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IT경영전략 학회(ISSU) 소속 학생들이 2018년 연말 기획으로 이슈 리포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이슈 리포트는 주목받는 기술 이슈인 블록체인, AR/VR, 인공지능(AI)을 주제로, 2인1조 5개팀이 참여했습니다. IT스페셜리스트 양성을 목표로 하는 ISSU 학생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들 기술 이슈를 풀어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비트코인 열풍이 튤립 버블, 닷컴 버블의 또 다른 형태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를 바꿀 기술이기에 과도한 규제는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비트코인 투기 열풍을 잡기 위해 정부에서 거래를 규제하는 방향이 옳을까?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 중 하나는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비트코인이 현재 문제가 되는 달러 체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예견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달러가 중심인 현재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먼저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발명했다. 많은 사람은 비트코인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드러난 현재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발생한 금융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2번의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양적 완화 정책이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달러의 대량 생산은 가치하락으로 이어졌고 달러 보유자는 손실을 보았다. 이렇듯 지금의 달러 금융 시스템은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무제한으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고, 이것은 미국 연준의 가장 중요한 금융 정책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어떤 특성이 현재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것일까?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를 통해 비트코인의 특징을 알아보자. 블록체인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블록, 해시값, 노드, 채굴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아야 한다. ▲블록이란 정보가 들어있는 단위이다. ▲해시값이란 블록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검증된 암호화 기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시값을 이용해서 블록을 생성하며 정보를 블록안에 저장할 수 있다. ▲노드란 채굴자라고도 하는데, 블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노드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채굴은 블록의 비밀번호인 논스값을 찾아내는 작업을 말한다. 채굴을 통해서 논스값을 찾아내면 채굴자는 블록을 가진 노드가 될 수 있다. 한 블록 안에는 현재까지의 정보뿐 아니라 여태까지 모든 다른 블록의 정보가 들어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보가 생겨서 블록 안의 정보가 바뀌어야 한다면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블록의 내용이 바뀌는 것일까?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블록을 가진 노드들은 자신이 받은 정보가 위조된 것인지 아닌지 다른 노드와 정보를 상호 비교해 확인한다. 이때 전체 노드 51% 이상이 참이라고 동의하면 블록에 참인 정보를 넣는데, 이것을 ‘합의 과정’이라고 부른다. 이때 이 정보가 송금 거래내역이라 하고, 주고받은 돈이 비트코인이라고 한다면 노드들은 합의 과정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결국, 블록체인 시스템이 잘 유지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채굴을 통해 블록을 발견하는 것과 노드의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값을 찾는 과정이 매우 힘든데, 그렇기에 이 값을 찾아낸 채굴자에게 매우 많은 비트코인으로 보상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어떤 속성이 어떻게 기존 화폐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하는 것일까? 비트코인이 기술적 기반을 두고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통해 알아보자.

블록체인의 특성은 투명성, 탈중앙화 시스템, 유한한 가치로 꼽을 수 있다.

첫째로,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시스템을 사용한다. 분산원장 시스템이란 한 사람이 회계 장부를 작성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작성할 수 있다. 블록 안의 내용을 모든 사람이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둘째로, 블록체인은 P2P 거래(Peer to peer, 개인과 개인)가 가능하다. 기존의 송금은 은행 DB에 거래 내역을 저장했고, 은행이 거래를 중개하고 보증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모든 노드가 거래 내역을 보증하기 때문에(합의 과정) 중개자가 필요하지 않고 개인 간의 거래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중앙의 어느 한 단체가 정보를 관리하거나 거래를 중개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중개자이자 보증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그 수가 제한되어 있어 유한한 가치를 갖는다. 연준의 금융 정책 방향에 따라 공급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달러와 달리, 비트코인은 초기에 2100만개로 공급량이 제한됐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 이후로 사람들은 중앙은행과 같은 중앙 기구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 양적 완화 정책으로 가치 손실을 본 많은 달러 보유자들이 금처럼 공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였다. 또한, 은행의 정보 관리와 같은 보안 이슈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일부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위에서 언급한 비트코인의 특징이 기존의 화폐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다음 세대의 화폐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렇다면 과연 비트코인이 정말로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가치의 안정성 문제 때문이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비트코인의 가격은 큰 폭으로 요동쳤다. 2017년 비트코인의 가격은 1년간 약 20배에 가까운 증가를 하며 많은 투자자로 하여금 비트코인 시장에 참여하도록 만들었으나 2018년 1월부터 비트코인의 가격은 가파르게 하락세를 보이며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례로, 한 때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80%, 거래량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비트코인 강국이었던 중국은 비트코인의 가치 안정성 문제로 인해 2017년 9월 중국 내 비트코인 거래소를 폐쇄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비트코인이 과도기 단계이기 때문에 가격이 요동치지만, 이는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투기적 목적을 갖고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시민들의 태도가 과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가치의 변동성 문제로 인해 비트코인이 화폐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될 수 없다는 게 현재로서는 지배적인 여론이지만, 비트코인이 거래수단으로서 사용될 가능성은 열어둔 국가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는 일본이다.

