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TV 시장 왕좌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또 한번 자사 제품의 경쟁 우위를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두 회사는 매년 글로벌 전시회에서 화질 비교 시연 등을 통해 대립각을 세웠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때 아닌 ‘경제성'과 ‘효용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화두에 오른 제품은 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9’에서 첫 선을 보인 ‘롤러블 TV’다.

LG전자가 CES 2019에서 선보인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 / LG전자 제공
LG전자가 CES 2019에서 선보인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 / LG전자 제공
◇ 삼성 "롤러블 TV 경제성 없어" vs LG "가치는 고객이 결정"

논쟁의 불씨는 삼성전자가 먼저 던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는 7일(현지시각) 한국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LG 롤러블 TV에 대해 "아직까지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제성이 있다면 충분히 개발할 값어치가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신기술 제품을 평가절하한 것이다.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선보인 롤러블 TV는 둘둘 말 수 있는 6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이용해 평소에는 화면이 본체에 숨어 있다 TV를 시청할 때 화면을 펼쳐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이다. LG전자는 아직 신제품 가격을 책정하지 않았지만, 연내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업계에서는 LG전자 올레드 TV 최상위 모델의 가격이 2000만원대임을 고려하면 롤러블 TV 가격은 이보다 최대 2배쯤 비쌀 것으로 내다본다. LG전자도 롤러블 TV의 소비자 접근 가격이 초기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에는 동의하고, 제품 정식 출시 시점까지 유통선과 긴밀하게 협의해 적정 가격선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봉석 LG전자 HE/MC사업본부장(사장)은 이와 관련해 "초기 신기술 제품에 대한 가격이 우려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가격을 정할 때 비용 플러스 수익이 아니라 고객이 롤러블 TV에 얼마나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3년 전 대형 85인치 LCD 패널의 원가 개선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이뤄진 것처럼 초기 수율을 얼마나 빨리 잡고 양산 체제로 갈지 LG디스플레이와 협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 가격 초월한 상징성 강조하더니…초프리미엄에서 경제성 찾기 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사장. / 각사 제공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사장. / 각사 제공
일각에서는 양사의 이번 신경전이 기존부터 벌여온 소모적인 마케팅 논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글로벌 전시회에 간판으로 내세우는 제품은 세계 최고·최초의 기술력을 강조하는 상징성 있는 제품인 만큼 실제 상용화 시점은 다소 늦춰지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경쟁사 제품을 굳이 시제품이라고 폄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CES 2018에서 처음 선보인 146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을 가다듬어 올해 들어서야 75인치에서 219인치까지 상업용에서 가정용을 아우르는 상용 라인업을 갖췄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 사장은 이번 CES에서 "올해가 마이크로 LED 사업의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성을 지적한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양사가 내놓은 초프리미엄 제품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제품은 높은 가격만큼 타깃 시장도 일반 가정과 거리가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초기부터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수익성을 따지지는 않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한 영상기기 전시회에서 더 월과 109인치와 219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IF P1.0’을 선보인 당시 가격과 관련해 삼성전자 홍보 담당자는 "소비자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상징성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일반 가정보다는 중동 부호나 셀럽 등 특수한 타깃층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롤러블 패널을 개발한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 외에 다른 세트 제조사와도 롤러블 TV 상용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CES 2018에서 롤러블 TV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상용화 시점을 섣불리 점치기보다 세트 제조사가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제시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8일 CES 2019 기자간담회에서 "롤러블 TV는 OLED를 사용했기 때문에 구현 가능한 제품으로, 경쟁사는 LCD 패널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롤러블 TV에 대한 삼성전자의 폄하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