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GDPR에 막힌 한국 IT업계, "데이터 이전은 비현실적" 한 목소리

입력 2018.12.11 20:56

페이스북에는 사진과 댓글 등 내 계정 관련 데이터를 한 번에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특정 SNS(Social Network Service)나 클라우드에 축적되는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로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인 ‘데이터 포터빌리티(Portability·이전)’가 구현된 사례다. 데이터 이전에는 사용자가 원치 않을 경우 내 데이터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권리도 포함된다.

데이터 이전(Data portability)은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원할 때마다 다른 서비스로 옮겨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언급된다. 이는 올해 5월부터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개인정보보호 관련 일반 법률규정(GDPR)에 포함시킨 개념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이 사업 중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한국으로 이전하려면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거나 적절한 보호 조치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아직 한국은 해당 법과 관련해 EU의 적정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행정안전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11일 ‘아시아 프라이버시 브릿지 포럼 가을대회’를 개최했다.

이진규 네이버 정보보호최고책임자가 11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아시아 프라이버시 브릿지 포럼 가을대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차현아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GDPR 관련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 넥슨 등 국내 IT 기업 차원에서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국내 IT기업이 유럽 진출에 대비해 데이터 이전 관련 기반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를 당장 도입하기에는 한국 업계 현실을 고려할 때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등 포털 입장에서 이용자 데이터를 쉽게 자사 플랫폼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이전’의 개념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인정보 보안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높아지는 한국 상황을 고려할 때,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 데이터 이전을 쉽게 반길 수도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데이터 이전에 대해 네이버가 이용자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고 보안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아니라고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구글과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내 데이터 내려받기 기능을 활용해 받아보면 이용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소스 코드로만 데이터가 구성된 경우도 있어 정작 활용도가 떨어진다. 심지어 이용자가 해킹된 디바이스로 데이터를 다운받았다면 나의 모든 데이터가 통째로 해커에게 넘어가버리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도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진규 네이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데이터 이전을 통해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 활용권을 갖게 되더라도, 이용자가 내 데이터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가는지 일일이 파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온라인 쇼핑업계 역시 데이터 이전에 대해 고민이 깊다. 소비자의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 욕망을 미리 포착해야 하는 온라인 쇼핑업계 특성 상 데이터는 어떤 업계보다도 중요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한국 온라인 쇼핑업계는 데이터 이전 조치 마련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해외에선 아마존과 이베이 정도만 이용자가 데이터를 한번에 다운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국내 일부 온라인 쇼핑물은 유럽 진출을 아예 접는 편을 고려할 정도라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미 데이터 이전 기능 기반을 갖춘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일부 해외 IT 기업으로의 데이터 독점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수영 이베이코리아 DPS(Data Protection Strategy) 팀장은 "데이터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많은 비용이 드는 작업"이라며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특정 기업의 데이터 독과점 지위만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IT 기업들의 목소리에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정부에서도 EU와 적정성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며 국내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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