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자동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기분이 좋을 때는 이와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주고, 기분이 나쁘면 향기 등으로 달래줍니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며, 사랑 고백을 할 타이밍에는 적절한 조명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사람의 감정을 읽는 R.E.A.D. / 기아차 제공
사람의 감정을 읽는 R.E.A.D. / 기아차 제공
이렇게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자동차를 실제로 만나볼 일도 머지 않았습니다. 개발이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폐막한 2019 CES에서 공개한 ‘R.E.A.D.’는 그 중 하나입니다.

‘R.E.A.D.’는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의 줄임말입니다. 레벨3 혹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에서 자동차와 탑승자가 교감하는 것이 핵심 콘셉트입니다. R.E.A.D.는 자율주행 시대에 사람과 기계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기아차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산하 어펙티브 컴퓨팅 그룹이 함께 개발했습니다.

먼저 대시보드에 있는 센서가 운전자 표정을 인식합니다. 스티어링휠에 들어간 전극형 심전도 센서는 심장 박동과 피부 전도율을 비롯한 생체 정보를 모읍니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합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동차의 각종 시스템이 자율 조작됩니다. 오디오, 실내온도, 조명, 향기를 최적화합니다.

여기에 자율주행 여부도 스스로 판단합니다. R.E.A.D.는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 손을 올리고 3~4초 눈을 감으면 졸음운전으로 보고, 스스로 달립니다. 이 때 시트가 자동으로 누우면서 휴식을 돕습니다.

감정엔진을 얹은 콘셉트카 NeuV. / 혼다 제공
감정엔진을 얹은 콘셉트카 NeuV. / 혼다 제공
이보다 2년 앞서 혼다는 2017 CES에 인공지능 감정엔진을 얹은 콘셉트카를 선보였습니다.
감정엔진은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코코로 SB가 개발한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술입니다.

2016년 7월 혼다와 소프트뱅크는 운전자와 대화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자동차 인공지능이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취득한 운전자의 감정 상태나 분위기를 파악해 대화하는 것이죠. 이어 9월 혼다는 도쿄에 인공지능 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해 소프트뱅크와 공동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소프트뱅크의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 연구개발 회사 코코로 SB는 이미 소프트뱅크의 감정로봇 페퍼로 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혼다와의 협업은 자동차에 감정을 이식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해 운전자와 자동차가 교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콘셉트-아이. / 도요타 제공
콘셉트-아이. / 도요타 제공
같은 날 도요타는 ‘콘셉트-愛(Ai)’를 소개했습니다. ‘愛(사랑 애)’자는 인공지능(AI)과 영어 표기가 동일해 일종의 언어유희적 이름입니다. 도요타의 미래 개발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이 차 역시 운전자의 표정을 인식해 데이터화하고, 운전자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나 대화 등을 찾아 감정 상태까지 파악합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차는 운전자가 행복을 느끼거나 편안함을 가질 수 있도록 주행경로는 물론, 내부 환경을 조성합니다. 당시 도요타는 "수년 내에 일반 도로에서 실증실험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도 콘셉트 아이를 유심히 봤다고 하니, 2년뒤 기아차에서 ‘R.E.A.D.’가 나온 건 우연이 아닌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