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를 향해] ③우주산업 골드러시, '뉴 스페이스' 시대 선점경쟁 가속

입력 2019.01.03 09:13

우리나라가 2018년 11월 28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용 75톤(t) 엔진 시험발사체 성능비행에 성공했다. 이번 시도로 우리나라는 우주발사체용 독자 엔진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같은 해 12월 4일과 5일에는 연달아 ‘차세대 소형위성 1호'와 ‘정지궤도 복합위성 2A호(천리안 2A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렸다. 항공우주 전문가는 이번 성과가 국내 우주개발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다가올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편집자 주]

◇ 민간 우주여행이 현실로…’뉴 스페이스' 시대 성큼

2018년 12월 3일 차세대 소형위성 1호를 탑재한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이 발사대를 벗어나 날아오르고 있다. / 스페이스X 제공
‘뉴 스페이스'는 기존 정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62년 전인 1957년, 구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소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리자 당시 구 소련과 냉전 관계인데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미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불린 이 사건 이후 국가 주도의 우주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미국의 1969년 달 착륙은 그 정점에 달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주 산업의 선도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정부기관이 아닌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같은 민간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2000년대 초반 직접 로켓을 만들어 우주여행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을 때만 해도 세간은 그저 실리콘밸리의 엉뚱한 괴짜가 또 기행을 일삼는다고 치부했다. 당시만 해도 국가 주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던 우주개발 사업에 일개 기업이 뛰어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베조스는 2000년 사비를 털어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블루오리진은 2015년 ‘뉴 셰퍼드'라는 우주선을 개발했다. 뉴 셰퍼드는 2017년 시행비행에 성공했고, 2020년 뉴 셰퍼드를 우주 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까지 쏘아올릴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우주여행 관광 상품을 내놓겠다는 게 베조스의 큰 그림이다. 베조스는 매년 10억달러(1조1300억원)에 달하는 아마존 주식을 팔아 블루오리진 자금으로 조달했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라는 원대한 꿈을 꾸는 중이다. 스페이스X는 우주발사체 사업에서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0년 ‘팰컨9’ 로켓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는 이미 재활용 가능한 로켓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우주로 나아가려는 국가나 기업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했다. 2018년 12월 4일 발사된 한국의 차세대 소형위성 1호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타고 날아올랐다.

이를 단순히 괴짜 억만장자의 일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주산업은 향후 수십년 내 수천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3500만달러(400조원) 규모의 우주 시장이 2040년이면 1조1000억달러(124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든 스타트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브라이스텍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7년 연간 최대 30억달러(3조3600억원)의 자금이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우주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만 해도 180곳에 이른다. 이 중 61%는 최근 6년새 설립됐다.

이들 스타트업은 ‘큐브셋'으로 불리는 소형 군집위성 등을 활용해 과거 국가가 주도해 쏘아올린 위성을 통해 제한적으로 제공받던 기상관측 데이터 등을 기업이나 단체 등이 비교적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형 위성의 경우 중대형 위성보다 보내오는 데이터의 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원하는 데이터에 최적화된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소형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적합한 소형 발사체 시장도 자연스럽게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길이 10m 내외의 소형 발사체는 팰컨 9과 같은 대형 로켓에 비해 발사 비용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한국에서도 스페이스X 나올까…민간 참여 유도방안 마련 시급

2018년 12월 5일 발사된 천리한2A호를 실은 아리안 발사체가 발사대를 벗어나 날아오르고 있다. /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우리 정부도 2018년 초 제14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안’을 심의·확정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개발진흥법 제5조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5년 주기로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안에는 우주혁신 생태계 구축과 우주산업 육성 등이 중점 전략 분야로 정해졌다.

정부는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2021년 한국형발사체 본발사 이후 후속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해 2026년부터는 민간 발사체 서비스 시대를 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부터는 중소형 위성 발사를 민간 주도로 제공한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민간 발사체 서비스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민간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정부 차원에서의 투자 외에 민간 기업에서의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태다.

국내에서도 우주 탐사용 장비나 소형 큐브셋 위성을 만드는 우주 스타트업이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여전히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우주산업 관련 생태계 자체가 협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순수 우주산업 관련 인력은 684명으로 미국 20만1100명, 영국 8921명, 독일 8400명 등 주요 선진국에 크게 뒤진다.

정부 주도 우주개발 경험이 있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우주산업의 주체가 정부에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우주개발 경험이 부족한 우리는 정부의 투자도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초기 인프라와 같은 기간산업을 주도해 그 경험을 민간에 나눠주고, 관련 규제를 조절해 가능한 사업 영역을 넓혀주는 식의 기반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현실적으로 예산 규모에서 선진국을 바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특히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는 국내 연구개발 환경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실패를 담보로 노하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한 우주산업에 과감한 투자가 집행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기업을 잇는 우주개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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