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에 의미있는 변화의 기류가 불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정체됐던 PC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새롭게 탄력을 받는 데다, 기업용, 교육용, 게임용 PC에 이어 ‘개인용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PC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에도 가장 크게 실감하는 변화는 CPU 코어 수의 빠른 증가다. 10년 넘게 4개 코어가 최대였던 일반 개인용 프로세서의 코어 수는 불과 2년 사이에 6개, 8개로 최대 2배로 껑충 뛰었다.
인텔 코어 i9-9980XE는 단순 사양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제품이다. 성인 남성 손바닥 반만 한 프로세서 하나에 무려 18개의 CPU 코어가 탑재됐다. 아직도 일반 개인용 PC에 탑재되는 CPU의 코어 수가 보통 4개에서 최대 8개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하나의 CPU로 일반 PC 2대에서 5대 수준의 처리 성능을 제공하는 셈이다.
구조적으로도 개인용 CPU와 매우 다르다. 4개에서 8개 코어를 탑재한 기존 인텔의 일반 개인용 CPU는 여러 개의 코어가 고리 형태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링 버스(ring bus)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지만, 코어 i9-9980XE를 비롯한 인텔의 최신 HEDT 프로세서는 각각의 코어가 그물처럼 데이터를 주고받는 ‘메시(mesh)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이는 다수의 CPU 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코어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간을 단축해 단순히 코어 수의 증가로 인한 데이터 병목 및 처리 효율 저하를 방지한다. 실제로 코어 i9-9980XE를 비롯한 ‘스카이레이크-X’ 기반 인텔 HEDT 프로세서는 링 버스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브로드웰-X’ 및 이전 세대 프로세서와 비교해 전반적인 처리 성능이 20%~30%가량 향상됐다.
영상 콘텐츠의 실시간 송출은 물론, 녹화 후 각종 효과 삽입 및 편집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을 줄이는 압축, 즉 인코딩(encoding) 작업이다. 영상의 화질과 품질이 좋을수록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이 데이터의 양을 줄여야만 더욱 빠르게 전송 및 실시간 송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영상 전문 편집 소프트웨어들은 이러한 인코딩 과정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도록 CPU의 멀티 프로세싱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CPU의 코어 수가 많을수록 하나의 영상을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비례해서 단축된다. 최대 18코어 36스레드를 지원하는 코어 i9-9980XE가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다.
평면 이미지와 프레임, 3D 오브젝트로만 구성된 작업물을 실제 현실에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사실적인 결과물로 보이게 만들려면 소재의 특성, 광원의 종류와 위치 및 방향 등의 정보를 토대로 반사광과 그림자, 색상 및 농도 등을 하나하나 계산하고 그래픽으로 구현해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르는 방대하고 복잡한 연산 처리 성능이 필요하다.
당연히 CPU의 코어 수가 많을수록 렌더링에 필요한 복잡한 연산을 분산처리할 수 있어 전체 렌더링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즉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결과물을 기다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작업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그만큼 낭비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한 대에 수천만 원대의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규모 기업, 개인 사업자, 학교 연구실 등의 환경에서는 멀티코어의 장점을 알면서도 비용 문제 때문에 최대 8코어 이하의 일반 프로세서 시스템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반적인 문서 업무나 최신 온라인 게임만 즐기는 수준인 대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코어 i9-9980XE같은 전문가용 프로세서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1인 미디어’의 확산을 시작으로 개인용 시스템에서도 전문가급 성능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차세대 VR 및 AR, 더욱 정교하고 똑소리 나는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이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올수록 모바일 디바이스로는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컴퓨팅 시스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인텔 코어 i9-9980XE 익스트림 에디션은 전문가급 컴퓨팅 환경의 확산과 대중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