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기차도 재규어가 만들면 다르다 '전기 SUV 재규어 I-페이스'

입력 2019.01.22 06:00

누구도 테슬라가 전기차 선구자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확산에 테슬라가 큰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테슬라 이전에도 전기차는 있었지만, 대중의 언어로 풀어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그저 막연한 미래의 것이었을 뿐, 현실로 갖다 놓은 것은 분명 테슬라다.

. / 재규어 제공
그러나 이제는 그 흐름도 바뀌어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태우고 움직이는 물건을 만드는 일을 수십년간 해온 이들이다. 테슬라가 생산 지옥에 빠져있는 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천천히 세를 불려가는 중이다.

가장 빠르고 아름다운 차를 만든다는 재규어 역시 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작은 I-페이스가 열었다. F-페이스로 재규어는 SUV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고 곧바로 전동화에 착수해 I-페이스를 해답으로 내놨다. 이 차는 테슬라 모델 X를 직접 겨냥했다.

I-페이스의 크기는 길이 4700㎜, 너비 1895㎜, 높이 1560㎜, 휠베이스 2990㎜다. SUV임을 내세우지만 그 비율은 흔한 SUV의 작법을 따르지 않았다. 뭔가 더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은 스포츠카에서 따왔고, 유려한 지붕선에서는 쿠페의 멋이 느껴진다. F-페이스가 낮은 스포츠카를 SUV화했다면, I-페이스는 몇 단계는 위에 있는 느낌이다.

전기차는 동력원인 배터리의 효율 관리도 중요하다. 전력이 얼마나 잘 관리됐느냐에 따라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I-페이스의 공기저항계수(0.29Cd)가 SUV임에도 세단 수준인 이유다. 내연기관차도 공력성능이 높으면 효율이 좋다.

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를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그중에서도 I-페이스의 ‘액티브 베인’이라는 장치가 눈에 띈다. 다른 전기차도 물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이다. 보통은 셔터 그릴이라고 부른다. 그릴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어 달리는 동안 앞쪽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다. 타고 내릴 때만 돌출되는 문 손잡이도 공기저항을 고려한 요소다.

크기에 비해 휠베이스는 넉넉하다. 자동차의 보이지 않는 실내에 가득찬 엔진과 변속기 등이 전기차에는 없어 그만큼 공간확보에 유리하다. 차체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실내공간은 넓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

. / 재규어 제공
사실 전기차는 SUV로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 동력에 필수인 배터리 무게와 부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용량 전기차를 넣어도 실내공간 등을 침범하지 않고, 적재용량도 넉넉하게 확보하는 일이 비교적 쉽다.

전기차답게 실내 대시보드 구성도 꽤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듀얼 구성인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인상적이다. 상단에 10인치, 하단에 5인치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 이 모니터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차량의 각종 기능 조절도 가능하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탓인지, 기능 조작에 약간 어려움이 있다. 메뉴 구성이 복잡하고, 반응이 약간 더딘 탓이다. 조금 더 직관적인 구성이 필요해 보인다. 익숙지 않은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기어 조작에 비중이 적은 전기차임을 고려해 기어 노브 대신 셀렉트 다이얼을 채용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공간은 SUV 특유의 실용성으로 돌아왔다.

I-페이스의 동력계 핵심은 앞뒤로 각각 들어간 전기모터다. 두 개의 전기모터는 총 400마력의 출력을 만들어 낸다. 순발력인 최대토크는 71.0㎏·m에 이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5초가(4.8초)가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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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직접적인 토크 전달을 좋아하는 편이다. I-페이스 역시 풍부한 가속감을 자랑한다. 전기모터가 뿜어내는 힘을 재규어가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한 싱글 스피드 트랜스미션을 통해 즉각적으로 바퀴로 전달해서다. 앞뒤로 모터를 넣은 덕분에 네바퀴를 모두 굴린다.

가속은 폭발적이지만 가볍지 않다. 낮은 무게중심이 속도를 빠르되 안정적으로 올린다. ‘아름다운 성능’을 강조하는 브랜드답다. 전기차도 재규어가 만들면 다르다는 사실을 가속력으로 알려준다.

무게중심이 낮기 때문에 곡선주로에서의 안정감이나 급격한 차선변경에도 차가 흔들리는 법이 없다. 하체의 반응은 꽤나 날카롭지만, 불안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잘 달리는 차를 어떻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는 회사에서 내놓은 전기차다. 동력계가 바뀌었다고 유전자까지 바뀐 건 아니다. 더블 위시본(전륜)과 인테그럴 링크(후륜)가 만들어 내는 앙상블이 기분 좋은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I-페이스는 90㎾h 배터리로 최대 333㎞를 달린다. 100㎾ 고속충전을 활용하면 40분 안에 배터리를 80%를 채울 수 있다. 국내 완속충전으로 방전 후 완전충전까지 13시간이 걸린다. 충전 규격은 콤보 타입 1이다.

앞으로 전기차의 방향성은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내연기관만큼의 편의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어차피 내연기관에서 바뀌는 것이라면 최대한 매끄럽게 중심을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서다. I-페이스가 주행모드에 따라 가상의 엔진음을 만들어내는 건 그런 이유다. 속도가 오를 수록 강렬한 엔진음을 내는 내연기관차에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익숙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 / 재규어 제공
그런 점에서 I-페이스는 내연기관과 큰 차이가 없는 성능과 실용성이 돋보였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얹은 SUV지만, 차를 타고 속도를 내는 동안에는 동력계와 관계없이 달리는 즐거움이 확실했다. 그 점이 오로지 내연기관의 반대관점에서 만들어진 경쟁 전기차와 I-페이스가 다른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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