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국내 이동통신3사가 협업해 통합 메시징 서비스의 문을 다시금 두드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 주인공은 리치 커뮤니케이션 스위트(RCS) 서비스다.

이통3사는 2012년 RCS 서비스를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카카오톡과 같은 써드파티 메시징 앱 서비스에 밀려 2015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손잡고 서비스를 내놓는 만큼 과거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이통3사가 2012년 야심차게 선보 RCS 서비스 ‘조인' 앱 아이콘. / IT조선DB
국내 이통3사가 2012년 야심차게 선보 RCS 서비스 ‘조인' 앱 아이콘. / IT조선DB
RCS는 2008년 글로벌 이통사가 전통적인 문자메시지를 대체하기 위해 구상한 서비스다. 당시만 해도 음성과 단문 메시지에 국한된 커뮤니케이션을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사진·동영상 전송,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등 멀티미디어까지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담았다. 글로벌 이동통신 표준화 기구인 3GPP가 RCS 단말기 간 신호처리 및 서비스 데이터를 전송하는 미디어 처리 및 품질, 과금 방식 등의 규격을 정의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메신저 앱이 지원하는 기능이 대부분이지만, 당시만 해도 RCS는 큰 주목을 받았다. RCS가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1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였다. 국내 이통3사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력해 RCS 상용화를 위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RCS가 나올 당시에는 이미 카카오톡과 같은 앱이 메시징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또 RCS가 건당 요금을 받던 단문메시지를 대체하는 서비스였던 것도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통3사는 당시 이동통신 요금제 체계를 고려해 유료화를 염두에 둔 RCS 서비스 상용화 계획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이라는 mVoIP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이통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무료 플랫폼으로 단문메시지 수익을 잠식한 카카오톡이 음성통화 영역까지 침범한 셈이었다. 당시 망중립성 이슈까지 거론되면서 첨예한 논쟁이 펼쳐졌고, 방송통신위원회가 mVoIP 허용 여부를 시장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결국, 이통3사는 서둘러 2012년 말 ‘조인(Joyn)’이라는 이름으로 RCS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용으로 상용화했다. iOS 버전은 이듬해 초 뒤늦게 나왔다. 이통3사는 이 서비스를 최종적으로 유료화할 계획이었으나, 초기에는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부분의 기능을 무료로 제공했다.

조인은 출시 초기 330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며 인기를 끄는 듯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별도로 앱을 내려받아 설치해야 하고, 제공하는 주요 기능이 써드파티 메시징 앱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향후 유료화 예정인 시한부 무료 서비스에 안착하려는 사용자는 많지 않았다.

나아가 이동통신 시장이 급변하면서 이통3사가 2015년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조인은 사실상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조인은 이후 얼마간 서비스를 유지하다 같은 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조인의 실패 이후 국내에서 RCS는 명맥을 잃은 것처럼 보였으나,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는 메시징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용자가 주고받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고, 향후 핀테크, 블록체인 등 신규 서비스로의 유입을 유도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이통3사는 조인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갤럭시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업데이트만으로 RC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써드파티 메시징 앱에서 제공 중인 대부분의 기능을 갤럭시의 기본 메시지 앱으로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아직은 제약이 많다. 메시지를 수신하는 상대방도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여야 하고, 이통사 간 호환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자체적으로 문자메시지를 RCS 영역으로 확대한 애플의 아이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아이메시지는 통신망이 끊겨도 와이파이 환경에서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아이폰 사용자끼리의 얘기다.

삼성전자는 RCS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일찍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드는 구글과 긴밀히 협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통사와 추진 중인 RCS 프로젝트가 향후 다른 제조사로도 확대된다면, 적어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끼리는 특정 앱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통합 메시징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RCS 서비스의 주요 기능이 기존 써드파티 메시징 앱과 별반 다르지 않아 사용자가 굳이 새로운 서비스로 이동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카카오톡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이통3사가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에 따라 시장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