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에서 분사한 기업들이 모회사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하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는 유독 분사 업체를 많이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분사한 기업들 대부분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 후에도 삼성전기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이어 온 덕분이다.

하지만 17일 전자부품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기 분사 성공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악화에 따른 적자와 함께 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분사 기업들은 신사업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하는 모습을 보인다.

파트론 본사(왼쪽)와 파트론 2 연구소 모습. / 파트론 갈무리
파트론 본사(왼쪽)와 파트론 2 연구소 모습. / 파트론 갈무리
삼성전기에서 분사된 기업으로는 빅솔론(2002년), 파트론 (2003년), 에스맥( 2004년), 나노스(2004년) 아이엠(2006년), 와이솔(2008년), 솔루엠(2015년) 등이 있다. 이 중 빅솔론, 에스맥, 나노스, 와이솔 등은 삼성전기 출신 창업자가 다른 기업에 경영권을 매각한 회사다.

창업자가 계속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곳은 솔루엠, 파트론, 아이엠 등 세 곳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분사 후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 매출 하락에 고심 큰 삼성전기 분사 기업

파트론은 2003년 삼성전기 전자소자사업본부(RF) 임직원들이 설립한 회사다. 카메라모듈, 안테나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한다. 김종구 회장과 김종태 부사장 등 요직에 있는 임원 대다수가 삼성전기 출신이다.

김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기획팀 이사를 역임했고, 삼성전기에서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는 등 회사 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재임 중 현재 삼성전기의 효자 아이템으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성공시키는 데 일조했다.

파트론은 분사 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카메라모듈 경쟁이 심화되자 2017년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트론의 2017년 매출은 7638억원에서 7569억원으로 소폭 하락한 반면, 영업이익은 201억원에서 109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91억원에서 29억원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06년 삼성전기 광학사업부가 분할되며 설립된 아이엠 역시 실적이 신통치 않다. 아이엠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부품사다. 손을재 대표와 이상준 사장 등 주요 임직원이 삼성전기 출신이다.

2006년 676억원이었던 아이엠 매출은 2년 만인 2008년 1176억원으로 74% 증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이엠도 파트론과 마찬가지로 카메라 모듈 경쟁이 심화되며 2016년부터 2018년 3분기까지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는 등 실적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아이엠은 2018년 3분기 매출 1546억원, 영업이익 6억원, 당기순손실 38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 분사한 솔루엠도 비슷한 상황이다. 솔루엠은 2015년 삼성전기 디지털모듈(DM) 사업부에서 파워모듈(스마트폰용 전원공급장치)·튜너(방송신호부품)·전자가격표시기(ESL) 등 세 개 부문이 떨어져나오며 설립된 곳이다.

솔루엠은 삼성전기에서 부사장을 맡았던 전성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2017년 말 기준 16.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솔루엠은 전 대표를 제외한 임직원 보유지분 총합만 55.98%에 달하는 종업원지주회사다. 임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인 셈이다.

솔루엠은 분사된 이듬해 2016년 56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015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상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2017년 5468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실적이 나빠졌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 신규 먹거리 창출로 위기 탈출 노려

솔루엠, 파트론, 아이엠 등은 삼성전기에서 분사된 이후에도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를 느끼며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솔루엠의 키코키친. / 솔루엠 갈무리
솔루엠의 키코키친. / 솔루엠 갈무리
파트론은 카메라 모듈사업 매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과 헬스케어용 진단센서 개발 등으로 제품군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비휴대폰용 부품의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2018년 3분기 휴대폰용 부품 매출은 4835억원으로 2017년 3분기(5276억원) 대비 줄어든 반면 비휴대폰용 부품 매출은 1014억원으로 2017년 3분기(844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아이엠은 2018년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했고, 코트라 해외수출지원 사업을 활용해 유럽, 북미, 중국 등 국가에 발열 필름을 납품하기 위한해 노력 중이다.

솔루엠도 기존 기업간거래(B2B)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영역으로의 확장을 노린다. 솔루엠은 최근 사물인터넷(IoT) 기반 완제품 사업에 나섰다. 2018년 주방 공기청정 도우미 ‘키코 키친'을 출시하는 등 신사업 비중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2018년과 2019년 솔루엠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