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도 일제히 내려가면서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한 데는 세계적인 규제 강화 추세와 대형 채굴업체의 연이은 폐업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Hard Fork) 이슈가 가장 크다는 게 중론입니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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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7일 4000달러(449만원) 지지선이 무너져 3000달러대로 내려 앉았습니다. 비트코인 3000달러대 진입은 2017년 8월 이후 16개월 만입니다.

하드포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신뢰 프로토콜입니다. 블록체인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 데이터는 공공 거래장부에 기록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노드)에 분산 저장됩니다.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Block)이 생성되고, 거래 내역이 담긴 블록은 잇따라 연결(chain)됩니다. 어느 한 노드 데이터가 위·변조된다 하더라도 다른 노드에 해당 데이터가 남아있어 신뢰를 보장합니다.

포크는 잇따라 연결된 체인이 어느 한 시점에서 두 갈래로 쪼개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발자가 기존 소프트웨어(SW) 소스코드를 통째로 복사해 독립적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포크가 발생합니다. 개발자가 포크를 하는 이유는 SW에 심각한 보안상 취약점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 또는 이를 개선할 때 포크를 합니다.

포크는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로 나뉩니다. 소프트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이 가능합니다.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치면 v1.0에서 1.1, 1.2 등으로 구분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참여자가 포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존 버전을 유지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드포크는 호환이 되지 않습니다. 버전이 완전히 달라지는 셈입니다. 이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앞서 블록체인은 신뢰 프로토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여하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한 셈입니다. 하지만 하드포크를 하면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한 쪽이 소수 세력이라면 그 세력이 사라질 가능성도 발생합니다.

이더리움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2016년 6월 해커들이 이더리움 보안 취약점을 찾아 이더(ETH) 약 360만개를 훔쳐갔습니다. 당시 가격으로 600억원에 달합니다. 이더리움 재단은 그 해결책으로 2016년 7월 하드포크를 진행합니다. 이 때 85%는 찬성을, 15%는 반대를 했습니다.

하드포크는 암호화폐 투자자 입장에서 그 내용에 따라 호재도, 악재도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하드포크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 영향을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으로 인한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대개 하드포크로 체인이 쪼개지고 난 후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회복됩니다.

호재는 하드포크로 인해 새로운 암호화폐가 만들어지면 기존 체인 참여자에게 '코인 배당'이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2017년 8월 비트코인의 하드포크로 비트코인 소유자들은 비트코인캐시(BCH)라는 새 암호화폐도 받게 됐습니다.

이번에 암호화폐 가치 하락의 시발점이 된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를 두고 비트코인캐시 진영 안에서 큰 이견이 발생했습니다. 비트코인캐시 커뮤니티는 크게 '비트코인캐시ABC(채굴업자 중심)'와 '비트코인캐시SV(개발자 중심)'로 나뉩니다. 이들은 최근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방향을 두고 '스마트컨트랙트 포함 여부', '블록 크기 확대 여부' 등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두고 갈등했습니다.

이번 하드포크에는 전통적인 거래소를 통하지 않아도 암호화폐 간 교환이 가능한 '아토믹 스와프'(Atomic Swap)를 지원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포함됐는데요. 비트코인캐시ABC는 아토믹 스와프를 포함한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도입하자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비트코인캐시SV는 기존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변경하지 말고 블록 크기만 기존 32MB에서 128MB까지 키우되 기존 비트코인 구조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안정성을 위해 리플레이 방지 코드를 추가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드포크가 블록체인 기술 철학을 훼손하는 것일뿐 아니라 비트코인을 분리해 수많은 코인을 만들 수 있다면 비트코인이 가진 정통성과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자는 쪽과 비트코인 기존 정신을 계승하자는 쪽의 이념 싸움이 된 셈입니다.

결국 이들은 트위터와 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설전 끝에, 서로 호환되지 않는 클라이언트를 이용해 하드포크를 동시에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해시 전쟁에 투자자들은 매도세를 펼쳤고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비트코인ABC 진영을 대상으로 한 소송도 불거졌습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특허 관리 업체인 유나이티드아메리칸코프는 비트코인ABC 진영 대표격인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와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과 제시 파월 창업주, 비트코인ABC 아마우리 세쳇과 삼마 챈슬러, 제이슨 콕스 개발자 등을 대상으로 미국 플로리다 남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비트코인캐시 ABC 진영이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위해 시세를 조작하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는 이유입니다.

관련업계는 해시 전쟁이 계속 진행될 경우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이 전쟁은 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과연 승자가 나올 지 둘다 망하는 것은 아닐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