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전기차에 자동차세 논란이 일고 있다. 배기량으로 계산하는 자동차세의 특성상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분류 규정이 없어서다. 향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자동차세 개편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나 일렉트릭의 연간 자동차세는 10만원이다. 전기차라서 저렴한 것이 아니라 전기차는 배기량이 없어 지방세법상 일반 자동차로 규정하지 않아서다. / 현대차 제공
코나 일렉트릭의 연간 자동차세는 10만원이다. 전기차라서 저렴한 것이 아니라 전기차는 배기량이 없어 지방세법상 일반 자동차로 규정하지 않아서다. / 현대차 제공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성큼 열렸다. 실제 국토부의 2018년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3만1180대로, 1만4351대로 마감한 2017년에 비해 117.3% 급증했다. 이는 기아차의 경차 레이의 연간 등록량 2만7243대보다 많은 숫자다.

전기차의 최대 장점으로는 낮은 유지비가 꼽힌다. 기름값보다 전기료가 저렴한 것이다. 여기에 구입 과정에서 세금(취득세)이 없고, 오히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1000만원 이상 지원된다. 또 자동차세도 상대적으로 싸다. 전기차의 높은 경제성에 소비자가 움직이는 셈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자동차세가 논란거리로 대두했다. 정확한 조세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연간 10만원의 자동차세를 매기지만, 이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라 배기량이 없어서 책정된 세금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자동차세는 본래 도로사용, 대기오염 등을 고려한 원인자 부담금 성격의 지방세다. 세액 산출 근거는 배기량과 차령(자동차의 나이)이다. 차를 구입할 때 내는 취득세는 차 가격이 비쌀수록 세액이 높은 재산세 개념이지만, 보유세인 자동차세는 차값이 비싸더라도 배기량과 차령이 동일하면 세금도 같다.

현행 자동차세는 2011년 개정된 지방세법 제127조(과세표준과 세율)에 근거를 둔다. 해당 법령을 살펴보면 영업용 기준 배기량 1000㏄ 이하 18원, 1600㏄ 이하 18원, 2000㏄ 이하 19원, 2500㏄이하 19원, 2500㏄ 초과 24원이다. 비영업용은 1000㏄ 이하가 ㏄당 80원, 1600㏄ 이하는 140원, 1600㏄ 초과는 200원인 식이다.

엔진이 없어 배기량도 없는 전기차는 지방세법 제127조 3항에 따라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분류한다. 영업용 2만원, 비영업용 10만원을 매긴다.

전기차 보급에 이미 많은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낮은 자동차세는 내연기관차 대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목적이 도로사용에 따른 파손비용과 환경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라면, 전기차 역시 똑같이 도로를 사용하고, 충전용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대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3만대를 넘어선 현재 시점은 얘기가 다르다는 게 조세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전기차 숫자가 더 많아지기 전에 조세 규정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다.

1억이 넘는 테슬라 모델 S 100D의 자동차세도 연간 10만원이다. / 테슬라 제공
1억이 넘는 테슬라 모델 S 100D의 자동차세도 연간 10만원이다. / 테슬라 제공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 가격도 논란을 낳는다. 1억원 이상인 고가 수입 전기차도 자동차세는 연간 10만원으로, 여건상 전기차를 구입할 수 없는 사람에게 ‘역차별’이 제기되는 중이다.

대안으로는 탄소 배출량에 따른 자동차세가 꼽힌다. 탄소 배출량으로 세금을 매기면 배출량이 ‘0’인 전기차에 혜택이 될 수 있어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와 어울리고, 내연기관차 역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노력이 병행되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과도기인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도 아우르는 동시에, 전기차의 미래로 불리는 수소전기차도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 좋다.

이와 관련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내연기관의 배기량으로 자동차세를 매기는 현행 규정은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자동차의 친환경 개념이 더욱 중요하다면 탄소 배출량으로 기준을 삼은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