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블록체인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입니다. 아직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지금 나온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99.9%는 블록체인이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블록체인을 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10년 이상은 크립토 파이낸스 시장이 블록체인 시장보다 100배 이상 커질 겁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만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의 메시지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가 국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전문가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2기 위원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표 대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이상용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블록체인·암호화폐 공개(ICO) 태스크포스(TF)도 꾸릴 예정이다.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가 사실 블록체인만이 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블록체인이 들어가는 순간 더 느려지죠."

표 대표는 시장에 나왔거나 추진 중인 블록체인 기반 공인인증서, 지역 화폐 서비스를 가감 없이 비판했다. 표 대표는 "물론 그 이야기를 제가 할 필요는 없는데, 답답한 차에 말하다 보니 욕을 먹나 보다"며 "아직 사람이 덜 됐나보다"고도 했다.

이날 그는 ‘솔' 톤의 목소리를 유지하며 활기차고 기운 넘치던 ‘유명인’ 표철민과는 다른 차분한 모습이었다. 다소 지쳐 보였다.

표 대표는 1999년 중학교 2학년 때 회사를 세운 국내 최연소 창업자, 2002년 연세대학교 2학년 재학 중 위자드웍스를 창업해 한국에 위젯을 처음 소개한 사람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2010년 소셜네트워크게임 개발사인 루비콘게임즈를 창업했으며 제대 후인 2017년 1월에는 4번째 회사이자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체인파트너스를 세웠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외에도 중소기업청 정책자문위원, 벤처기업협회 이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시민사법위원회 위원,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융합 전문위원회 위원 등을 맡았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 체인파트너스 제공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 체인파트너스 제공
표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단어 선택에 주의하면서도 자기 뜻을 밝히는 데 거침이 없었다. 블록체인 업계가 곧 인터넷 업계처럼 중앙화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블록체인 업계를 ‘갓 태어난 아기에게 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발언에 거침이 없어 오만하다는 소리도 듣는다는 표 대표는 위선보다 위악을 추구하는 듯했다. 표 대표는 "체파(체인파트너스 내부에서 그들을 표현하는 말)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죠"라고 했다.

체인파트너스는 크게 블록체인 부분과 크립토 파이낸스 부분으로 나뉜다. 표 대표는 "크립토 파이낸스는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며 파이낸스 시장이 블록체인 시장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1대 9의 비율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표 대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중개자를 없애 중앙에서 독점하던 사업자를 해체할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이상을 현실화하는데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표 대표는 "인터넷 시대 초반에도 헛발질을 많이 했듯이,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블록체인과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며 "제가 바랬던 이상적인 세상이 오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를 위해선 블록체인 인프라가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표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체 시장의 꽃"이라며 플랫폼으로서의 블록체인, 그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의 추진력인 암호화폐 등이 가능케 하는 심장이 거래소라고 했다.

표 대표는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자신을 "만드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아직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사람"이라며 "찾는 사람이 많은 사람, 하나도 이룬 것이 없는데 왜 찾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라고 적었다.

실제로 표 대표는 "열심히 하고 제품도 많이 내놓았지만 대표작이 없다"며 "넘어야 할 산이며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꼭 한번 전 국민이 쓰는 걸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어려움에 처했다.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나.

"그동안 블록체인 업계는 개발은 하지 않고 파티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에 해오던 일과 비교하면 지나칠 정도의 거품이 있었다. 적절한 시기에 거품이 빠졌다. 시장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매출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좋지 않으니 신규 진입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좋은 점이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 유니콘(기업가치 1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이 될 수 있다. 내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내년 상황을 예상한다면.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미들맨(middleman, 중개인)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내년은 이 시장이 급격히 중앙화되는 원년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동안 이더리움이나 이오스 등 탈중앙화를 이상으로 한 블록체인이 반짝 인기 끌었다면 내년에는 페이스북, 카카오, 라인, 중국 바이두 등 익히 아는 대형 인터넷 사업자들이 만드는 블록체인이 나올 거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새로운 창업 기회가 열린다고 했지만, 결국 인터넷 강자들이 그 시장을 차지했다. 블록체인 사업도 대형 인터넷 사업자에 의해 잠식될 거다. 물론 언젠가는 이더리움, 이오스 같은 탈중앙화된, 운영 주체가 없는 블록체인이 인기를 끌어서 사람들이 바라는 일종의 레지스탕스적인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몇 년간 이 시장을 지배하는 건 중앙화된, 이미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만드는 블록체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블록체인 시장이 중앙화할 것이라는 근거는.

