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IT경영전략 학회(ISSU) 소속 학생들과 연말 기획으로 이슈 리포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이슈 리포트는 주목받는 기술 이슈인 블록체인, AR/VR, 인공지능(AI)을 주제로, 2인1조 5개팀이 참여했습니다. IT스페셜리스트 양성을 목표로 하는 ISSU 학생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들 기술 이슈를 풀어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 상용화 직전 단계의 AR/VR

빌 게이츠는 2001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5년 내로 태블릿 PC가 북미에서 팔리는 PC의 가장 흔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태블릿 PC가 노트북을 대체할 것이라는 미디어의 전망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태블릿 PC의 현재 위상은 기대치를 한참 밑돈다. 심지어 지금은 혁신제품이 아닌 노트북의 보완품 정도로 여겨진다. 수많은 유망 신기술들은 이와 비슷한 형태의 ‘흥망성쇠’를 그린다.

그렇다면 2017년도에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의 대유행으로 대중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증강현실(AR) 기술은 지금 어느 단계에 있을까?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AR 기술은 세로축의 하단부에 대중의 관심이 급격하게 식는 단계인 ‘기술소멸’ 단계에 있다. 하지만 세로축에서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 기술이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가트너는 이러한 AR기술에서 거품이 점차 빠지고, 곧 안정적인 성장기에 들어서리라 예측했다. 과연 AR과 그 유사기술인 VR은 기술소멸 단계를 넘어서서 널리 상용화된 기술이 될 수 있을까?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 / 출처 techM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 / 출처 techM
◇ 패션 업계가 주목하는 AR 및 VR을 이용한 가상 피팅

현재 AR/VR 기술에 촉각을 기울이는 업계는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콘텐츠, 게임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분야 못지않게 패션업계 역시 AR/VR 기술, 구체적으로는 이를 활용한 ‘가상 피팅’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 피팅’은 그 단어만으로도 직관적으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듯이 의류를 직접 착용해보지 않고도 AR 및 VR 기술의 도움을 받아 실제 피팅을 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얻는 서비스이다.

가상 피팅 채널은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로 나누어진다.

오프라인 채널로는 백화점, 상가, 단일 패션 브랜드 매장 등이 있는데, 현장에 설치된 가상 피팅 기기를 찾아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온라인 채널보다 자신의 신체를 더욱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옷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백화점에서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 및 매장의 의상을 확인하고 각각의 옷을 믹스매치할 수 있다.

온라인 채널은 전자상거래 플랫폼부터 각 패션 브랜드의 쇼핑몰까지 PC, 태블릿, 모바일 기기 등의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기존의 온라인 쇼핑에서는 업체에서 제공하는 의상 사이즈 수치를 스스로 가늠하고 소비자와 다른 신체 사이즈를 가진 모델의 착용 사진만 보고 옷을 골라야 했다면, 가상 피팅 서비스를 통해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기반으로 생성한 아바타에 다양한 옷을 입혀볼 수 있어서 기존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 가상 피팅 기술의 현주소

이렇듯이 가상 피팅은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혁신적으로 해결해줄 기술이지만, 아직은 우리의 실생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패션 업계가 가상 피팅에 주목한지 꽤 오래됐음에도 상용화를 더디게 하는 몇가지 걸림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적인 문제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상 피팅이 실제 피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현실감이 있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체 형태와 움직임을 정확히 트래킹하는 기술, 가상 의상을 실제에 가깝게 3D로 구현하는 기술, 구현된 의상 그래픽을 신체에 이질감 없이 입혀서 보여주는 등의 AR 및 렌더링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 중이나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패션테크 스타트업 Metail에서 제공하는 가상 피팅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결과 아직은 그래픽이 실제보다는 애니메이션에 가깝고, 다소 합성사진의 느낌이 났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빠르고 쉬운 피팅이 가능하다는 장점, 옷의 핏과 코디 매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영국의 패션테크 스타트업 Metail의 가상 피팅 서비스. 원하는 의상을 Try하면 오른쪽 배너에 자신의 신체 사이즈가 입력된 아바타에 가상 피팅이 이뤄진다. / Metail 출처
영국의 패션테크 스타트업 Metail의 가상 피팅 서비스. 원하는 의상을 Try하면 오른쪽 배너에 자신의 신체 사이즈가 입력된 아바타에 가상 피팅이 이뤄진다. / Metail 출처
패션산업 입장에서도 가상 피팅의 상용화를 더디게 하는 기술적인 걸림돌이 있다. 바로 그들이 가진 수많은 제품을 3D 그래픽 의상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신제품의 출시도 잦아지고 있는 요즘 패션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DB화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기술로는 한 벌의 의상을 DB화하는데 수 시간이 소요됐다. 다행히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국내 AR/VR기술 전문 스타트업 에프엑스기어(FXGear)에서 개발한 CAT(Cloth Authoring Tool)이다. 이 기술은 의상의 앞-뒤 2D 이미지만으로 3D 의상을 구현해 비전문가도 약 5분 미만의 시간 내에 한 벌의 의상을 DB화할 수 있다.

