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이 2018년 연간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하고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량결함은 물론이고, 법과 도덕적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신뢰도를 위해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수입자동차 신차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년 수입차는 총 26만705대를 등록, 23만3000여대를 기록한 전년대비 11.8% 성장했다. 이는 수입차협회가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 / 벤츠 제공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 / 벤츠 제공
브랜드별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7만798대로 최고 기록을 썼다. 단일 브랜드가 연간 7만대 판매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화재로 곤욕을 치른 BMW는 5만524대(전년대비 -15.3%)로 2위에 올랐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관심에 힘입어 1만6774대로 마감했고, 폭스바겐이 1만5390대로 부활했다. 아우디 역시 1만2450대를 판매했다.

연간 1만대 이상 판매하는 수입차를 의미하는 ‘1만대 클럽’은 8개 브랜드(벤츠, BMW, 도요타, 폭스바겐, 렉서스, 아우디, 랜드로버, 포드)가 올랐다. 미니(9191대)와 볼보(8524대)는 1만대에 근접했다.

이같은 시장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박하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이다. 현재 수입차 업계가 당면한 여러 문제가 시장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7만대를 판매한 벤츠의 경우 2018년 12월 법원으로부터 28억원에 달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변경 인증을 거치지 않은 배출가스 부품을 사용한 차를 판매한 혐의(대기환경보전법 및 관세법 위반)다. 담당 직원은 징역 8개월 처분을 받아 법정 구속됐다. 벤츠는 지난 3년6개월간 4회에 걸친 인증 누락으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자동차 화재. / 영주소방서 제공
자동차 화재. / 영주소방서 제공
BMW는 지난 여름 불거진 화재 문제로 17만여대를 리콜 중이다. 수입차 최대 규모다. 엔진 내에서 배기가스를 재순환해 연소율을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EGR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발빠른 대응으로 1차 리콜(10만6000여대) 이행률이 90%를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떨어진 제품 신뢰도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닛산의 허위과장광고 근거. / 공정위 제공
닛산의 허위과장광고 근거. / 공정위 제공
닛산과 도요타는 허위광고로 과징금을 맞았다. 먼저 닛산은 2014년 2월부터 11월까지 판매한 인피니티 Q50 2.2d의 연비를 실제와 다르게 표시(14.6㎞/L→15.1㎞/L)해 광고했다. 연비가 소비자 구매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판매한 캐시카이의 경우 EGR 작동에 차등을 두는 임의설정이 발견됐다. 이 두가지 사안으로 닛산은 9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또 검찰에 고발조치도 취해졌다.

도요타의 허위과장광고 근거. / 공정위 제공
도요타의 허위과장광고 근거. / 공정위 제공
도요타는 안전도 평가 결과를 호도했다는 판단이다. 도요타는 2015~2016년식 RAV4를 국내 출시하면서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최고안전차’ 선정을 광고했는데, 국가간 안전 보강재의 차이를 숨겼다. 즉, 한국 판매 제품은 미국에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달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도요타에 8억1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게이트의 재판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또 판매를 재개한 지난해 대규모 할인판매가 동반되면서 ‘상시 할인 차’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계는 수입차 각 회사가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수입차 회사는 모두 판매를 위한 법인으로 지나치게 양적성장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질적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확대되는 수입차에 위기감을 느낀 국산차 업계가 지난 몇년간 꾸준히 체질을 개선하고, 상품성 및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입차 업계도 이제라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수입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그만큼 질적인 성장을 이뤄냈는지는 의문"이라며 "여전히 애프터서비스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제품에 하자가 발생할 때마다 응대가 고가의 수입차 답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법을 위반하고, 판매를 보전하기 위한 상시 할인판매, 아전인수격 광고 등도 문제"라며 "질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수입차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