"체인파트너스의 ‘이오시스’는 이오스 블록프로듀서(BP)로 이오스 기반의 탈중앙화 거래소, 지갑,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만든다. 또한 이오스 유틸리티도 개발했다. 이후 (중앙화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찾아와 코인을 줄 테니 똑같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올해 여름쯤, 이 시장이 조만간 중앙화되겠다고 느꼈다. 이오스와 달리 새로 나온 블록체인은 만든 사람이 있고 제휴팀까지 운영한다. 제휴팀이 있는 블록체인이 더 많은 파트너를 수급할 거다. 결국 인터넷 사업구조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인파트너스의 대응 전략은?

"어떤 의미에선 허탈했다. 어떤 의미에선 빨리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됐다. 이오스 외에 유망한 블록체인 옆에 붙어서 같이 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절반의 에너지는 이오스 등 탈중앙화 블록체인과 가까이 지내는데 쓰고 절반의 에너지는 카카오, 라인, 해외 여러 유명 사업자가 만드는 블록체인에 붙어서 그들이 직접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는데 사용하려 한다. 예를 들어, 댑이나 유틸리티를 개발할 수 있다.

‘벨리데이터1’이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을 위한 인프라, 유틸리티를 개발해주는 일종의 액셀러레이터를 비즈니스다. 실제로 밸리데이터1은 웬만한 블록체인 기업을 다 만났다. 밸리데이터1을 통해 국내외 유망한 블록체인의 BP이자, 댑 개발 파트너로 참여할 거다."


―체인파트너스의 암호화폐 거래소 ‘데이빗’의 사정은 어떤가.

"매출이 제일 잘 나오는 건 데이빗이다. 어쩔 수 없이 시장은 거래소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블록체인을 포기할 순 없다.

체인파트너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크립토 파이낸스를 하는 부분과 블록체인을 하는 부분으로. 크립토 파이낸스는 거래소 3종 세트인 데이빗(암호화폐 거래소), 비하인드(암호화폐를 P2P로 거래할 수 있는 도구 제공 서비스), 코인덕(암호화폐 결제 플랫폼)로 이뤄진다. 사실 크립토 파이낸스 부분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폴라리스(블록체인 개발), 이오시스(이오스의 BP), 토큰노미아(다른 프로젝트 토큰 설계) 등이 블록체인 부분이다. 크립토 파이낸스가 매출을 일으키지만, 이 세상을 개선하려고 창업했기 때문에 블록체인 사업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

―체인파트너스 사업 부문에서 파이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이유는?에

"사실 저는 블록체인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이다. 아직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지금 나온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99.9%는 블록체인이 필요없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블록체인을 하면 안 된다. 많은 회사가 블록체인을 억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반 댑의 대부분은 겜블(gamble, 도박)이다. 겜블 이외의 댑은 굳이 블록체인에 올릴 필요가 없는 서비스다.

앞으로도 10년 이상, 크립토 파이낸스 시장이 블록체인 시장보다 100배 이상 커질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원자재, 채권 시장처럼 전통 자본시장의 거대한 축이 될 것이다. 공인인증서도 지역화폐도 블록체인에 올릴 필요가 없다. 이 사실을 명확히 깨달은 지 6개월 정도 됐다.

체인파트너스도 블록체인 연구개발(R&D)를 하지만, 블록체인을 하는 회사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조금만 공부해보면 블록체인이 필요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에 속아서 들어왔다. 사실 저도 속았다. 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업이 내년부터 블록체인을 만들고, 댑을 쏟아내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차별점이 없기 때문에 아무도 쓰지 않을거라 보나.

