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철 전 삼성의료원장의 쓴소리 "4차혁명은 온다...준비하라"

입력 2018.12.05 06:36 | 수정 2018.12.05 13:35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막을 수 없다. 의료계가 먼저 4차산업혁명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 나가야 한다."

전직 삼성의료원장이 의료계에 변화와 준비를 주문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4일 창원의료소장은 서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동료 의사들과 함께 집필한 ‘4차산업혁명과 병원의 미래’ 출판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4차산업혁명으로 의료 현장의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가 고향인 이종철 소장은 지난 2월 창원보건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1977년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전공의를 시작으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삼성서울병원장, 삼성의료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40여년간 의료 분야에 종사한 전문가다. 2010년에는 의료서비스 부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을 받았다.

그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혁명적 기술 발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의료계 원로인 그가 체감하는 위기 의식은 남달랐다.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의사로 시작해 병원 경영자를 거쳐 지금은 보건학을 공부하고 고향에서 보건소장으로 지내고 있다"며 "전자의무기록(EMR)이 도입됐을 때 의사로서 나는 불편하고 성가시다고 생각했지만, 시대는 의료계가 원하든 원치않든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진단과 치료 방식, 의료의 시공간적 범위 등 의료 패러다임의 모든 것이 변화할 것"이라면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역할은 물론 병원이라는 기관의 역할도 크게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갔다.

"의사는 무엇을 준비하고 의사의 미래 비전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또 정부는 무엇을 하며 관련 기업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다음은 이종철 소장과 일문일답

― 책을 출판한 이유는.

"우리 사회는 최근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의료계와 여러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변화가 찾아오고 있지만, 의료계는 아직 준비가 안된 듯하다. 안타까웠다. 더 늦기 전에 뭔가 준비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또 잘못된 예측을 할 수도 있다. 최대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의료계만 안변하고 독야청청(獨也靑靑, 모든 것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하면 안된다고 봤다."

― 책을 출판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76명의 전문가가 총 54편의 원고를 집필했다. 의료계 각 분야 전문가를 찾아 글을 써달라고 했다. 이 과정이 힘들었다. 또 누군가는 이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일 수도 있는데, 의뢰를 못했을 수도 있다. 그 분은 서운해 할 수도 있다."

― 책의 내용이 광범위해 보인다. 대상이 누구인가.

"이 책은 의료분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29개 학과 임상 분야의 미래예측, 미래 병원을 위한 과제 등 4차 산업혁명 이후 의료계 패러다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다봤다. 일반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 의료계 전체 변화, 패러다임 변화를 담고자 했다. 의사뿐 아니라 의료계 종사자 전체가 같이 변화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 의료계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강화된다는 의미다. 의사는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인해 환자의 진료에 더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할 수 있다."

― 의료인이 장비에 너무 의존하게 되는 게 아닌가.

"과거 임상병리과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을 때 경험을 얘기하면 될 듯 하다.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임상병리 인력을 반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인력이 더 늘어났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걸 찾고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본다. 그만큼 의학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면 된다. 흔히들 기계한테 모든 걸 빼앗길 수 있다고 염려한다. 환자를 더 좋은 방법과 더 좋은 기구로 환자를 진료하고 의료를 발전시킨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의료인이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익히는데 거부감이 들지는 않나

"과거 정보화 혁명 때 의료 기술에도 도입됐다. 당시 의사들이 느낀 이질감과 저항으로 실패했나? 결코 그렇지 않다. 결국 4차 산업혁명도 흐름에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 방사선과 의사들은 진료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본다. 4차 산업혁명은 흐름이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변화할 수 밖에 없다."

― 국내서는 각종 규제 등 걸림돌도 여전하다.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원격진료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간호사가 최대한 많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원격진료가 큰 도움이 된다.

창원 지역의 경우는 저소득층이 3500명 정도다. 보건소 간호사 10명이 이들을 돌본다. 간호사 한명이 350명을 볼봐야 하는 셈이다. ICT 기술이 보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공공의료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보건의료기관 중 정부가 돈을 사용하는 곳은 보건소 뿐이다. 나머지 기관은 스스로 돈을 벌어 운영한다.

진주의료원이 왜 없어졌는지 생각해보라. 정부 지원을 없애고 직접 돈 벌어 운영하라고 하니 사라진 것이다. 보건소 외에 의료기관에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 개인정보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 되다 보니 정보유출 위험요소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합리적인 도구들이 많이 개발됐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도 충분히 발전한 셈이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또 이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문제다. 세계가 공유하고 해결해 나갈 문제다."

― 환자들도 새롭게 변화하는 의료계에 대해서 알아야 할 듯 하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선 환자들의 정보 습득도 중요하다. 언론이 국민에게 정보제공과 계몽역할을 해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