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명의로 초고가 수입차를 사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법인세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시행 3년이 지났음에도 크지 않았다. 여전히 서울 아파트값에 육박하는 차를 법인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서다. 특히 평균가 5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의 경우 법인 구매 비율이 92%에 달한다.

롤스로이스의 한국 판매 대부분은 법인이 책임졌다. /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의 한국 판매 대부분은 법인이 책임졌다. / 롤스로이스 제공
1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무늬만 법인차’를 잡기 위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4월 시행됐다. 업무용차(법인차)의 비용처리를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1000만원 이상의 비용처리를 위해서는 운전자와 주행거리, 출발지, 목적지, 사용 목적을 상세히 기록하는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업무에 사용한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행 3년여가 지난 현재, 초고가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법적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 벤틀리의 경우 2018년 법인 구매 비율이 79.1%로 나타났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판매된 11대 중 법인이 10대를 구입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를 업무용으로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늬만 법인차’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마세라티 역시 2018년 판매량의 75.4%를 법인이 책임졌다. 평균 가격 5억원을 훌쩍넘는 초고가 럭셔리카 롤스로이스는 무려 91.9%가 법인의 선택을 받았다. 2018년 판매된 123대 중 113대를 법인이 구매한 것이다. 법인 판매가 없다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초고가 수입차 구매자가 모이는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는 법인세를 피하기 위한 각종 노하우가 공유된다. 대부분은 운행일지 작성을 권유하는 편이다. 운행일지만 작성되면 비용처리 한도가 없어 얼마든지 비싼 차를 사도 법과 세금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운행일지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해 문제가 크다. 운행한 사람이 업무용으로 사용했음을 매일 일지에 작성하는 현재의 제도는 내용 위조가 쉽고, 한번에 몰아서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최종 주행거리만 맞추면 용도는 개인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업무용’으로 얼마든지 둔갑시킬 수 있다.

이는 수백만대에 달하는 업무용차의 운행일지를 과세 당국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누구라도 감독이 소홀한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된 운행일지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업계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조세 전문가들은 운행일지 기록의 전산화를 하루 바삐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운행기록의 전산화를 통해 ‘허위 기록’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전산에 기록된 운행일지를 토대로 과세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수억원의 자동차를 법인이름으로 구매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법인세 개정안이 2016년 도입됐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이미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라며 "현실적인 대안으로 전산 시스템을 갖춰 스마트폰 앱 등으로 간편하게 관리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