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때 야심차게 시도했다가 포기했던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분야에 재진입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퀀텀닷(QD) 기반 액정표시장치(LCD)와 초대형 마이크로 LED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는 한편, 향후 다각화된 기술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2012년 선보인 55인치 OLED TV.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2년 선보인 55인치 OLED TV. / 삼성전자 제공
1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공장의 8.5세대(2200×2500㎜) LCD 팹 중 하나인 L9-1을 QD-OLED 패널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상반기에 이미 관련 연구개발 조직 정비를 끝냈고, 최근 조직개편에서도 OLED 제조센터장을 역임한 남효학 부사장을 대형패널 사업부장으로 임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거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가 2012년 처음 선보인 55인치 OLED TV에 패널을 공급했다. 하지만, 당시 대량 양산을 앞두고 수율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OLED 특유의 번인(화소열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2013년 생산을 접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후로도 OLED 연구개발을 이어왔지만, 사업 측면에서는 대형은 LCD, 중소형은 OLED로 이원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TV용 OLED 패널 생산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는 지속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며 이제는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는 유일한 업체가 됐다. 2013년 20만대에 불과했던 OLED TV 판매량은 2017년 170만대를 돌파했고, 2018년 3분기 처음으로 OLED TV 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초기 OLED 패널은 크게 RGB 방식과 WOLED 방식으로 구분했다. RGB 방식은 적색(R), 녹색(G), 청색(B) 각각의 OLED를 픽셀에 증착시켜 저온폴리실리콘(LTPS)의 박막 트랜지스터(TFT) 기판과 합쳐 구현한다. 반면, WOLED는 백색(W) OLED에 RGB 컬러필터를 구성하고, 하부 TFT 기판을 옥사이드TFT로 구성하는 방식을 따른다.

RGB OLED는 컬러필터가 필요없고, OLED 발광 물질이 그대로 투과되기 때문에 휘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각 RGB 화소를 수평으로 배열하기 때문에 패널이 대형화될수록 미세마스크 가운데 부분이 처지면서 수율이 낮아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RGB OLED는 주로 크기가 작은 중소형 패널에 주로 사용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대형화에 초점을 두고 WOLED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WOLED에 컬러필터를 적용하면 증착을 위해 미세마스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공정이 단순해지고, 그만큼 생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통상 컬러필터 없는 RGB 방식이 고유의 높은 색재현율 때문에 더 뛰어난 기술로 알려져 있으나, LG디스플레이는 적층형 RGBW 픽셀 구조를 도입해 발광 효율을 높이고 명암비와 휘도 문제를 해결하는 등 WOLED의 단점을 꾸준히 보완해왔다.

5년 간의 공백으로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된 삼성디스플레이가 격차를 단숨에 줄이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QD-OLED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D-OLED는 청색을 자체 발광하는 OLED로 구성하고, 색재현율이 높은 QD 재료를 컬러필터로 사용해 고해상도와 고휘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패널 대형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착 대신 잉크젯 방식 공정 도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OLED와 QD-OLED 모두 세 가지 색이 모두 스스로 빛을 내는 진정한 의미의 OLED는 아니다. 하지만, 별도의 백라이트를 필요로 하는 LCD와 비교하면 패널을 훨씬 얇게 만들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과도기인 현재로서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업계의 이러한 시도는 과도기적인 OLED 디스플레이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QLED 디스플레이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학계에서는 스스로 빛을 내는 QD 소자로 원하는 색을 표현하는 방식을 QLED라고 정의한다. 삼성전자가 현재 내놓은 QLED TV는 엄밀히 QD 소재 필름을 입히고, LED를 백라이트로 쓰는 LCD TV라는 점에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궁극적인 자발광 QLED를 구현하기 위해 현 시점에서 OLED 소재와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