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수요 공급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방침으로 딥러닝 기반의 택시수요예측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러한 서비스 개발이 무색하게 될 지경이다.

택시업계를 비롯해 정부, 국회 등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7일 카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데 대해 택시업계는 ‘탈 카카오’를 선언하며 카카오 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고, 이 사이 SK텔레콤은 T맵을 활용한 택시 배차로 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 택시 정보 80% 이상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수집 정보 AI로 분석해 택시 고질병 해결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놓겠다는 딥러닝 기반 택시수요예측 AI 모델은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차량 호출 서비스가 전세계에서 퍼지는 가운데,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운행되는 택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브레인과 택시수요예측 인공지능을 동시 개발한다. /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브레인과 택시수요예측 인공지능을 동시 개발한다. /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려면 어느 시간, 어느 지역에서 택시호출이 발생할지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번 개발한 AI 모델의 경우 차량호출 수요예측 분야에서 성능 평가의 척도인 미국 뉴욕 택시 공개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인공지능 최고 권위 학회 중 하나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lPS)의 캐나다 워크숍 ‘시공간 영역에서의 모델링과 의사결정(Modeling and decision-making in the spatiotemporal domain)’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AI 모델이 소개됐다.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택시수요예측 기술을 바탕으로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택시를 수요가 많거나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예상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택시 요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변 가격제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어 수요예측 정보를 택시에게 공유해 공차 시간을 줄이고, 택시기사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모빌리티 AI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택시는 손님이 없고 손님은 택시가 없어 곤란을 겪는 교통수요 불일치 시대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가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한층 선진화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 택시업계 "카풀 강행 카카오 호출 거부"…반대 기사 분신 사망사고까지

그러나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강력한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지난 7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의 베타테스트에 들어가면서 ‘생계’를 위협했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은 먼저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이용자로 베타테스트가 이뤄진다. 이후 운영결과를 토대로 17일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베타테스터는 최신 ‘카카오 T’ 앱에서 카풀을 이용할 수 있다.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한 뒤 호출하면 카풀 크루(운전자)에게 정보가 전달, 이용자와 연결된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강행하자 택시업계는 카카오 호출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조선DB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강행하자 택시업계는 카카오 호출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조선DB
카카오의 카풀 베타테스트가 알려지자마자 택시관련 4개 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즉각 반발했다. 지금까지 펼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측이 카풀 서비스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택시업계는 카풀의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앞으로 카카오 택시 호출에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17일 정식으로 카풀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단체 소속 전 택시를 동원해 끝장 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자가용 운송 영업행위를 불허하는 법률안을 즉각 의결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현재 운행 중인 80% 이상이 카카오 택시에 가입돼 있는 만큼 택시단체의 ‘호출 불응’은 서비스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재 택시 가입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얻은 정보로 카풀 서비스를 설계했다는 윤리적인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어 10일 오후 한 택시 기사가 카카오모빌리티 카풀에 반대해 분신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택시 기사는 주변 경찰관과 소방관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카풀이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인식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10일 오후까지도 "예정된 카풀 서비스에 대한 변동은 없다"고 전했다.

◇ 카풀 서비스 없는 티맵 ‘반사이익’

이 가운데 티맵이 운영 중인 택시호출 서비스가 약진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대신 티맵의 사용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티맵 택시 가입자 숫자는 6월 기준 3만명에서 최근 10만2000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국 택시기사 27만명의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티맵 택시를 만든 SK텔레콤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틈새를 확실히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 11월 21일 ‘T데이(달력에 T를 그렸을 때 겹치는 매달 첫 주와 매주 수요일에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티맵 택시 가입 기사에 앱결제콜을 수행했을 경우 상품권 5000원, 일반콜은 상품권 1000원권을 콜 한 건당 1장씩 무제한 지급했다. 또 SK텔레콤 이용자에게도 T데이에 요금 5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1일 5회, 회당 5000원의 강력한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 11월 14일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심사숙고 끝에 티맵 택시를 지원할 것"이라며 "택시업계를 위협하는 카풀에 대한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조합원에 보냈다.

앞으로 티맵 택시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강행할 경우 티맵으로 옮기는 택시 기사의 숫자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유닛장은 "티맵 택시의 혜택과 기능에 고객과 택시 기사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고객 및 기사 요구에 맞춰 택시 호출 시장에 경쟁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