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1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산타클라라에서 ‘아키텍처 데이(Architecture Day)’ 행사를 열고 자사의 차세대 프로세서 기술과 아키텍처, 추후 프로세서 전략 등을 대거 공개했다.

새로운 로직 3D 스태킹, 차세대 그래픽, 오픈소스 플랫폼, 메모리 및 스토리지 등 인텔의 다양한 차세대 기술들이 대거 소개된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 중 하나가 인텔의 10나노미터(㎚) 기반 차세대 CPU 아키텍처인 ‘서니 코브(Sunny Cove)’다.

인텔이 ‘아키텍처 데이’서 공개한 차세대 10나노 기반 프로세서 로드맵. / 인텔 제공
인텔이 ‘아키텍처 데이’서 공개한 차세대 10나노 기반 프로세서 로드맵. / 인텔 제공
인텔은 애초 자사의 10나노 기반 CPU 아키텍처인 ‘아이스레이크(Ice lake)’와 이에 기반한 차세대 프로세서를 올해 안에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멜트다운’과 ‘스펙터’로 대표되는 CPU 보안 이슈가 전 IT 업계를 강타하면서 CPU 아키텍처 설계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 데다, 10나노 제조공정 도입이 안정화 문제로 계속 지연되면서 인텔의 차세대 10나노 기반 CPU 계획은 2019년으로 미뤄진 상태였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자사의 10나노 공정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았으며, 그로 인해 2019년 하반기로 미뤄졌던 10나노 기반 차세대 CPU 및 반도체 제품의 출시 계획이 다소 앞당겨지거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아키텍처 데이 행사는 추측만 난무하던 업계의 전망에 인텔이 직접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인텔은 2015년 8월 ‘스카이레이크(Sky lake)’ CPU 아키텍처를 선보인 이후 2018년까지 쭉 스카이레이크를 수정하거나 개선한 다양한 ‘~레이크’ 시리즈 아키텍처를 선보여왔다. 인텔의 첫 10나노 CPU 아키텍처가 될 예정이었던 ‘아이스 레이크’도 어느 정도 스카이레이크에 기반을 둔 제품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텔이 차세대 10나노 프로세서에 완전히 새로 설계된 아키텍처를 적용하게 되면서 ‘아이스 레이크’란 이름을 버리고 ‘서니 코브’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의 2019년 차세대 서버용 제온(Xeon) 시리즈 및 클라이언트용 코어(Core) 시리즈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차세대 서니 코브 CPU 아키텍처는 ▲더 많은 연산을 병렬로 실행할 수 있도록 강화된 마이크로아키텍처 ▲지연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알고리즘 ▲데이터 중심 워크로드 최적화를 위한 버퍼 및 캐시 크기 확대 ▲인공지능 및 암호화 등 특정 연산 작업의 가속 등이 주요 특징이다.

특히 주로 제조 공정 개선과 최적화를 통해 끌어올린 ‘작동 속도’(클럭)를 바탕으로 성능을 높여왔던 ‘~레이크’ 아키텍처와 달리, 처음부터 같은 클럭에서 처리량을 대폭 늘림으로써 전체적인 성능 향상을 꾀하는 것이 이번 ‘서니 코브’ 아키텍처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는 인공지능의 대두와 더불어 데이터 중심의 워크로드 및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병렬처리, 멀티 프로세스 성능이 중시되는 컴퓨팅 업계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새로운 ‘서니 코브’ 아키텍처는 기존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보다 같은 시간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특화됐다. / 인텔 제공
새로운 ‘서니 코브’ 아키텍처는 기존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보다 같은 시간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특화됐다. / 인텔 제공
인텔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서니 코브 아키텍처는 데이터 처리 및 메모리 접근 방법도 개선되면서 연초부터 계속 발목을 잡았던 ‘멜트다운’, ‘스펙터’ 등 각종 CPU 보안 이슈에 대한 하드웨어 레벨의 대책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미 인텔은 올해 하반기 선보인 모바일 기기용 ‘위스키레이크’ 프로세서에서 CPU 보안 이슈에 대해 하드웨어적으로 어느 정도 보완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스카이레이크부터 시작된 인텔의 ‘~레이크(Lake. 호수)’ 시리즈 아키텍처는 지난 수년 동안 인텔의 프로세서 부문 및 관련 사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레이크’ 시리즈는 오히려 인텔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바뀐 상황이다.

게다가 인텔은 밖으로 차세대 ‘젠(Zen)’ 아키텍처를 내세워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는 AMD의 거센 추격에 쫓기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10나노 도입 지연으로 인한 대대적인 전략 수정과 CEO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겪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이제 인텔은 단순 CPU 제조사가 아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그래픽, 저장장치, 5G 통신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단순한 ‘CPU 제조사’의 이미지를 벗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러한 차세대 기술들이 더욱 강력한 컴퓨팅 성능을 요구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x86 기반 서버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CPU 제조사로서의 인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태다. 이름부터 싹 물갈이한 차세대 ‘서니 코브’ 아키텍처가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는 인텔의 현 상황을 타개할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