 보유 중이다.

2018년 3월 정 회장의 장남 정석호 이사는 솔브레인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2세 경영이 본격화 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향후 정 이사의 솔브레인 지분 확보와 승계자금 마련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정석호 이사의 솔브레인 지분율은 2.41%이기 때문에 향후 승계를 위해 최대주주인 부친 정 회장과 2대 주주인 모친 임혜옥씨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식을 바로 증여받는 것은 세금 부담이 클 수 있다.

일부 기업은 보통 승계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종 내부거래를 통해 후계 기업의 덩치를 키우고, 이후 후계 기업과 지주회사 기업 간 합병을 통해 승계 과정을 마무리한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솔브레인 그룹의 후계 기업으로 불린다. 정 회장의 장남 정석호 이사(59.39%)와, 장녀 정문주씨(40.61%)가 지분을 나눠 소유하고 있다. 향후 머티리얼즈파크가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솔브레인으로부터 일감을 제공 받는다. 2017년 기준 머티리얼즈파크의 매출 43.2%는 솔브레인을 비롯한 특수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베이비파크를 완전 자회사로 합병하기 이전인 2014년까지만 해도 머티리얼즈파크(당시 라호야케미칼)의 내부거래율은 99%에 달했다.

꾸준한 일감 제공에 힘입어 머티리얼즈파크의 이익잉여금도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2017년 머티리얼즈파크의 이익잉여금은 133억원에 달한다. 축적된 이익잉여금은 추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솔브레인 한 관계자는 내부거래에 대해 불법적인 면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유피시스템에서 만들어 내는 반도체 소재는 유피시스템에서 밖에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거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사익편취로 보기엔 유피시스템의 매출과 배당금 규모는 솔브레인을 통해 얻는 배당금에 비해 매우 적은 금액이다"고 설명했다.

또 "머티리얼즈파크는 솔브레인과 완전 분리된 회사며, 일부 매체에서 승계에 대해 언급하지만 아직 전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합병 등은 과도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솔브레인은 공정거래법을 준수하며, 감사보고서나 공시에도 성실히 임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거래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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