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흔들리는 엔비디아…‘지포스 RTX 2060’에 기대가 큰 이유

입력 2019.02.01 07:18

엔비디아가 올해 초 CES에서 발표한 지포스 RTX 2060이 최근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출시와 동시에 할인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초도 물량 대부분이 판매 완료됐을 정도로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25일 열렸던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2060 미디어간담회 모습. / 엔비디아 제공
하지만 제품보다 돋보이는 것은 엔비디아의 미묘한 분위기 변화입니다. 튜링(Turing) 아키텍처 기반 지포스 RTX 20시리즈를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치던 모습이 이제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발 물러선 모습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분위기는 지포스 RTX 2060의 국내 출시가 시작된 직후 25일 열린 미디어간담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처음 지포스 RTX 2080 Ti, 2080, 2070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신제품이) 이렇게 좋으니 꼭 사세요’했던 분위기가 ‘이렇게 좋아졌으니 한 번 써보세요’로 완만하게 바뀌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지포스 RTX 2060 제품들. / 최용석 기자
사실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처음 발표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과 ‘딥 러닝 슈퍼샘플링(DLSS)’ 같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최신 기술이 새롭게 적용됐지만, 전작인 파스칼(Pascal) 아키텍처 기반 ‘지포스 RTX 10시리즈’에 비해 껑충 뛴 가격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격 상승 폭에 비해 ‘게임 성능’의 향상 폭이 그리 크지 못해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가장 큰 수요층인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초기 물량 일부에서 그래픽카드가 사용 중에 갑자기 먹통이 되는 ‘돌연사’ 이슈가 발생하고,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같은 최신 기능을 맛볼 수 있는 게임이 ‘배틀필드 V’ 딱 하나뿐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좀처럼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즉, 엔비디아의 태도 변화는 이번 지포스 RTX 2060마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면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이 겉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지난 수년 동안 엔비디아의 ‘지포스 xx60’ 시리즈 GPU는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우수해 전체 라인업을 이끄는 메인스트림급 제품이었습니다. 누구나 조금만 더 투자하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인 20만원~30만원대의 가격, 대부분의 인기 게임을 평균적인 사양의 PC에서 충분히 실행하고 즐길 수 있는 성능은 지포스 xx60 시리즈 그래픽카드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국내 그래픽카드 수요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PC방에서 가장 많이 쓰는 그래픽카드가 지포스 GTX 960, 1060인 것에서도 그 위상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전과는 달리 엔비디아는 이번 신제품의 장점을 더욱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 엔비디아 제공
이번 간담회에서도 엔비디아는 지포스 RTX 2060을 소개하며 무조건 좋다고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튜링 아키텍처가 전작인 파스칼 아키텍처와 비교해 어떤 점이 어떻게 좋아졌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SM(Streaming Multiprocessor)당 쿠다(CUDA) 코어 수가 절반으로 줄면서 레지스터 파일 크기가 2배로 늘어나 대역폭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나, 이전까지 하나의 코어에서 정수 연산과 실수 연산을 모두 처리하던 방식을 최근 기술 트렌드에 맞춰 정수 연산용 코어를 따로 둠으로써 처리 효율을 높인 것 등 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아졌는지를 강조하면서 실사용자들이 ‘납득’하게끔 접근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주요 타깃 층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풀HD(1920x1080) 해상도의 모니터에서는 ‘울트라(최고급)’ 그래픽 옵션으로 평균 60프레임 이상, 근래 들어 사용자층이 늘고 있는 WQHD(2560x1440) 해상도의 모니터에서는 ‘높음(high)’ 그래픽 옵션으로 평균 60프레임 이상을 제공한다며 극소수의 하이엔드 유저보다는 대다수의 일반 게이머들을 위한 제품임을 강조했습니다.

초기 물량의 돌연사 문제에 대해서도 "(불량률이) 아직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애써 무시하던 모습에서 "초기 물량에 대한 테스트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후 테스트를 강화해 불량률도 줄고 있다"며 어느 정도 인정하고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번 지포스 RTX 2060시리즈의 국내 초기 출시 가격은 지난 지포스 GTX 1060시리즈보다 비싼 40만원~50만원대 수준입니다. 여전히 누구나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런 가격대입니다. 그러나 매번 신형 그래픽카드가 출시될 때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초기 프리미엄을 그나마 억제했다는 것이 국내 업계 관계자의 평입니다.

초기 비싼 가격을 제외하면 지포스 RTX 2060은 구성이나 성능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 엔비디아 제공
확실히 엔비디아나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만큼 가격과 공급 물량만 좀 더 안정되면 지포스 RTX 2060은 ‘쓸 만한’ 제품입니다. 하이엔드 라인업인 지포스 RTX 2080 이상 제품은 부담스럽지만, 확실하게 시각적인 개선점을 보여주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같은 신기술을 체험하기에 가장 현실적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엔비디아의 분위기는 ‘좋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여전히 선전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채굴용 그래픽카드’에 기댔었던 엔비디아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엔비디아가 2019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 전망을 27억달러(약 3조 64억5000만 원)에서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수정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25일(현지시각) 160달러대에서 개장 직후인 28일 135달러 대로 급락했습니다. 회사의 시가 총액은 4개월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신제품인 이번 지포스 RTX 2060마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엔비디아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엔비디아가 자세를 낮추고 RTX 2060에 더욱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