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유럽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급부상한다.

스테이션F. / 스테이션F 갈무리
스테이션F. / 스테이션F 갈무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를 유니콘의 나라로 키우겠다는 것을 목표로, 스타트업 지원에 110억달러(12조 2000억원)을 투입한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스테이션 F) 설립 및 외국인 스타트업 유치(라 프렌치 티켓) 등 국제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 유럽의 유니콘 기업 57개사 중 블라블라카(카셰어링), 크리테오(온라인광고), 방트프리베(제고처리 온라인 쇼핑 몰), OVH(클라우드 서비스) 등 4개 회사는 프랑스 기업이다.

◇ 유럽인들 선호 스타트업 도시로 부상한 ‘파리'

파리는 스타트업 설립 관련 유럽인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 중 한 곳이다. 코트라가 2018년 발간한 ‘유럽 스타트업생태계 현황과 협력방안’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스타트업 설립 시 런던, 베를린에 이어 파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파리는 최근 순위가 9계단이나 상승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관련 기술 인력 증가율도 높다. 2017년, 2016년 각각 전년 대비 3.6%와 2.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7년 유럽 내 스타트업 엑시트(스타트업을 키워 높은 가격으로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 규모는 총 760억달러(84조8000억원)로, 프랑스는 9%를 차지한다. 같은 해 유럽 내 총 610건의 엑시트 가운데 프랑스에서 45건이 성사됐다.

프랑스는 회사 설립의 문턱을 낮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중이다. 회사 설립에 필요한 기간이 3.5일로 영국 4.5일, 독일 10.5일(2016년 기준)보다 짧다. 세금 혜택도 있다. 프랑스 법인세율은 33.3%이나 일정 규모 이하의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15%를 적용한다.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스타트업 투자규모도 활발해 지고 있다. 2017년 말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의 벤처투자 규모가 영국을 앞질렀다.

프랑스 스타트업 환경이 점차 부각됨에 따라 해외 스타트업의 프랑스 진출도 증가 추세다. 프랑스 정부차원에서도 해외 스타트업 및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개방성을 높이고 있다.

2016~2017년 프랑스의 스타트업 관련 해외인력 유입 인력 중 비(非)유럽인 비중은 12.3%로 영국, 독일에 이어 3위다. 프랑스의 자국 또는 유럽에 국한하지 않는 인력 유입 경향을 보여준다.

◇ 스타트업 브랜드화 ‘라 프렌치 테크'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는 프랑스 정부의 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해 낮은 경제 성장률과 높은 청년 실업률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다. 2013년 당시 올랑드 대통령 정부의 중소기업, 혁신, 디지털경제 담당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 주도로 정책이 시행됐다.

CES 2019 프랑스관. /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 제공
CES 2019 프랑스관. /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 제공
수탉은 프랑스를 나타내는 동물로 프랑스 국가 대표 상징물로 사용되곤 한다. 라 프렌치 테크는 국가 상징물인 수탉을 슬로건으로 프랑스 스타트업을 브랜드화했다. 세계 최대 ICT 제품 박람회인 CES에서도 라 프렌치 테크’라는 슬로건 아래 스타트업 전시 로고를 통일해 주목을 받고 있다.

라 프렌치 테크는 스타트업 창업과 빠른 성장을 위해 행정절차 간소화, 컨설팅,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투자자금을 지원한다. 파리 수도권 지역 이외에 스타트업 성장에 유리한 지역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지역별로 특화된 기술을 개발한다.

해외 우수 창업자가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프렌치 테크티켓 (French Tech Ticket)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근 프랑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은 더욱 과감해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하던 시절부터 기술분야의 혁신을 강조했으며, 그는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 당시에도 해외 거주 프랑스 기업인들에게 프랑스에서 혁신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100억유로(11조1000억원)에 달하는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같은해 6월 프랑스 기업가이자 프랑스 통신사 프리 창업자인 자비에 니엘이 사비 2억5000만 유로(3216억원)를 투자해 스테이션 F를 완성하며 민간도 함께 스타트업 육성을 돕는다.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여의도 공원의 15배에 이르는 스테이션 F는 최대 1000개의 스타트업을 수용할 수 있다. 창업자는 월 195유로(25만원)를 내면 스테이션 F에 입주할 수 있으며 1년간 무료 입주권을 제공한다. 스테이션 F 창립의 중심에는 라 프렌치 테크가 있다

라 프렌치 테크는 스테이션 F를 통해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프랑스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를 거점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한 공공 서비스 지원은 물론이고 해외 방문객들을 위한 모임 장소 제공,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에 필요한 주요 대학 및 연구소 연결 등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본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아울러 스타트업 창업가, 직원, 투자자들이 최대 4년까지 프랑스 거주와 워크 퍼밋(근로 허가)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새로운 프렌치 테크 비자(French Tech Visa) 프로그램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