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카풀 백지화' 카카오 vs '절대 안돼' 택시, 기로에 놓인 정부

입력 2019.01.15 18:22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것은 택시업계 반발에 부담을 느낀 탓이다. 동시에 사회적 대타협의 테이블로 택시업계를 이끌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택시업계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조건으로 내건 것이 ‘카풀 시범서비스 중단’이었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하고, 백지화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카카오T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따라 큰 논란을 빚은 ‘카풀과 택시의 대립’ 양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시각이다. 공은 온전히 정부로 돌아가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공유경제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과 택시업계의 권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정부에 조율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 논란 왜 커졌나?…운수사업법의 서로 다른 해석

카풀 서비스를 중개하려던 ICT 기업이 사업 근거로 삼은 것은 바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다. 택시업계가 사업 보장을 줄기차게 주장한 배경 역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기인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1961년 도입됐다. 당시 ‘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의 명칭으로 바뀐 건 1998년의 일이다. 해당 법안은 크게 ‘여객운송사업’, ‘자동차대여사업’, ‘여객자동차 운송가맹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운송할 때 돈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자는 마을버스, 시내버스, 시외버스, 전세버스, 정부기관 및 일반기업의 통근버스, 통학버스, 장례 등에 사용하는 특수버스, 일반 법인택시, 개인택시 등이다. 이들이 유상운송(돈을 받고 사람을 운송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사업허가와 면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업허가와 면허가 없다면 유상운송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이하 자가용 자동차)가 영리 행위를 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운수(운송) 사업’이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헌법이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는 온 국민이 공히 누려야할 공공의 영역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려면 법이 정한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 게 법 취지다.

단, 예외가 있다. 해당 법 제81조 1항에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는 유상운행을 허용한다. 이동이 공공의 영역이라면 출퇴근 시간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국민의 이동성 확보를 위해 일반승용차도 운송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항목이 바로 ICT 기업의 카풀 사업을 뒷받침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예외 조항은 대중교통망이 지금처럼 촘촘하지 않았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출퇴근 시간 일반자동차의 유상운송 허용’은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서의 이동성 보장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후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개인 자동차 보유도 늘어나면서 유명무실 해졌으나, 법 수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유경제가 등장하고, 자동차 나눠타기 개념이 생겨나면서 ICT 기업은 법에 근거한 사업이 충분히 가능하는 입장이다. 이동을 제공하려는 자동차 보유자와 이동이 필요한 자동차 미보유자를 ICT로 충분히 연결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 택시 불만 여론 등에 업었던 카카오모빌리티

택시는 법으로 정한 ‘대중교통’은 아니다. 돈을 받고 사람을 운송할 수 있는 사업자지만, 기본요금이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비싸 누구나 이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택시는 카풀에 활용될 자가용 승용차와 차량 형태가 거의 같기 때문에 카풀 도입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택시가 카풀을 민감하게 여기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본래 택시 연결 서비스가 주력 사업이다. 이 회사가 2018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T 택시는 3년차 서비스를 맞아 총 4억건의 이용 건수와 전국 택시 기사의 96% 이상인 24만명이 가입했다. 또 카카오 택시 덕분에 기사 수익은 과거에 비해 20%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성과들을 종합해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본적으로 정보를 다루는데 익숙한 ICT 기업이기 때문이다. 택시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시 분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던 것이다. 여기서 얻은 정보는 카풀 서비스의 당위성에 활용됐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이른바 ‘택시 음영’ 시간과 지역을 분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카풀을 내세웠다.

. / 카카오T 홈페이지 갈무리
그리고 자동차를 소유한 일반인에게 카풀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여객 운수사업법을 자세히 알리없는 일반인은 간단한 등록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호감을 가졌다. 카카오 카풀 크루 모집에 수만명이 모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용자 측도 카풀을 반겼다. 택시가 야간에 단거리 운행을 하지 않거나, 응대 수준 등에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택시의 낮은 서비스질이 카풀 도입 옹호 여론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카풀은 택시의 대안이 아니다. 카풀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어서다. 택시 같은 이동 서비스는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높고 낮음을 비판할 권리가 주어진다. 그러나 카풀은 제공자나 이용자나 모두 일반인이며, 이동 서비스도 아니다. 제공자가 수익을 거둔다고는 하나, 이용자에 상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 이용자 역시 높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 없는 구조다.

또 개인 소유 자동차로 유상운송 중 사고가 나면 보험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카풀로 거둔 수익에 대한 세금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ICT(정보통신기술)로 잡아내지 못하는 범죄 가능성도 열려 있다.

◇ 공은 정부에게로…해결 과제 수두룩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백지화 시사로, 택시업계와 정부, 서비스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타협할 테이블은 차려졌다. 그러나 카풀을 비롯한 자동차 공유경제의 전면적인 도입에는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우선 여객 운수사업법의 정비가 필요하다. 유상운송을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일반인에게 부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무제한 부여가 어렵다면 제한 조건에서의 일시적 자격 부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운송업계의 반발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풀 사업자가 면허를 받아 정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ICT 기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결’만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택시는 카풀을 허용하려면 개인택시의 부제를 없애고, 법인택시를 ‘공유’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다. 규제를 풀려면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자는 것이다.

대중교통 개편도 불가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수송 부문에서 열차(지하철 포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이 차지한 분담율은 41.3%다. 2003년 36.8%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대중교통은 비용과 편의성 면에서 높은 가치를 지녔다는 뜻이다. 세금 투입이 불가피 했지만 공공성에 있어 세금 투입에 따른 불만은 크지 않다. 대중교통은 누구나 이동가능한 점을 지향하고 있어서다.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의 수송 분담율은 2003년 4.8%에서 2015년 3.0%로 후퇴했다. 이는 자가용이 증가하고, 택시 수요가 버스와 지하철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의 대안이라는 카풀이 등장하게 되면 택시의 수송 분담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카풀로 수익을 거두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록 대중교통의 분담율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승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중교통 승객 감소는 운영에 따른 높은 세 부담을 부른다. 국민 이동의 자유 보장을 위해 대중교통은 시장논리에 따른 도태가 이뤄져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풀 도입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경우에 생기는 반대급부를 정부는 모두 고려해야만 한다. ‘카풀-택시 대립’을 단순히 4차 산업혁명과 밥그릇 싸움으로만 볼 수 없는 배경이다. 택시기사 분신, 시범서비스 중단 등 일련의 사태에서 뒷짐만 지다시피했던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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