"그렇다. 송금 등 그 어떤 서비스도 중앙화된 상태가 더 잘 돌아간다. 카카오페이, 토스, 알리페이, 위챗페이 쓰면서 돈이 털린 사례가 있나?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반 송금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사용자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 국민이 쓰고 있는 공인인증서를 없애주겠다는 것도 아니면서 블록체인 기반 공인인증서를 내놓겠다고 한다. 잘 쓰고 있던 공인인증서를 굳이 지우고 왜 새로 깔아야 하나. ‘이게 더 안전하니까요'라고 주장할 경우 국민들은 ‘지금까지는 불완전한걸 주고 있었던 거에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모든 게 공급자주의적 생각이다.

지역 화폐는 지역 기반 바우처, 포인트 등 여러 이름으로 하고 있었던 사업이다. 잘 돌아가고 있던 사업을 왜 블록체인에 올려야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해당 솔루션을 팔아야 하는 업체의 주장이다. 블록체인이란 이름을 붙여야 투자금도 유치할 수 있고 매출도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지역바우처 서비스에 나서면 지난 10년간 있던 서비스와 다를 바 없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라고 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생색내기 좋다.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 대부분은 사실 블록체인만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블록체인이 들어가는 순간 더 느려진다.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진정한 댑이 나오려면 장시간이 걸릴 것이란 뜻인가.

"댑이 금방 나오긴 할 텐데 다 불법적인 서비스일 거다. 마약 거래, 무기밀매, 불법 다운로드 등."

―속아서 블록체인 시장에 들어왔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속았다는 표현은 지나치고 ‘미들맨을 없애서 중앙에서 독점하던 사업자를 해체할 수 있다'는 블록체인이 주는 철학과 이상이 실현되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체인파트너스는 이오스를 운영하는 회사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등 생각보다 블록체인 분야에 깊이 있게 들어갔다. 웬만한 블록체인 기업을 만나 우리가 뭘 도와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무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모두가 ‘그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오나’하는 착시에 빠졌지만, (코인)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역시 그게 아니었구나’ 싶다.

이더리움은 2014년 12월에 나온, 3년밖에 안 된 아기다. 제가 볼 때 이더리움은 정상적인 속도로 가고 있다. 하지만 이더리움 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기대감으로 인해 아기에 불과한 이더리움에 ‘왜 말을 못 하냐’, ‘당장 뛰어’라고 했던 듯하다.

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카카오, 라인,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애초에 되지도 않는 것을 빨리 만들어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주사를 놓으면서 키우고 있다. 소비자는 관심도 없는데 몇백 명의 개발자를 뽑아서 댑 개발을 시킨다. 익히 들어본 사업자가 댑 개발을 하겠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기존에 없던 것이 나올 리는 없을 거다."

―체인파트너스가 사업부 조정에 들어갔다. 파이낸스 중심으로 개편하나.

"블록체인 쪽 사업은 조금씩 합치고 있다. 밸리데이터1은 폴라리스 팀이 가져가기로 했다. 지난 10월부터 어지간한 블록체인 기업은 다 만났다. 그런데 아무도 준비가 안 돼 있다. 이 회사의 블록체인 돌아가는 것을 보려면 최소 1년 이상 기다려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팀을 없애고 합쳤다."

―체인파트너스가 집중하는 파이낸스란 어떤 건가.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 관심을 두고 오래 준비해 왔다. 업비트, 빗썸이 B2C(소비자 대상 거래) 시장을 잡았지만 기관 간 거래, B2B는 아직 허용되지 않았다. 리서치 센터를 만들어 좋은 리포트를 내놓는 것도 나중에 기관고객이나 초고액 고객을 상대로 비트코인을 팔기 위해서다. 초고액 자산가는 주로 연배 높은데 (비트코인 거래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사는 경우가 많다. 리포트를 내고 세미나를 여는 등 그분들과 꾸준히 인맥 쌓으면서 잠재 고객군을 모으려고 나선 지 꽤 됐다.

