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7일부터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할 만한 업종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양자암호통신 등 ICT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가 자유롭게 노는 놀이터의 모래밭처럼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 활동을 하도록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입장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입장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박 사장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규제 때문에 당장 힘들다고 느끼는 분야가 거의 없어 샌드박스에 들어갈 만한 게 안 보인다"며 "당국에서도 규제를 적극 해소해 융합 시대에 맞는 환경 만들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오히려 "(정부에)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많이 있지만 말을 아끼겠다"며 규제 철폐 보다는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특히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지원이 필요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양자암호통신에서는 규제 철폐보다는 뭔가 틀을 좀 만들어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SK텔레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력을 꾸준히 인정받았음에도 국내에 인증절차가 없어 세계 어디에도 납품하지 못한 점에 대한 하소연으로 풀이된다.

양자암호통신은 원자 이하 미립자 세계에서 나타나는 양자현상을 이용한 암호화 기술이다. 제3자가 중간에서 정보를 가로채려는 시도를 할 경우 송·수신자가 이를 알 수 있어 해킹(도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통업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암호통신 인증절차 구축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투명할 것으로 본다. 과거 정권에서 시행한 사업이다 보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관련 부처 및 기관의 시행 의지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