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넷에서 초당처리속도(TPS)만 강조하는데 사실 의미 없는 숫자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TPS는 서버에서 일방적으로 보내는 속도를 체크한 겁니다. 노드가 신호를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또 테스트넷에서는 100만 TPS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블록타임입니다. 블록타임은 각 노드들 간에 전달되는 시간입니다. TPS만 빠르다는 말에 절대 현혹돼서는 안됩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 정미하 기자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 정미하 기자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2018년 12월 초 IT조선과 만나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잇따라 TPS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에 경종을 울렸다. 메인넷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 운영을 통해 디지털 화폐 생성뿐 아니라 다른 디앱(Dapp)을 탄생하게 하는 기반을 제공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태원 대표는 국내 블록체인 1세대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준비위원장을 거쳐 협회 이사를 겸한다. 김 대표는 한국신용평가정보 기업 정보 개발실 출신이다. 그는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웨어'와 국내 최초 비트코인 기반 국제 송금서비스 '비트히어'를 개발한 이력도 갖췄다.

글로스퍼는 5년 이상 블록체인을 개발한 전문 기업이다. 현재 9개국 출신의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글로벌 표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뿐 아니라 시스템통합(SI) 국제 송금 상용화 회사 등 8개 계열사를 갖추고 있다. 글로스퍼는 글로벌과 트랜스퍼의 합성어로 세계적변화(이동)라는 뜻을 담았다. 글로스퍼는 하이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그가 TPS만 강조하는 것에 현혹되지 말라고 주장한 것은 최근 일부 메인넷 개발사들이 TPS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들며 이를 기술력이 우수한 증거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TPS는 거래 처리 속도를 부를 때 표현하는 단위로 초당 처리하는 트래픽 개수를 일컫는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많이 비교를 하는 사례는 비자카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를 처리하는 카드사 중 하나인 비자카드는 2만4000 TPS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트코인은 평균 초당 7 TPS, 이더리움은 20 TPS, 이오스(EOS)가 3000 TPS 수준이다.

그는 "일각에서는 메인넷에서 10만 TPS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고는 하는데, 평균 값이 그렇게 나와야 한다"며 "하지만 테스트 환경, 트랜잭션 설계, 노드 수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서비스가 구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된 TPS는 검증되지 않은 수치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콘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이콘은 이미 굵직한 레퍼런스를 다수 확보했다. 하이콘은 서울 노원구 암호화폐를 비롯해 대구·경산 지역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정신건강 심리상담서비스를 구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한 블록체인 6대 시범사업인 ‘컨테이너 부두 간 반출입증 통합발급’ 기술도 개발 완료했다. 서울 영등포구청의 블록체인 기반 제안평가시스템은 2018년 서울시 감사위원회 주관 반부패 우수사례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농산물 유통 지역화폐에 블록체인 기술을 제공했다.

여기에 하이콘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DAG·스펙터 합의 알고리즘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이 하이콘에 적용돼 하이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각 노드들이 분석 처리되며 스펙터를 발동시킨다. 이 기술은 트랙잭션 처리량과 전송속도를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

김 대표는 "DAG·스펙터 기술은 논문으로만 존재했던 기술이며 한국에서 우리가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이와 관련된 소스코드를 모두 공개하고 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개발자를 모집해 가장 많은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TPS와 블록타임의 연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 정미하 기자
TPS와 블록타임의 연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 정미하 기자
다음은 김태원 대표와 일문일답

◇ 최종 목표는 킬러 콘텐츠…"블록체인 기술 알 필요 없다"

― 글로스퍼 소개해 달라

"글로스퍼는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동시 운영하고 상용화하는 유일한 회사다. 특히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프라이빗 영역에서는 노원화폐를 비롯해 해수부 과제, 서울시 영등포구청 제안평가시스템, 헬스케어 시스템 등 조용히 한 분야씩 블록체인 범위를 늘리고 있다.

퍼블릭 영역에서는 하이콘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하이콘은 2018년 1월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을 생성했고 6월에는 자체 메인넷을 성공적으로 런칭해 시작을 알렸다. 특히 하이콘은 고스트 프로토콜 업데이트를 진행해 초당 처리 속도를 2배 증가한데 이어 채굴량 90% 감소 하드포크, 바이백 완료 등 기술적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현재는 하이콘 에코시스템(Hycon Ecosystem) 중심 기술을 상용화되고 있는 단계다."

― 최근 블록체인을 활용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노원화폐에 대해 설명해 달라

"노원화폐는 지류상품권 기반 기존 지역화폐와 달리 보유자와 사용처, 사용업종 등을 모두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지방정부에 암호화폐를 공급한 사례다.

지방선거에서 많은 광역 단체장들이 블록체인을 지역화폐로 공약했는데, 그 결과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역화폐 수단으로만 접근했다. 노원화폐와 지역화폐 차이점은 플랫폼이다. 노원화폐는 철저하게 지역 플랫폼으로 접근했다.

