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페이스가 예비창업자들 사이에 인기를 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스스로 창작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장비 등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정부가 메이커스페이스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지만,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만큼 기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대장간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모습. / 류은주 기자
디지털대장간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모습. / 류은주 기자
정부는 제조형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메이커스페이스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중소기업벤처부는 2018년 235억원을 투입해 60개가 넘는 메이커스페이스를 선정했다. 2019년에는 추가로 285억을 투입해 메이커스페이스 60곳쯤을 추가로 선정한다. 2022년에는 350개가 넘는 메이커스페이스를 조성한다.

25일 오후 메이커스페이스 중 한 곳인 서울 용산구 원효종합상가에 위치한 디지털대장간을 직접 방문해 보니, 장비 앞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데 열중인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 10대부터 50대까지 디지털대장간 찾는 다양한 메이커들

디지털대장간은 재료비 등 실비만 내면 공간과 장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제품을 만들 공간을 제공하므로 초기 창업자 사이에 호응이 좋다. 디지털대장간을 찾은 사람들은 예비 창업자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기존 사업자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디지털대장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리사이클링 업체 운영자라고 밝힌 한 방문자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이곳에는 꽤 다양한 장비들이 모여 있어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 좋다"고 말했다.

3D프린팅 기기가 가득한 곳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인 한 직장인도 만났다. IT 회사에 재직 중이라고 소개한 그는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다른 직장인들과 함께 스타트업을 차리려 한다"며 "지인의 소개로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시제품을 만들기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로보티즈메이커스페이스 장비실에서 작업하는 학생들. / 류은주 기자
로보티즈메이커스페이스 장비실에서 작업하는 학생들. / 류은주 기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로보티즈 메이커스페이스에는 로봇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인 만큼 로봇에 관심 있는 이들이 주로 모인다. 오로카라는 로봇 기술 공유 카페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로봇 동호회의 모임장소로도 활용된다.

로보티즈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만난 이들의 연령대는 중·고등학생, 대학생, 30~40대 직장인 등 다양했다. 개인적인 취미로 이곳을 찾거나, 창업을 염두에 둔 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이오형(42)씨는 함께 온 김지우(14)군과 함께 창업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씨는 김 군을 가리키며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로봇에 대한 지식이 남다르다"고 전했다.

전자공학과, 기계공학과 등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기계공학과 재학 중인 서민석(23)씨와 김형준(23)씨는 "다른 곳에서는 딥러닝 관련 수업을 들으면 1회에 30만원 정도를 받아 부담스럽다"며 "하지만 여기서는 종종 로봇 관련 강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기도 해 좋다"고 말했다.

◇ 시제품 제작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메이커스페이스는 시제품을 만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지만, 단순한 시제품 생산을 넘어선 사업화를 위한 제도마련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칫 정부의 쇼맨십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대장간 크래프트룸. / 류은주 기자
디지털대장간 크래프트룸. / 류은주 기자
윤병섭 서울벤처대학교대학원 교수(융합산업학과)는 "미국도 메이커스페이스와 비슷한 걸 많이 한다"며 "메이커스페이스가 느는 것은 창업 활성화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제품을 만드는것 뿐만 아니라 사업화 전 제품을 테스트해야하는데, 드론 같은 경우처럼 규제로 인해 사업화로 이어지는 데 제약을 받을 확률이 높다"며 "중기부에 그치지 않고 범정부 차원에서 규제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데 비용을 들이기보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윤 교수는 "(메이커스페이스) 개수를 늘릴 때 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창조혁신센터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공간을 구하는 것은 세금 낭비일 수 있다"며 "기존 시설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는 법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