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5G 시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스마트폰 아닌 '드론·가상현실'

입력 2018.12.16 06:00

이동통신 3사는 1일 세계 최초로 ‘5G 통신(이하 5G)’ 전파를 송출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5G를 검색하면 ‘상상·영화가 현실이 된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등 장밋빛 전망을 그리는 기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5G가 무엇이길래 이처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걸까요?

5G의 정의와 장점부터 알아야겠습니다. 5G는 ‘5th Generation’ 즉 ‘5세대’ 통신이라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주로 사용한 LTE(Long Term Evolution)는 4세대(4G) 통신입니다.

5G 홍보 사진. / KT 제공
5G는 4G보다 얼마나 좋을까요? 5G는 4G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끊기지’ 않게 ‘더 빨리’ 보내줍니다. 5G의 ‘데이터 통신 속도’는 4G보다 10배 이상 빠릅니다. 통신을 주고받으며 실제 동작에 반영되는 시간을 일컫는 ‘지연시간’도 4G는 10㎳(100분의 1초) 수준이지만, 5G는 1㎳(1000분의 1초) 이하로 짧습니다.

5G와 함께 주목 받는 기기는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입니다. 하지만, 정작 5G 시대에 상상을 현실로 만들 기술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드론(무인기)’과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 5G, 드론 자율 비행·항로 구축에 필수

하늘을 날아다니며 갖가지 작업을 수행하는 영화 속 드론은 자율비행 기능을 갖춰 스스로 움직이면서 아주 정밀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택시처럼 사람을 태운 드론 수백대가 한꺼번에 주행하지만, 이들은 서로 부딪히거나 사고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5G 시대에 이르러, 이 광경은 현실이 됩니다.

앞서 5G의 장점 중 하나로 짧은 ‘지연시간’을 들었습니다. 지연시간은 IT 기기에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연시간이 길면 그만큼 기기가 동작할 때 오차가 생깁니다. 눈을 빨리 깜박(지연시간 짧음)이면 주변을 잘 볼 수 있지만, 길게 깜박(지연시간 김)이면 주변을 잘 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지연시간은 드론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기기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시속 70㎞로 비행하는 드론에 정지 명령을 내릴 때, 지연시간이 10㎳라면 약 20㎝ 더 전진하게 됩니다.

한뼘 거리인 20㎝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펼쳐진 드론 쇼처럼 드론 수백대가 동시에 움직일 때 20㎝ 정도의 거리 오차가 생긴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가야할 때 가지 못하고, 서야할 때 서지 못하면 드론끼리 충돌하거나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5G는 지연시간을 대폭 단축, 거리 오차를 2㎝ 이하 혹은 0㎝로 줄입니다. 즉, 5G의 짧은 지연시간은 드론 스스로 사고 없이 비행하는 자율비행 기능의 필수 기능이 됩니다.

5G 관제 드론을 활용한 구조 현장. / 미디어SK 제공
나아가, 5G의 고속·대량의 데이터 전송 기능은 드론의 활용 범위를 극적으로 넓힙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순식간에, 지연시간 없이 전달하는 덕분입니다.

사실, 현재 4G 통신으로도 근·중거리 자율비행 드론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4G가 소화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 및 속도로는 드론 카메라가 담는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운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데이터 통신이나 지연시간이 길어지고, 이 과정에서 영상이 끊기거나 저화질로 녹화되는 등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5G는 넉넉한 데이터를 단시간에 다룹니다. 드론 카메라로 고화질 영상을 찍어 조종자에게 실시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시야는 선명해지고 움직임은 정밀해집니다. 당연히 작업 효율과 정확도는 향상됩니다.

5G는 조종자로 하여금 드론에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보낼 수 있게 해 줍니다. GPS 비행 위치 지정, 임무 수행에 필요한 지형이나 지구자기장 데이터, 새로운 작업 명령 등 대용량 데이터를 멀리 떨어져 있는 드론에 보낼 때 4G의 효율은 5G보다 현격히 떨어집니다.

나아가 5G는 드론 ‘항로’를 만들 때에도 쓰일 것입니다. 5G의 속도와 지연속도를 함께 사용하면, 단시간에 수많은 드론에 같은 명령을 보낼 수 있습니다. 현재 드론을 운용할 때 쓰는 주파수처럼 혼선이나 전파 간섭이 일어날 우려도 없습니다.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돌발 상황이 나타나도, 돌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데이터를 5G로 재빠르게 전달하면 피할 수 있게 됩니다.

