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패션도 디자인한다”…구글이 품은 패션 스타트업 ‘디자이노블'

입력 2018.12.18 15:25

"패션 산업이 굉장히 부가가치가 높은데 정작 업계는 신기술 도입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보고 싶었다."

인공지능(AI) 기반 패션 기술 스타트업인 ‘디자이노블(Designovel)’은 지난해 7월 설립됐다. 디자이노블의 신기영·송우상·이건일 공동대표는 포항공대 선후배 사이로 만났다. 세 사람 모두 패션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패션 업계에 AI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디자이노블은 전 세계의 패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션 트렌드와 디자인을 추천하는 AI 기술과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현재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자회사인 현대G&F 영캐주얼 브랜드인 ‘SJYP’는 최근 디자이노블의 솔루션을 바탕으로 AI가 디자인한 옷을 선보이기도 했다.

디자이노블의 AI는 SYJP의 로고와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 등 관련 데이터 33만개를 학습해, 기존 SYJP 이미지와 어울리는 새로운 디자인을 추천한다. SJYP의 디자이너가 수정 사항을 AI에 피드백하고 다시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면 최종 디자인이 완성된다. AI가 디자인한 패션 기술을 선보인 국내 사례는 디자이노블이 최초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공동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강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사 성과발표 자리에서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력이 AI와 협업해 얼마나 더 풍성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AI 기술이 고객의 합리적인 구매를 도울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노블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에 올해 하반기 입주한 기업 중 하나다. 참가 스타트업은 입주사 전용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받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입주사 공간 및 창업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패스포트 프로그램과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18일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진행된 2018 하반기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 입주사 성과 발표 기자간담회 중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가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이번 하반기에 입주한 기업은 AI, 머신러닝(ML)을 활용하는 스타트업 6곳이다. 디자이노블을 포함해 ▲아키드로우(인테리어 디자인 솔루션) ▲애포샤(데이터 처리 가속 솔루션) ▲커먼컴퓨터(AI·블록체인 솔루션) ▲하비박스(개인 맞춤형 취미 큐레이션 서비스) ▲휴먼스케이프(희귀질환 환우 블록체인 커뮤니티) 등이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주한 또 다른 기업인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 기반의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환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블록체인 토큰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휴먼스케이프가 수집하는 난치·희귀성 질환 환자들의 데이터는 제약사나 연구기관 등이 활용해 신약 개발이나 임상 실험처럼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는 "수술하고 집에 돌아간 환자들의 사후 관리를 서비스하는 모바일 앱을 개발한 적이 있다"며 "당시 축적되는 환자 데이터가 상당히 의료적으로 가치 있다는 점을 알게 돼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게 됐다"며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이들 업체가 구글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구글의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구글의 애널리틱스나 G스위트(Suit), 클라우드부터 유튜브까지 각종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전문가와 투자자 등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구글은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 중 하나인 ‘캠퍼스 엑스퍼트 서밋’을 통해 해외 구글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디자이노블은 내년 중동 지역 패션업계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 대표는 "막연히 해외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글로벌 네트워킹 기회를 통해 중동에서 러브콜을 받게 됐다"며 "중동 지역의 패션 디자인 데이터를 수집해 중동 맞춤형 디자인을 새로 제안하는 것도 지금 솔루션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에 선정된 입주사들은 입주 기간에만 50여억원의 투자를 받아냈고, 회사 규모(직원 수 기준)는 약 30% 커지는 성과를 기록했다.

6개의 입주사는 크라우드 펀딩(아키드로우)이나 Series A 투자(휴먼스케이프) 등의 성과뿐만 아니라, 머신러닝 개발 시간 30% 단축(커먼컴퓨터), 오프라인 누적 사용자 25만명 돌파(하비박스), 일 평균 3000개의 데이터 업데이트(디자이노블), 데이터 처리 속도 5배 상승(애포샤) 등 기술 수준도 고도화했다.

한상협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한국 총괄은 "캠퍼스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인수·합병 계약을 맺어 규모가 커지거나, 사용자가 전 세계 수억명으로 늘어나는 등의 가시적인 성장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이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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