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52) 변신·합체로봇 초석 다진 '겟타로보'

입력 2019.01.05 06:0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이글·재규어·베어 3대의 기체가 합체하면 하나의 거대로봇으로 변신하는 ‘겟타로보(ゲッターロボ)’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변신합체로봇의 ‘원조(元祖)'로 통한다.

1974년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겟타로보'는 1975년 ‘겟타로보G’, 1997년 ‘진(真)겟타로보' 등을 거쳐 2017년 로봇과 마작을 융합한 전투를 그린 ‘겟타로보 하이(牌)’ 등 다채로운 작품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만화 겟타로보 단행본 1권 표지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겟타로보는 세 개의 기체가 합체 순서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세 가지 로봇으로 변신하는 것이 특징이다. 겟타의 변신·합체 방법과 광기마저 느껴지는 격렬한 전투는 이후 등장하게 되는 다채로운 로봇 및 SF 만화·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끼쳤다.

◇ 가면라이더의 ‘변신'을 슈퍼로봇에 더해 탄생한 ‘겟타로보'

겟타로보가 탄생한 시기는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일본 후지TV를 통해 방영된 ‘마징가Z’로 슈퍼로봇 붐이 한창일 때다.

1970년대 일본 어린이 사이서 ‘변신'붐을 이끌어 내 사회 현상까지 발전시킨 인기작 ‘가면라이더'로 승승장구하던 영화 제작사 토에이(東映)는 가면라이더의 ‘변신'이란 키워드를 마징가Z 같은 슈퍼로봇에 융합시킬 수 없을까 고민했다.

원조 가면라이더 변신 포즈. / 이시모리프로 제공
겟타로보는 토에이가 ‘로봇+변신'이란 컨셉을 담은 새로운 영웅물을 마징가Z를 탄생시킨 만화 거장 나가이 고(永井豪)에게 의뢰하며 탄생하게 됐다.

당시 만화 ‘그레이트 마징가'를 연재하고 있던 나가이는 두 개의 로봇 만화를 동시에 연재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나가이는 겟타로보의 기본 설정과 세계관, 스토리를 구축한 뒤 자신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독립한 만화가 이시카와 켄(石川賢)을 불러 겟타로보 만화를 완성시켜줄 것을 부탁한다. 겟타로보 원작자가 나가이 고와 이시카와 켄 두 사람으로 기록된 이유다.

겟타로보는 본래 3대의 머신에 3명의 파일럿이 탑승하는 것이 아닌, 3명의 중학생이 사이보그로 변신해 싸운다는 설정이었다. 사이보그로 변신한 3명은 또 다시 3대의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초기 설정 속 겟타 머신은 바퀴가 달려있었지만, 변신 후 타이어가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지상전차가 아닌 전투기 모양으로 변경됐다.

◇ 원작 만화는 나가이 작품 답게 과격·광기 넘쳐

겟타로보 스토리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미디어로 공개된 탓에 내용과 결말이 조금 다르다. 만화로는 주간소년 선데이 외에 어린이용 만화잡지인 ‘소학2년생', ‘소학3년생', ‘테레비랜드' 등을 통해 동시 연재됐다. 어린이용 만화잡지에 나오는 게타로보의 스토리는 캐릭터 설정과 내용, 언어 수위 등에서 기존 작품과 차이가 있다.

겟타로보 만화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겟타로보 만화책 스토리는 이렇다. 겟타로봇을 만든 사오토메 연구소는 태고시절 지상에 내리쬔 겟타광선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하지만 겟타 에너지는 땅 속 마그마층에서 살다가 다시 지상을 정복하려는 공룡인간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에너지였다.

사오토메 박사는 겟타 에너지로 움직이는 슈퍼로봇 ‘겟타로보'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과격한 움직임과 높은 성능 탓에 보통 사람은 조종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박사는 가라테 전국대회에 난입해 홀로 여러 명의 유단자를 쓰러뜨린 가라테 격투가 ‘나가레 류마'와 기계체조로 단련된 탄탄한 몸과 학교 일부를 점령할만큼 뛰어난 두뇌와 통솔력을 갖춘 학생운동가 ‘진 하야토', 유도부 주장인 ‘토모에 무사시'를 겟타로보 파일럿으로 영입했다. 류마, 하야토, 무사시 등 세 명은 지상 정복을 꿈꾸며 침공을 펼치는 공룡제국을 상대로 끝없는 싸움을 계속한다.

겟타로보 만화 일러스트. / 이북재팬 갈무리
겟타로보 원작에 해당하는 선데이 연재 만화는 ‘데빌맨'을 그린 만화가 나가이 고가 기본 설정과 스토리를 구축한 만큼 다소 잔인하면서도 광기 넘치는 전투 장면을 담았다.

TV애니메이션 속 사오토메 박사의 장남 ‘타츠히토'가 이야기 초반 공룡제국의 기습에 따른 겟타머신 파괴로 목숨을 잃는다. 반면 만화책에 나오는 타츠히토는 공룡인간에게 뇌와 신체를 지배 당하고, 타츠히토가 반격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로 나오며, 아버지 사오토메 박사는 화염방사기를 발사해 아들을 불태워 죽인다.

겟타 2호기 파일럿인 진 하야토의 경우 만화책에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학생 얼굴을 찢고 눈을 찌르는 등 다소 과격한 모습을 보이지만, 애니메이션판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빠진다.

적으로 등장하는 공룡제국 역시 인간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하고, 3호기 파일럿인 무사시는 자폭해 죽는다. 절박한 상황에서 광기 어린 전투를 펼치는 모습이 원작에 담긴다.
겟타로보 TV애니메이션 오프닝. /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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