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이 카카오톡 챗봇과 이모티콘으로 친근한 이미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진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료 이모티콘 제공 마케팅도 한 회 당 최소 2000만원이 들어가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의 경우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챗봇은 여전히 이용자가 만족할만큼 자세한 답변을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이모티콘과 챗봇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공기관이 늘고 있다.

정부기관과 지방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카카오톡을 활용한 이모티콘을 나눠주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대체로 공공기관의 이벤트는 주로 이용자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등록하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시내 한 마케팅 업체에 따르면, 한 공공기관이 한 달간 이모티콘 무료 제공 마케팅을 진행하면 최소 1800만원이 든다. 이는 한 달 간 선착순 만 명의 이용자가 기존에 만들어진 캐릭터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만든 이모티콘을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집행하는 경우로, 이모티콘 한 건당 1800원으로 책정된 경우다. 한 달이 지나면 이모티콘은 기간 만료로 쓸 수 없게 된다.

만약 유명 웹툰작가가 그려주는 이모티콘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싶다면, 웹툰 작가에게 제공되는 라이센스 비용이 추가된다. 한 달간 진행되는 마케팅 1회에 유명 웹툰 작가에게 제공되는 라이센스 비용 최대 3000만원이 추가되면, 총 집행 금액만 5000만원이 될 수 있다.

다만 집행 기간과 마케팅 목적(공익성), 한 회 마케팅 당 배포하는 이모티콘 건수 등에 따라 계약 조건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플러스친구는 1238개에 달한다. 이들은 1284만 명의 이용자와 친구를 맺고 있으며, 월 평균 300만 건의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광고와 프로모션, 마케팅용으로 이모티콘을 활용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수도 증가세다. 카카오 측에 따르면 지자체와 정부기관 등을 포함한 기업 파트너수는 2017년 대비 지난해 3분기까지 36%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 역시 2017년 대비 지난해는 약 267% 증가했다.

의성군이 제작해 무료 배포했던 ‘의성진프렌즈’
의성군이 제작해 무료 배포했던 ‘의성진프렌즈’
의성군은 이모티콘 마케팅을 잘 집행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의성군의 카카오 이모티콘인 ‘의성진프렌즈’는 쌀과 소, 자두, 마늘 등 의성군을 대표하는 농산물을 이미지화해 이모티콘으로 표현했다.

카카오톡 챗봇도 많은 공공기관이 활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24시간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반복되는 기본적인 질문에 상담 담당자가 일일이 전화로 응대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행정이 가능하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이미 사용 중인 카카오톡 등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간편함도 한 몫 한다.

법무부가 만든 인공지능 기반 법률비서 ‘버비’는 카카오톡을 통해 생활법률 관련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챗봇 서비스다. 주택·상가 임대차, 임금, 해고, 상속 분야 관련 법령이나 전문 변호사의 판례, 상담 사례를 손쉽게 검색해볼 수 있다. 버비는 문답지식 콘텐츠만 4만3651건을 싣고 있다.

지자체도 챗봇 서비스를 활용 중이다. 대구시의 민원 상담사 ‘뚜봇’은 카카오톡으로 자동차 등록과 시정일반, 지역축제 관련 궁금한 사항을 입력하면 바로 답변해준다. 서울시 강남구도 ‘강남봇’을 운영 중이며 경기도는 ‘지방세 상담봇’을 통해 세금 문의를 받고 있다.

대구 인공지능 챗봇 상담사 ‘뚜봇’(오른쪽)과 법무부의 ‘버비'(왼쪽)./
대구 인공지능 챗봇 상담사 ‘뚜봇’(오른쪽)과 법무부의 ‘버비'(왼쪽)./
‘버비'와 ‘뚜봇'은 이용자의 정확한 질문 의도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질문을 던지는 기능도 갖고 있다.

버비에 "보증금 제때 받아내기"라고 입력하면 버비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궁금한가요"라고 되묻는다. 이어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거나 만료될 예정인지"를 재차 물은 뒤, 임대차 계약기간 이후 보증금 지급과 관련된 상담 내용을 설명해준다.

공공기관 이모티콘 마케팅과 챗봇 서비스 한켠에는 효율성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한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 사례를 들고와서는 ‘저기처럼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해당 공공기관 상급자가 밀어붙여 마케팅이 진행되다보니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모티콘을 만드는 경우가 있어 예산 낭비가 우려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챗봇도 단순한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직접 전화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아직 공공기관의 챗봇 서비스는 추가 질문을 던지는 정도 수준에 그치며,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결국 홈페이지로 이동하거나 관련 부서에 전화하도록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