그분들은 비트코인을 사고 싶어 하지만 일단 금융위원회에서 막아놔서 못 사고 있다. 언젠가 제도가 바뀌고 B2B 거래가 허용되면 가장 싸고 빠르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살 수 있는 창구기능을 하겠다."


―이오스 기반의 댑 이외에 각종 블록체인 기반 댑을 직접 만들 예정인가.

"마치 스마트폰 시절 초기에 하나의 앱을 만들어서 애플 앱스토어에도 올리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도 올리고 SK텔레콤 티스토어에도 올린 것과 같다. 내년 핵심 사업은 댑 수급이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이 ‘갑’인 듯 보이지만, 조만간 ‘콘텐츠(댑)’가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이 200개가 넘는다. 스마트폰 시절 초창기에 몇 백개의 앱스토어가 등장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제 좋은 콘텐츠가 올라오는 플랫폼만 살아남게 될거다.

체인파트너스가 직접 댑을 개발하거나, 개발시키거나, 유치해서 잔뜩 모아놓고 우리와 계약한 블록체인 플랫폼에 몇 백개의 댑을 꽂아주는 식의 사업을 할거다. 댑 퍼블리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2기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이다. 주로 무엇을 언급할 예정인가.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을 1 대 9의 비율로 다룰 거다. 블록체인은 다룰 게 없다. 블록체인은 육성 말고 사실 싸울 게 없다. 물론 블록체인은 중앙화된 인터넷이 풀 수 있는 걸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현안이 되는 것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부분이다. 거래소, 조세, 디지털 자산의 법적 성격, 암호화폐 공개(ICO), 크립토펀드 등이 크립토 파이낸스와 관련된 의견이 첨예하다. 2기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한 이슈를 주로 다루게 될 거다."

―ICO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 ICO에 대해) 부정적이다. 일단 거래소를 제도화해야 하고 ICO를 단계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기관투자자, 일정 재산이 있는 개인 등 적격투자자만 (ICO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쪽이다. 이 경우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을 해도 장단이 있다. 그런데 아무나 투자할 수 있게 하면 사기가 많아진다. 이런 문제는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할 듯하다."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자로서 정부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사실 거래소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의 꽃이다. 물론 거래소는 아름다운 사업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정부도 지자체도 전 국민이 블록체인에 관심 갖게 된 이유가 코인 가격 상승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거다. 결국, 블록체인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거래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마진거래를 막고, 투기 과열을 잠재우려다 보니 많이 늦었다. 그 사이 해외 거래소인 후오비, 오케이엑스, 바이낸스는 한국에서 별걸 다 한다. 심지어 오케이엑스는 파생거래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거래소는 너무너무 하고 싶었지만,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한국이 본진이니 조심하지만, 해외 거래소는 한국 정부가 금지하는 파생거래 등의 서비스를 내놓는다. 한국 사람들은 서비스가 다양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거다.

전체 생태계의 핵심이 될 거래소의 경쟁력이 굉장히 약화했다. 적어도 1년 이상 늦어졌다. 우리가 해외 거래소의 속도를 따라잡으려 해도 해외 거래소는 더 빨리 앞서 갈 것이다. 글로벌 생태계 중 일부라도 차지할 수 있었는데 완전히 뺏긴 게 아닌가 싶다. 빗썸, 업비트의 점유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반면 중국 거래소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하기 좋은 여건은 아니다. 굳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었다. 진짜로. 우리나라 기업이 성공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도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한국 정부를 설득해서라도 글로벌에서 손에 꼽는 한국 블록체인 기업을 하나는 만들자는 생각이다.

크립토 파이낸스 사업은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거다. 후오비 등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 바이낸스도 독자적인 블록체인을 만든다. 결국 거래소가 없으면 이 생태계에선 아무것도 못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있어야 사업 자금을 댈 수 있다는 뜻인가.