그 예가 헬스케어다. 현재 메디블록, 휴먼스케이프 등과 협력해 주민들의 건강 정보를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봉사활동과 기부활동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선행에도 화폐를 발급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 구청은 실시간으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어 악용 사례를 막을 수 있다.

가맹점은 300개가 넘는다.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키려는 취지에 맞게끔 잘 활용되고 있다. 자발적 참여, 봉사 활동자가 많아지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 퍼블릭 블록체인 영역에서 하이콘을 빼놓을 수 없다. 하이콘 진행상황은

"메인넷을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오케이이엑스(OKEx), 빗지, 코에이코인코리아, 코인제스트, 넥시빗 등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하며 세계 시장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하이콘을 기반으로 한 하이콘 페이도 론칭한다. 또 하이콘 어드벤처 플랫폼도 오픈한다. 하이콘으로 참여하는 허브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온라인 상에서 암호화폐를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이콘을 기반으로 한 거래소도 준비 중이다. 개발작업은 마쳤다. 채굴형 거래소 뒤를 잇는 새로운 모델이다. 상장 심사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장상 비용도 합리적 수준으로 설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 계열사가 많아서 다소 복잡하다. 복잡한 이유가 있나.

"계열사가 아니라 수평 구조인 패밀리십이라고 보는게 맞다. 8개 정도 된다. 처음부터 회사를 만들기 위해 구조를 짠게 아니라 각 자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보니 나뉘게 됐다. 지배 구조는 없다. 지분 관계는 엮어 있지만 따로 경영권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각자가 이익을 창출하고 글로스퍼는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정미하 기자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정미하 기자
◇ B2C 진출…사업 다각화
― 구체적인 디앱 생태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선 게임을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블록체인과 딥러닝 등을 결합한 것이다. 게이밍을 통해 마이닝을 하고 e스포츠와 연계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반 뮤직플랫폼 ‘업뮤직’도 내놓는다. 창작자와 제작자, 소비자가 체인으로 연결되고 블록체인 기술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간 P2P 음원거래도 가능하고 기여도에 따라 보상도 지급된다."

― 거래소 얘기를 했었는데, 사실 처음은 아니지 않나

"2015년에 거래소를 오픈했었다. 현재도 거래소는 운영하고 있다. 다만 공개를 안하고 있다. 당시 개발자들도 그대로 있다. 글로스퍼가 블록체인에 집중하고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 홍보를 안했다.

시장상황을 보며 직접 움직이는게 낫다고 판단해 1월 중 거래소를 새롭게 오픈하려고 한다. 대중과 정부가 좋아할 내용이 모두 담겼다. 기대해도 좋다."

― 정부는 여전히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업계는 규제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결국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이는 증권형 토큰 발행(STO) 때문이다. STO가 시작되면 규제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전면 금지 가능성은 없나.

"만약 정부가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할 경우 이는 세계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또 그 결과는 암호화폐를 암시장으로 몰고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김치 프리미엄을 부추기는 쪽으로 흐를 것이다. 결국 빠르게 자본 시장 안으로 넣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는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리는 여전히 이슈다.

"분리해야 된다 안 된다로 싸우는데, 이건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경제 논리로 보면 블록체인 기업이 암호화폐와 동떨어져서 투자환경 조성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인센티브에 관심없다. IBM이 주장하는 블록체인, 이더리움이 주장하는 블록체인, 정부가 말하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기술에 의해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같다. 퍼블릭, 프라이빗을 떠나 참여자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본다."

― 암호화폐 공개(ICO)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ICO를 자금조달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ICO 시장이 침체됐다는 의견이 많다. 그리고 2018년에는 시장이 죽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ICO를 하는 사는 많은 기업들이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못주기 때문이다. ICO를 진행하는 많은 기업이 변명을 한다. 변명은 필요 없다.

투자 기회는 여전히 많다. 투자자에게 기술과 서비스를 제대로 보여주면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투자 받기 힘든 나라다. 정부 말도 들어야 하고 트렌드도 따라야 한다. 또 리스크 있는 산업에는 투자 안한다. ICO를 준비하려면 최악의 상황을 예측하고 움직여야 한다."

― 2019년 사업 계획은

"공공사업에서 블록체인 강자가 되는 것이다. 글로스퍼는 이미 블록체인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즉, 블록체인은 당연히 잘 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공영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협력해 블록체인 관련 사업 50%를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공공 블록체인 사업은 글로스퍼가 최강이라는 인식을 심고자 한다.

또 내부적으로는 블록체인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줬다. 이게 블록체인이니까 사용자가 참고 사용해 보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사용자는 참지 못한다.

그래서 거꾸로 접근하고자 한다. 사용자에게 다양한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을 공급해 사용처를 늘리고 사용자들은 나중에서야 ‘그게 블록체인이었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굳이 사용자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알 필요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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