일본은 암호화폐 관련 법 및 제도 정비에 일찍부터 나섰다. 그 결과 일본은 암호화폐로 결제가 가능한 업종 및 업체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금융기관에서도 은행 간 송금에 비트코인 활용을 논의하는 등 암호화폐의 ‘결제수단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벼룩시장 앱 메루카리에서는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며 LP 가스판매회사 미츠와산업은 전기 및 가스 요금을 비트코인으로 납부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일본에서는 ‘거래소 보험’을 통한 비트코인의 거래 안정성도 추구하고 있다. 2017년 6월,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프라이어’는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이 보험은 미쓰이스미토모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으로 1000만엔부터 10억엔까지 해킹이나 절도에 의한 손실을 보전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온라인 거래소는 고객의 계좌에 담긴 자산을 위임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 금융회사에서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보험상품을 제공함으로 인해, 고객들은 거래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하더라도 보험에 가입한 거래소들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 보험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거래를 더 신뢰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비트코인이 거래수단으로서 일본 사회에 안착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은 암호화폐 사용 확대에 따른 위험이 있음을 인정하되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금융기업을 비롯한 다방면의 기업들에서 비트코인의 역할을 거래 수단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한 거래소 보험 등을 통한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의 특수한 경우이고, 아직 세계 여론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모두 투기적 성격을 띤 것으로 보고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기존의 화폐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해서, 암호화폐 전반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민간 기업에서는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들을 만들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암호화폐를 만들어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통화공개)를 하고 있다. 기존의 가상통화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프로젝트와 관련한 새 가상통화를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는 암호화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술 가운데 Vehicle Lifecycle Blockchain(이하 VLB)은 최근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상당한 시선을 끌고 있다. 이는 차량 전 주기에 걸쳐 생성되는 모든 기록을 탈중앙적인 분산 원장에 기록하고 이를 이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VLB의 토큰 발행사인 CarFix는 2017년 11월 ICO를 진행했다. CarFix는 차량 모델, 차량등록번호(VIN), 보증 식별자, 마일리지 기록, 수리부품 비용, 지불 정보 등을 묶어 분산원장에 기록하고 차량 소유자, 수리점, 차량 제조사, 수리 부품 제조사들은 해당 거래 기록을 조회하는 것이 가능하다. CarFix 플랫폼을 통해 개인 이용자는 자동차를 구입, 정비하고자 할 때 정보탐색 비용을 조금만 들이고도 원하는 서비스를 얻을 수 있고, 차량 제조자, 수리 부품 제조사 등은 복잡한 계약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어 거래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때 정보제공자는 정보 제공의 대가로 VLB 토큰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받으며, 관련 참여자간 트랜잭션에 접근 혹은 기록하려는 이용자는 VLB 토큰을 지불한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는 암호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CarFix의 Vehicle Lifecycle Blockchain 구조. / 출처: 스팀잇
CarFix의 Vehicle Lifecycle Blockchain 구조. / 출처: 스팀잇
이렇게 암호화폐를 통해 발전된 블록체인 시스템은 여러 분야에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첫 번째는 온라인 투표로, 블록 안에 있는 내용을 위변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온라인 투표에 적용하는 것이다. 2016년 미국 유타 주에서는 공화당 등록 당원이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를 통해 공화당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인 투표에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경기도 따복 공동체가 주민제안 공모 심사에서 블록체인 기반 투표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두 번째로는 공급망 관리 및 커머스 분야이다. 영국 기업 Provenance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을 관리하고 상품이 공급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제품 제조사나 브랜드 업체, 리테일러, 구매자 등은 상품이 공급되고 판매되는 공급 체인 상에서의 상황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세금과 예산 관리 분야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분야에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예산 할당 내용부터 제출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지출 내역을 관리하기 때문에 관련 행정 비용 부담이 감소한다는 장점도 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블록체인을 통해 세금을 거두는 국가가 2023년부터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듯이 블록체인은 우리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혹자는 4차혁명 중 가장 핵심적인 기술을 블록체인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책 방향 수립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블록체인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의 암호화폐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ISSU 학회원. / ISSU 제공
ISSU 학회원. / ISSU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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