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암호화폐 파생상품까지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거래소들이 계좌 개설 불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 몰려오는 중국 자본...파생상품으로 유혹

6일 암호화폐 관련업계에 따르면 몰타 소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LXDX가 한국 진출을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XDX는 미국 민간 우주 개발사 스페이스X에서 전임 엔지니어로 근무한 조슈아 그린왈드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한데다가 최근 증권형 토근을 발행한다고 밝혀 관심을 받는 거래소다.

그린왈드는 DRW트래이딩그룹에서 한국 담당을 역임했으며 11월 말 서울에서 개최된 비들(BUIDL) 컨퍼런스에도 참가했다. LXDX의 주요 투자자들은 다이몬아시아 벤처캐피탈 등 중국계로 알려졌다.

12월 3일에는 세계 거래소 순위 5위권에 속한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가 국내 협업 파트너와 함께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시사했다. 오케이엑스는 일일 거래량 10억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다. 이 거래소 본사는 몰타에 있지만 자본은 중국계이며 중심 근거지는 홍콩이다.

세계 1위 거래소이자 중국 대표 거래소인 바이낸스 역시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한다. 바이낸스는 투자사 바이낸스랩을 통해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에 투자했다. 특히 바이낸스는 본사 소속 마케팅팀에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고 한국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세계 3위 거래소인 중국계 후오비는 2017년 10월 한국법인 ‘후오비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후오비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현재 싱가포르, 미국, 일본, 호주, 러시아 등 해외 각국에 진출해 있다.

오케이엑스는 최대 100배까지 무기한 선물 마진거래 지원 등 다양한 암호화폐 파생상품 지원 계획을 밝혔다. 마진거래란 일정 금액을 거래소에 예치하면 암호화폐 공매도와 공매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마진거래가 암호화폐 시장에 적용되면 최대 100배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오케이엑스는 오는 11일부터 비트코인 등에 선물 마진거래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후오비 코리아는 한화로 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원화마켓을 열 계획이다. 특히 후오비코리아는 기존 거래소와 달리 벌집계좌 대신 시중 은행들과 협약을 맺어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할 방침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벌집계좌는 법인계좌 아래 여러 명의 거래자 개인 계좌를 두는 방식이다.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의 위험성 때문에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자 후발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일반 법인계좌를 발급받아 이 계좌 아래에 거래자의 계좌를 운영하는 편법을 사용하면서 생겨났다. 벌집계좌는 실명계좌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장부가 주로 파일 형태로 저장돼 거래자 수가 증가하면 거래 자금이 엉켜 오류가 날 가능성이 높다. 해킹 등에도 취약하다.

◇ 역차별·조세회피처·불법자금 세탁 등 우려 목소리

이와 달리 한국 거래소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1월부터 암호화폐 실명제가 시행됐지만 시중은행들은 자금세탁 등의 우려를 표하며 거래소에 신규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해외 공략을 위한 해외송금도 쉽지 않다. 자금세탁 우려가 이유다. 국내 대표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중인 두나무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웠지만 해외 송금이 원활치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는 파생상품 출시는 ‘언감생심’이다. 파생상품이 국내 시장에서는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코인원이 올해 초 최대 4배 마진거래 서비스를 출시하려 했지만 경찰은 도박장개장죄 명목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서비스 출시가 좌초됐다. 지닉스는 펀드형 토큰을 내놨다가 금융당국의 검찰 고발 대상이 됐다. 투자자들이 급격히 이탈하는 바람에 지닉스는 결국 거래소를 폐쇄했다.

관련업계는 정부가 거래소와 관련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나 정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만 가중되고 자칫 한국 거래소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암호화폐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는 정부 눈치만 보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중국계 거래소는 한국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올해 초 글로벌 거래소 1~2위를 다투던 빗썸과 업비트가 중국 거래소의 한국 진출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상화폐 거래량이 큰 데 비해 규제가 허술하고 중국과 가깝따"면서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암호화폐 거래를 옥죄면서 중국계 거래소들이 잇따라 한국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거래소 난립과 국내 규제 미비로 불법자금 세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관련 규제 미비로 거래규모와 거래자 신상을 알 수 없다"면서 "곧 조세회피, 자금 세탁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인데, 중국 거래소가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부처가 협력하고 정부 담당자가 소명의식을 갖고 정교한 정책을 마련해 대응해야만 한다"며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