◇ 진짜야 가짜야? 현실 방불케 하는 가상현실 시대 ‘성큼’

5G는 가상현실 기술과 어떤 시너지를 낼까요? 가상현실 콘텐츠를 체험해본 소비자는 신기하다며 엄지를 올리면서도, ‘화질이 나빠 인상적이지 않다’, ‘장시간 체험하면 어지럽다’, ‘콘텐츠 종류가 적다’는 불만도 제기합니다. 5G는 이들 단점을 모두 해소할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 콘텐츠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다루기는 더 어렵습니다. 360º 전방위를 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렌즈 앞부분 120º쯤의 광경만 담지만, 가상현실 콘텐츠는 스마트폰의 전후좌우에 상하측면까지 모든 광경을 한번에 담습니다.

따라서 가상현실 콘텐츠의 ‘용량’은 수십GB 이상으로 매우 큽니다. 용량을 줄이려면 화질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감도 함께 떨어집니다. 첫번째 문제인 ‘화질이 낮아서 인상적이지 않다’가 이 때문에 생깁니다.

가상현실·5G 융합 서비스 KT기가라이브. / KT 제공
콘텐츠 용량이 크면 전송 속도도 빨라야 합니다. 전송 속도가 느리다면 용량이 큰 가상현실 콘텐츠를 기기에 제대로 보내 재생할 수 없겠지요? 여기에서 초고속 5G와 가상현실의 첫번째 시너지가 납니다. 5G는 1초에 수십GB 용량의 영상을 단번에 전송할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빠릅니다. 따라서 가상현실 콘텐츠를 다루기에 적합합니다. 첫번째 문제를 해결했네요.

앞서 설명한 5G의 짧은 지연시간은 드론뿐 아니라 가상현실 부문에서도 장점이 됩니다. 가상현실 콘텐츠 중에서는 ‘콘트롤러’를 사용해 화면 속 물체를 건드리고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 때 지연시간이 길다면, 분명 떨어지는 물체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지연시간 때문에 명령이 늦게 전달, 물체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응답성’이라 합니다.

응답성은 화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응답성이 느리면, 가상현실 공간에서 시선을 움직일 때 실제와 달리 미세하게 느리게 바뀝니다. 이것이 가상현실 콘텐츠의 두번째 문제인 ‘장시간 체험하면 어지럽다’를 유발합니다. 5G의 짧은 지연시간은 가상현실 콘텐츠의 응답성을 대폭 높입니다. 거의 실제와 같은 수준입니다. 두번째 문제도 해결입니다.

LG유플러스 5G·VR 스포츠 중계 서비스. / LG유플러스 제공
빠른 전송 속도와 지연시간을 융합하면? 가상현실을 ‘고화질·생중계’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지금 4G를 사용해도 가상현실 영상을 생중계할 수 있습니다만, 해상도가 풀 HD 선으로 낮아집니다.

반면, 5G를 사용하면 풀HD보다 화면이 16배 큰 8K, 그 이상의 고해상도 영상을 끊김없이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됩니다. 야구장, 축구장에 가지 않더라도 가상현실과 5G를 활용, 마치 그 곳에 있는 것처럼 현실감 넘치는 중계를 볼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 영화도, 드라마도 5G를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됩니다.

가상현실의 또 다른 응용법으로는 ‘교육’을 들 수 있겠습니다. 5G과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 영화 속 ‘원격 수업’이 가능해집니다.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선명하게 구현된 학교에서, 친구와 선생님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아바타와 함께 실시간 수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업을 하다 뒤에 앉은 친구와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상현실 콘트롤러로 책을 집어 친구에게 주거나 칠판에 나가 문제를 푸는 것도 가능합니다. 모두 대용량 데이터를 지연시간 없이 신속하게 전달하는 5G 덕분입니다.

‘수술, 설계’ 등 전문직 업무도 가상현실로 대체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 있는 의사가 지연시간 없는 5G 가상현실 수술도구를 사용, 지구 반대편 캐나다에 있는 환자를 수술할 수 있게 됩니다.

전세계 이름난 건축가들이 가상현실 공간에 모여 실시간으로 협업, 건축 재질을 결정하고 내외장을 꾸미는 데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가상현실 콘텐츠의 세번째 문제, ‘콘텐츠 종류가 적다’까지 해결됐습니다.

5G 전파가 상상·영화를 현실로 이끈다니, 믿어지나요? 믿어볼 만 합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불과 3년 후인 2021년, 전세계 가상현실 기기 및 콘텐츠 시장 규모가 2150억달러(230조48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5G가 이 부문 성장을 견인한다는 가정 하에서입니다. 한국 이동통신 3사 역시 5G 주력 기술로 드론뿐 아니라 가상현실을 낙점, 각종 서비스를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