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제한] ②혁신성장은 어디에…ICT 경쟁력은 “후진 중”

입력 2019.01.23 11:06

정부는 2013년 소프트웨어(SW) 산업진흥법을 개정, 대기업의 공공SW 시장 참여를 제한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소중견 SI기업과 SW업체들을 성장시키고 대기업은 해외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분론이 워낙 컸다. 6년차인 현재, 공공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 저가 수주나 하도급 계약 등 병폐는 여전하다. 대기업 해외 수출도 부진하다. IT조선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세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6년 만에 곳곳서 터지는 불만 "재검토 필요하다"
② 혁신성장은 어디에…ICT 경쟁력은 "후진 중"
③ "대·중·솔루션 기업 간 상생위한 정책 논의될 때"

ICT 업계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들 공습으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된다. 특히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ICT 업체들은 짧은 기간 내 세계 시장 수위를 넘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ICT 시장을 무대로 장악력을 넓히는 데다가 한국에서도 영향력을 강화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 장벽이 높아 산업 경쟁력을 잃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 한복판에 공공SW 시장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제한 금지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기술 테스트베드 ‘스마트 커넥티드 타운’ 개념도. / 국토교통부 제공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국내 시장 공습이 거세다. 구글의 유튜브, 페이스북 등은 해외 못지 않게 국내 동영상, SNS 시장을 장악했다. 또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열광한다.

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네이버로 검색하면 이미 ‘노땅(나이가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대세는 유튜브다. 텍스트로 정보를 얻는 것을 꺼리고 유튜브로 동영상을 검색하거나 인스타에서 사진을 찾아본다. TV를 보는 이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검색을 통해 클립을 찾아 보거나 넷플릭스를 이용한다.

중국 ICT 기업 공습도 확산된다. 세계 ICT 시장에서 풋내기로 취급되던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의 중국 ICT 기업들이 짧은 시간 내 세계 시장을 넘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기업 공세는 인공지능(AI), 모바일, 블록체인, 게임 등 분야,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미 자산 규모로 중국 ICT 기업은 글로벌 톱10 안에 다수 포함됐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제조업 중심이던 경제 구조를 ICT를 바탕으로 고도화했다. 국가차원의 장기 정보화 프로젝트인 '국가정보화발전방향(2006~2020년)'을 들 수 있다. 국가정보화발전전략은 샤오캉사회(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를 건설하기 위한 ICT 분야 전략이다. 중국 ICT 정책의 기본 방향을 담았다.

한국 ICT 기업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나서 ICT 관련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초연결과 융합 등이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서 공공 SW 시장 대기업 참여금지 등 규제로 인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중견 SW업체 한 관계자는 "공공 SW 대기업 참여 제한 취지는 좋았지만 프로젝트 관리 퀄리티 저하, 업체 수행능력 부족, SI업체 간 저가수주 경쟁 증가로 수익구조가 나빠져 전체적으로 상황이 나빠졌다"며 "특히 참여제한 예외로 인정돼 대기업이 참여한 시범사업이 실제 확산이나 2차사업에서는 배제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돌발변수로 인해 예측이 어렵고 정책 일관성이 떨어져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스마트시티 사업을 비롯해 재난안전정보 표준화와 폐쇄회로(CC)TV관제센터 지능화를 목적으로 한 '지능형 안전망 구축 사업', 클라우드 기반 행정정보 통합 연계 및 AI 기반 행정서비스, 챗봇을 활용한 대국민 지능형 민원 서비스 구축 등 지능형 정부 사업에 모두 대기업 참여가 불가한 상황이다. 정부가 2015년 11월 ICBMA(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 신기술·신사업 등 공공SW 사업 영역에서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것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업계는 이를 이유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신기술 확보 동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공공SW 시장은 대외 사업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에서 공신력 있는 시장이다. 신기술·신산업 초기 시장 대부분이 공공 영역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기업 공공시장 참여가 막힌 상황에서는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신기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IT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ICBMA 기술 확보에 힘쓰지만 초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공공영역의 소극적 움직임이 전체 SW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SI 업체 한 관계자는 "수년간 공공SW 시장 성장을 견인하던 대기업이 제외되면서 발주기관 역시 대형 사업 발주를 꺼리는 등 시장 전체가 축소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해외 수출이다. 공공SW시장은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레퍼런스로 평가된다. 레퍼런스가 사라진 IT서비스 대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에서 레퍼런스를 제시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이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 참여 시 최근 5년간 실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2013년 제도 시행 후 레퍼런스 확보 불가로 해외 진출 경로가 막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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