"암호화폐 거래소는 영향력을 뜻한다. 거래소가 지지하는 프로젝트, 해당 프로젝트가 발행한 코인을 상장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토스 송금 서비스를 사용했기에 나머지 상품을 끼워팔 수 있었던 것처럼,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거래소가 선택한 코인이 실제로 사고 팔리는 영향력과 유통력이 있어야 점점 뻗어 나갈 수 있다.

이오스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상당수는 글로벌 거래소다. 후오비, 비트피넥스가 이오스 주요 운영자다. 바이낸스도 이런 사실을 알기에 전 세계인 모아서 거래시켜놓고 하나씩 하나씩 전방통합하고 있다. 이번에 ‘바이낸스 체인’을 만들겠다고 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낸스 체인 위에서 누구나 쉽게 코인을 만들면 자기가 선택해서 자기네 거래소에 올려주겠다는 뜻이다. 다른 블록체인 밑에서 코인을 만들던 이들이 바이낸스 밑으로 올 거다. 왜냐면 바이낸스에 상장해주니 때문이다. 이 모든 톱니바퀴를 돌리는 심장은 거래소다."

―거래소가 또 하나의 중앙화된 기업이 되는 것 아닌가.

"맞다. 이미 그렇게 돼 있다. 이미 거래소가 다 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이 아니라는 비판도 많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바이낸스나 오케이엑스 같은 글로벌 거래소는 블록체인 기술이 없을 수가 없다. 우리도 데이빗을 만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썼다. 거래소를 제대로 만들어서 입출금이 제대로 되게 하고, 지갑도 직접 만들려면 블록체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거래소는 직접 지갑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블록체인 기술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핵심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반대로 바이낸스는 지갑을 만들었으니 블록체인이 확실히 있다고 우리도 지갑을 스스로 만들었으니 블록체인 기술을 넣었다. 코인 상장을 할 때 암호화폐 지갑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지갑 개발 업체에 외주로 맡긴 거래소는 전화 한 통이면 되지만, 우리는 이오스가 새로 나오면 지갑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내년에 클레이튼이 나오면 클레이튼 지갑을 개발해서 넣어야 하는 식이다."


―체인파트너스는 왜 이오스를 선택했나.

"이오스가 약속한 명확한 장점이 있었다. 이를테면 코인을 거래할 때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이런 기술적 장점 이외에 만든 사람이 믿을 만했다. 댄 라리머는 이미 성공적인 블록체인을 2개나 만들었고, 이오스 투자자도 유명한 이들이었기에 믿을 만했다.

블록체인 불모지인 한국에서 나온 블록체인 신생기업이 어떻게 해야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모험을 한 거다. 즉, 새로 나온 블록체인 옆에 붙어서 위험을 감수했다.
이더리움도 좋지만, 이더리움 주변에는 이미 좋은 스타트업이 많았다. 다행히 이더리움만큼은 아니어도 이오스도 충분히 등에 올라탈 만한 호랑이였다고 생각한다."

―1년 6개월 남짓 회사를 운영해온 소회는.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오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체인파트너스가 한국 블록체인 산업에 필요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돈은 안 되지만 꼭 필요한 게 사업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인파트너스는 애초 해외 사례 연구에서 시작했고 이 시장이 커지면 꼭 필요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사업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면서 커졌다. 디센터도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를 보고, OTC는 미국의 써클을 보고 ‘한국에는 없네’하고 베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베꼈더라도 이제는 한국에 있다. 100여 명의 직원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만약 이 회사가 시장 상황이 안 좋아져서 사업을 접거나 줄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너무 안타까울 듯하다. 저는 회사 외에도 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후퇴하면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다양성이 후퇴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라는 중요한 사명이 있다. 소문도 많고 욕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지만, 체인파트너스는 사기 치지 않고 거짓된 것을 하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을 모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경쟁자를 꼽는다면.

"바이낸스, 오케이엑스, 후오비 3사다. 상대방은 우리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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