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G 전국망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필수설비’ 이용대가를 최근 확정했다. 단일가로 적용한 유·무선망 이용대가가 지역별로 차등화했고, 무선망의 경우 도심을 중심으로 이용대가를 인상했다. 100m로 정해져 있었던 최소임차거리는 2022년부터 폐지한다.

하지만 이통3사는 정부 발표 후 복잡한 속내를 내비친다. 경쟁사에 관로를 빌려주는 입장인 KT는 최소 임차거리가 점진적으로 폐지되는 동시에 유선망 이용대가가 동결됨에 따른 유선 지배력 약화를 우려한다. 망을 빌리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도심 지역 관로 이용대가가 인상돼 부담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황창규 KT 회장·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018년 7월 17일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이통3사 CEO 간담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황창규 KT 회장·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018년 7월 17일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이통3사 CEO 간담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 KT, 비도심 이용대가 실익 떨어져…"3년 뒤 이용대가 인상 없을수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5G 통신망 구축시 중복 투자방지와 필수설비 이용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무선통신망 필수설비 이용대가를 확정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유선망 관련 이용대가는 다음 산정시까지 2016년에 산정한 대가를 그대로 적용키로 했다.

2009년 이후 통신사업자간 합의로 도입된 인입구간 관로 최소임차거리는 2022년 1월 1일부터 폐지된다. 2022년 이후부터는 임차거리 만큼의 비용만 지불하게 된다. 합의에 따른 2019년 최소임차거리는 75m, 2020년은 42m, 2021년엔 20m다.

15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KT는 이용대가 산정에서 못마땅한 부분이 있다. 도심 지역 이용대가는 2016년 대비 오른 반면 비도심은 오히려 내려갔는데, 도심의 경우 이통3사 모두 인프라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용 요청이 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쟁사가 투자를 거의 하지 않은 비도심은 이용대가가 저렴해지면서 실익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KT 한 관계자는 "최소임차거리 폐지와 무선망 이용대가 산정은 이통3사가 5G 공동 발전을 위해 협조한 결과로 득실을 논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3년 뒤 유·무선망 이용대가를 재산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유선망과 무선망 이용대가가 다르지만 재산정 과정에서 동일 이용대가로 바꿀 예정이다. 하지만 이통업계는 3년 뒤 재산정될 유·무선망 이용대가가 KT의 기대와 달리 인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이통사의 망 구축 및 포설 기술이 발전되면 재료비나 공정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용대가가 단정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필수설비 이용대가 산정 결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필수설비 이용대가 산정 결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非 KT, 무선망 이용대가 인상폭 과도…최소임차거리 부담 여전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가 필수설비 공동활용 취지인 ‘투자효율 제고’를 너무 강조한 것 아니냐는 속내를 드러낸다. 2016년 대비 무선망 이용대가가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것이다.

인입관로 이용대가는 1㎞당 월 29만2260원으로 도심지역에서 2016년 유선망 이용대가 대비 16.4% 인상됐다. 5G 핵심인프라인 광케이블 이용대가는 1㎞당 월 12만2973원으로 32.3%(비인입·도심 기준) 인상됐다. 과기정통부는 2016년 필수설비 대가를 평균 7.1% 인상한 바 있다.

일부 서울 도심의 경우 설비를 빌려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심 지역의 이용대가 인상이 후발주자에게 부담될 수밖에 없고, 실제 이용할 만한 매력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인입 관로 최소임차거리 제도 폐지의 경우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되는 만큼 여전히 짧은 거리의 이용대가에 대한 부담이 남아있는 셈이다.

도심 중심으로 인상된 무선망 이용대가가 KT의 노임단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하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의 노임단가인상률은 16.9%인데 도심의 경우 16.4%(내관 인입 관로)로 더 낮은 수준이고, 비도심의 경우 마이너스된 부분도 있다"며 "KT 입장에서는 이용대가가 너무 낮아졌다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