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제한] ① 6년 만에 곳곳서 터지는 불만 “재검토 필요하다”

입력 2019.01.09 17:29 | 수정 2019.01.09 17:55

정부는 2013년 소프트웨어(SW) 산업진흥법을 개정, 대기업의 공공SW 시장 참여를 제한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소중견 SI기업과 SW업체들을 성장시키고 대기업은 해외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분론이 워낙 컸다. 6년차인 현재, 공공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 저가 수주나 하도급 계약 등 병폐는 여전하다. 대기업 해외 수출도 부진하다. IT조선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세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공공정보화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소프트웨어(SW)산업법 개정안이 시행 6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부작용이 속출한다.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 불만을 토로한다. 공공발주자는 중견기업의 사업수행 역량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해외 수출도 부진하다.

그동안 국내 전자정부와 공공 교통 시스템은 SW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필요한 든든한 레퍼런스였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세계적으로 내로라 할만한 공공 사업 사례가 없다. 당연히 공공 분야에 참여한 국내 SW업체의 수출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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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애초 기대와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하자 2015년 11월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Data), 모바일(Mobile), 인공지능(AI) 등 이른바 ICBMA 신기술·신사업 등 공공SW 사업 영역에서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다.

대기업 운신의 폭은 갈수록 준다. 대기업 참여 제한에 예외를 인정받은 신산업 분야 공공SW사업은 2017년 17개에서 2018년 13개로 또다시 줄었다. 지난해 중앙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은 37개 분야에서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고 신청했다. 신청 분야의 65%가 예외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전체 공공SW 사업이 한해 7000여건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미미한 비중이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일부 예외적인 조건에 한해 공공SW사업에 응찰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심의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예외 인정을 받는 비율이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잦은 공공정보화 사업 유찰로 행정비용은 낭비된다. 발주처는 대형 사업 발주를 꺼린다. 공공 시장 전체가 축소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사업 건별로 대기업 참여 가능 여부를 과기정보통신부에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면서 실제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기간이 줄어들다. 사업 결과물도 부실해진다.

대기업이 공공SW 사업을 수주할 때는 중소기업 컨소시엄 비중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대기업에 대한 심의는 까다롭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의도치 않은 큰 비용을 치른다.

SI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SW 사업 입찰을 희망하는 기업은 발주가 예상되는 사업 발주 전 별도 대응팀을 꾸려 몇 달씩 입찰을 준비한다"며 "발주처가 과기정통부와 심의·검토 과정에서 대기업 참여 불가 사업으로 결정할 경우 그동안의 투자와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 중소기업은 혹시라도 참여 불가 사업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컨소시엄 구성 단계부터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중소중견기업, 수익성 줄어 ‘울상’…"공공사업 안해!"

중소중견 SI업체는 수익성 악화를 문제로 지적한다. 대기업 공공SW 시장 참여 제한된 후 중견 IT서비스 기업 경영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중소중견 SI업체들의 2018년 상반기 매출을 살펴보면 공공정보화 SI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아이티센은 매출 1172억원, 영업적자 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 줄었고 영업적자폭은 같은 기간 대비 커졌다. 공공부문 1위 업체 사정이 이렇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상반기 매출 890억원,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7년 1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외 비용으로 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쌍용정보통신은 상반기 매출 566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공SW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중견SI 업체도 나온다. 중견 SI 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올해는 아예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해외 기업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규제에서 자유롭다. 가격이나 기술 경쟁력에서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차별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발주처도 번거롭다는 지적과 함께 결과물이 불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잦은 공공정보화 사업 유찰로 인해 행정적 소모뿐 아니라 대기업과 비교해 사업 수행 역량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곧 대형 공공SW 사업이 줄어든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소극적 R&D로 경쟁력만 악화…악순환만 거듭

대형 SI 업체는 신기술 확보 동력 상실, 신사업 육성 어려움, 해외 수출 위축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참여 제한으로 시장이 작아지다보니 신기술 R&D 투자에 소극적이다. 결국 SW 분야 시장의 혁신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사업 레퍼런스 부족으로 해외 수출까지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대형 SI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SW 시장은 공신력 있는 시장으로 대외 사업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에 유리하다"며 "지금처럼 대기업 공공시장 참여가 막힌 상황에서는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신기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시장 진출에서 사업 레퍼런스가 없어 진출 경로가 아예 막히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는 대기업과 중견·중소 기업을 나눠 경쟁하는 구도가 아닌 서로 협업하고 상생할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라도 빨리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인지했다. SW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하고 2018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 참여제한 기조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기조엔 변함이 없다. 업계서는 개정안이 얼마나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지 미지수라고 의심한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기업 참여가 가능한 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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