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성장세가 매섭다. 2016년 1월 한국 진출 이래 2년만에 가입자수 100만명을 육박한다. 이들로부터 거둬가는 돈만 매월 100억원을 돌파했다.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망부하 문제까지 첨예하게 얽힌 SK텔레콤·KT 등 토종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파죽지세 앞에 속수무책이다. 굴지의 이들 대기업마저 미연에 감지하고 대비하지 못한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하지만 ‘특허’는 이미 알고 있었다.
◇ ‘패밀리특허’, 해외시장 진출의 바로미터
넷플릭스의 출원동향을 분석해보면, ‘패밀리특허’의 급증세가 눈에 띈다. 특허는 대표적인 속지주의 정책이다. 내 특허가 다른 나라에서도 효력을 발휘하려면, 엄마(모국) 특허가 소위 ‘자식(타국) 특허’를 현지서 따로 낳아 길러야 하는 구조다. 그래서 이를 가르켜 ‘패밀리’ 특허라 부른다. 이 패밀리특허 출원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특허권자의 해당국 진출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모국 출원 대비 타국 출원에는 현지 대리인 채용과 현지어 번역 등에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따라서 특허권자는 해당국 진출 여부와 선후, 완급 관계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한 뒤에야 비로소 해외특허를 낸다. 함부로 못낸다. 패밀리특허가 해당업체의 글로벌 진출전략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미국 외 여러나라 중 넷플릭스가 가장 공 들이고 있는 시장은 어디일까. 해답은 넷플릭스의 ‘국가별 패밀리특허 출원 동향’에 있다. 이를 보면 역시 유럽·호주·캐나다 등 영미권이 제일 많다.
한국 등 아시아시장 다음으로 넷플릭스가 진출을 채비중인 차기 글로벌 마켓은 어딜까? 스페인어권 즉, 중남미 국가다. 멕시코를 필두로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 남미권에 잔뜩 눈독 들이고 있음을 특허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 특허, 일선 마케팅에도 활용
특허는 한 기업의 기술력이나 연구개발(R&D)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이 내놓는 특허를 유심히 살펴보면 해당 업체의 중장기 마케팅·영업 전략과 비즈니스 청사진까지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및 과학기술 기자재 판매업체인 A사는 요즘 각종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속속 몰리고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신규영업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판교 소재 가망기업 리스트부터 확보하려 제일 먼저 특허DB 검색시스템부터 찾았다.
이 리스트는 다시 특허분류코드 검색을 통해 분야별로도 추릴 수 있다. 이는 무슨 기업이 어떤 종류의 기자재를 원할 것인가를 어림할 수 있게 한다. 예컨대 바이오·화학 분야 출원이 많다면 이 업체에는 현미경이나 시료 등의 납품 제안이 보다 정확한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이다.
최근 글로벌 패션업체 B사는 서울과 대구시 소재 출원인 리스트를 1차로 검색·확보했다. 여기서 다시 ‘섬유’와 ‘디자인’ 분야 다출원 업체 5개사를 2차로 추려냈다. B사는 이 자료를 근거로 현재 한국 협력사 선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특허까지 여러건 낼 정도면 기술력은 물론 자금력 면에서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영국 IP정보서비스 업체인 팻츠냇의 헤잡 아젬 애널리스트는 ‘특허를 보유하지 않고, 특허정보로만 돈벌기’란 보고서에서 "전세계 특허의 85%는 연차료를 안냈건, 기한이 지났건, 누구나 갖다 써도 되는 ‘효력상실’(invalid) 상태다"라며 "특허정보는 ‘낮게 달려있는 과실’(low-haning fruit)과 같다"고 비유했다.
누구나 손만 뻗으면 딸 수 있는 과일, 아무나 캘 수 있는 뻘 속의 진주. 그것이 바로 특허DB다. 유·무료 시스템에 접속하면 모두가 검색 가능하다. 하지만 뻘을 닦아내고, 보석으로 정제·가공하는 건 오롯이 캐낸 자의 몫, 검색자의 공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 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IoT 보안 강자 '퍼프'
- [유경동의 특허토커] IP명가의 정석, 지멘스
- [유경동의 특허토커] 반도체 M&A 시장의 막후, 특허
- [유경동의 특허토커] 대체불가, 日 키엔스
- [유경동의 특허토커] 어쩌다 구글은 '안티 특허'가 됐을까?
- [유경동의 특허토커] 빅테크 주가, '특허'는 알고 있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자율주행의 미래
- [유경동의 특허토커] IP명가의 품격, IBM
- [유경동의 특허토커] 3M의 3無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코로나19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만년 2등의 반란, 펩시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를 바른 기업' 존슨앤존슨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CES 2020
- [유경동의 특허토커] 비약의 BYD
- [유경동의 특허토커]변칙왕, 테슬라
- [유경동의 특허토커] 다이슨 '전동칫솔', 커밍순!
- [유경동의 특허토커]담배시장의 애플, 필립모리스
- [유경동의 특허토커]월마트 특허에 담긴 ‘유통 미래'
- [유경동의 특허토커] 181살 P&G의 변신
- [유경동의 특허토커] 페북코인 플랫폼은 ‘페북 메신저’: 특허로 본 리브라 프로젝트
- [유경동의 특허토커] 디즈니 특허 : 꿈을 현실로, 상상을 제품으로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검색, 무작정 따라하기 : ‘아이코스’ 사례를 중심으로
- [유경동의 특허토커] 오보에 대처하는 특허의 자세
- [유경동의 특허토커] MWC·CES 숨은 특허찾기
- [유경동의 특허토커] 우리 삼성이 달라졌어요
- [유경동의 특허토커] 쿠팡 투자 전말, 특허는 알고 있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꺼진 불도 다시 보게 하는 '특허'
- [유경동의 특허토커] 무료 특허DB, 제대로 써먹기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王 삼성의 속살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DB 검색의 진화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신문고를 울리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강한 특허, 약한 특허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거래정보가 들려주는 비밀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세상에 말을 걸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NPE를 보는 두가지 시선
- [유경동의 특허토커] 기업 보유 특허도 순위 정하고 평가하면 '돈' 된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팻스냅 거들떠보기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와 대통령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와 여배우
- [유경동의 특허토커] 구글, KT 특허를 탐하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삼성 vs 화웨이, 임박한 세기의 대결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를 보면, 미래가 ‘정말’ 보일까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아이폰X
- [유경동의 특허토커] 상표의 반란
- [유경동의 특허토커] 드론, 특허를 띄우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이상한 나라의 특허청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삼성 기밀을 탐하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발칙한 특허 'OPIS'
- [유경동의 특허토커] 스마트폰 한 대에 수백개 특허가 필요한데, 후순위가 된 지식재산권
- [유경동의 특허토커] AI 음성비서 시대, 특허로 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