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과 2년간 교섭 끝에 망 사용료 협상을 완료했다. 이번 협상 타결은 그동안 외국계 기업이 국내 통신망을 공짜로 이용한 관행을 개선한 첫 사례다.

27일 통신 업계, 정부 등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 및 캐시서버 운영 비 관련 합의 내용을 담은 계약을 24일 체결했다"며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밝히기 어렵지만 통신업계 예상보다 적지 않은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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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이번 협상에서 기밀유지협약(NDA)을 맺었다. 협상이 타결됐지만 비용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국내 통신사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 간 계약 기간은 보통 2년이다. 당사자간 문제 제기가 없으면 2년 후 자동 연장되는 구조다. 만약 계약 조건을 바꾸려면 기간 만료 한달 전 상대에게 통보해야 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연간 수십억에 달하는 비용을 들였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협상에 따라 매년 쓴 비용의 두배쯤을 2019년부터 벌어들이게 됐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은 최근 망 사용료 협상에서 급진전을 봤다. SK브로드밴드는 페이스북에 망 사용료와 캐시서버 운영과 관련한 비용을 요구했고, 페이스북은 비용을 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페이스북 한 관계자는 23일 "SK브로드밴드와 협상이 마무리 단계며 비용 부담 문제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이형희 전 SK브로드밴드 대표도 2018년 11월 22일 열린 IPTV 10주년 기념식에서 "(페이스북 망사용료 협상이) 조만간 결정될 것이며, 한 두 달 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2016년 12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과 망이용료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 중 KT에만 돈을 내고 캐시서버를 뒀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고의로 해당 통신사 이용자의 페이스북 이용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 간 협상 타결을 시작으로 국내 통신사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협상이 물꼬를 틀 가능성도 높아졌다.

SK브로드밴드는 캐시서버 설치로 최근 가입자가 폭증한 넷플릭스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바라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 구축·운영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망 이용료를 내지 않은 구글 사례를 들며 SK브로드밴드의 협상 요구에 대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선례를 남기면서 넷플릭스가 기존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꿀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