CAT기술로 3D의상을 구현하는 과정. / 출처 유튜브

기술적인 걸림돌 이외에도 국내 패션산업이 생산과 유통 중심이다 보니 IT 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IT 기술을 산업에 활용하려는 시대의 트렌드와 더불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소비자 편의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패션산업에서의 변화가 몇 년 전부터 보인다. 그 결과 기술 부족으로 널리 상용화되지 못했을 뿐, 이미 여러 곳에서 AR/VR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실제 피팅을 대체하려는 목적보다는 마케팅이나 이벤트성으로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설치된 가상 피팅 체험존. /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설치된 가상 피팅 체험존. / 롯데백화점 제공
그 밖의 걸림돌은 무엇이 있을까? 앞서 언급한 에프엑스기어(FXgear)로부터 답변을 들어봤다. 에프엑스기어는 일찍부터 가상 피팅 솔루션에 집중해온 AR/VR기술 스타트업이다.

에프엑스기어는 AR로 충분히 경험 가능한 옷의 핏을 제외하고도 옷의 재질, 무게감, 보온성 등 의류 구매에 작용하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도 가상 피팅 과정에서 파악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옷의 재질은 시각적 패턴으로 어느 정도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그래픽을 완성한다면 AR/VR 환경에서도 사용자가 파악 가능한 수준이 되리라 예측한다. 다만 피부에 닿는 재질이나 무게감, 보온성 등은 시각적 자극 외의 자극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AR/VR로 구현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현재 AR/VR 환경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의상 원단의 재질, 무게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텍스트나 수치로 제공하는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 AR/VR기술을 활용한 가상 피팅의 전망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비대면 방식인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을 뽑았을 만큼 비대면 쇼핑에 대한 선호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가상 피팅 기술마저 상용화된다면 온라인 쇼핑은 날개 달리듯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전세계 유통 공룡 기업들의 주도에 따라 무인 상점 트렌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올해 1월 무인상점 ‘아마존 고’를 개장하고 계산원 대신 수백대의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자동으로 고객의 아마존 계정으로 금액을 청구하도록 했다. 징동그룹도 지난해 10월 베이징에 첫 무인상점을 오픈한 이후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 피팅은 매장 점원이나 재고 관리자 없이도 소비자들이 기기를 통해 다양한 옷을 입어보고, 구매 가능해 차세대 오프라인 쇼핑에서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프엑스기어는 소비자 구매 만족도 향상과 기업의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바일에서의 사이즈 시뮬레이션 기능을 전격 탑재해 소비자가 구매 전에 자신의 체형에 옷이 잘 맞는지 예측해 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구매 전환율 향상과 반품율을 감소시켜 매출신장과 사후관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술 발전 속도라면 AR/VR 기술은 머지않아 기술소멸의 단계를 넘어 우리의 실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 되리라 전망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ISSU 학회원. / ISSU 제공
ISSU 학회원. / ISSU 제공
이슈(ISSU)는 1997년 설립되어 올해 설립 21주년을 맞은 연세대학교 유일의 IT경영전략 학회입니다. ISSU는 IT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전공과 학년의 연세인으로 구성됐습니다. 논리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IT 지식 공유와 현장경험에 기반한 전문성을 확보해, 급변하는 IT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IT스페셜리스트 양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슈는 매학기 다양한 IT기업들과 산학협력을 추진함으로써 IT기업들이 현업에서 직면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자 합니다. 현재까지 라인프렌즈, 리디북스, 네이버 호텔&항공권, SKT누구, 플레이윙즈 등 여러 IT기업 및 IT서비스들이 가지는 고민거리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져왔습니다. 이번 2018년에는 아만다, 네이버 파파고와 함께 산학협력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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