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기술·기기 제조사 파나소닉·라이카·시그마는 연합을 결성해 35㎜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 ‘L 마운트’를 만들었다.

주요 제조사 세곳이 힘을 합쳐 만든 L 마운트 연합은 2018년 사진 업계 화제로 떠올랐다. 연합 결성 당시 이들이 공개한 첫 합작품은 2일 공개된 35㎜ 미러리스 카메라 파나소닉 S1R·S1이다. L 마운트 연합은 2020년까지의 교환식 렌즈 로드맵, 연합 신규 가입 업체 12곳의 목록 등 ‘L 마운트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L 마운트 연합 첫 제품 파나소닉 S1(왼쪽)·S1R. / 파나소닉 제공
L 마운트 연합 첫 제품 파나소닉 S1(왼쪽)·S1R. / 파나소닉 제공
업계의 시선은 다시 L 마운트 연합으로 모였다. 수십년간 이어진 캐논·니콘·소니 3강 체제를 L 마운트 연합이 4강 체제로 바꾸거나 깨뜨릴 가능성도 있다.

8일 L 마운트 연합 한 관계자는 "3월 파나소닉 S1 시리즈 런칭에 맞춰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할 방침이다.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즈음에는 기자 및 전문 사용자를 위한 전용 서비스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2020년까지의 L 마운트 교환식 렌즈 로드맵 공개

파나소닉은 S1R·S1과 함께 교환식 렌즈 로드맵을 공개했다. 2018년 발표된 ▲S 프로 50㎜ F1.4 ▲S 프로 70~200㎜ F4 OIS ▲S 24~105㎜ F4 마크로 OIS 3종 외에 2019년 내 교환식 렌즈 3종(24~70㎜ F2.8·70~200㎜ F2.8·16~35㎜ F4)이 더 등장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고배율 줌 렌즈 1종과 단렌즈 2종, 접사 렌즈 1종이 각각 출시돼 파나소닉 L 마운트 렌즈군이 10종이 될 예정이다. 파나소닉 1.4배 혹은 2배 텔레컨버터도 2019년 안에 판매된다.

L 마운트로 출시 예정인 시그마 A 40㎜ F1.4 HSM. / 세기P&C 제공
L 마운트로 출시 예정인 시그마 A 40㎜ F1.4 HSM. / 세기P&C 제공
라이카와 시그마 역시 교환식 렌즈와 주변 기기를 개발·출시한다. 라이카는 2020년까지 광각 단렌즈 21·24·28㎜ F2 렌즈를 포함, L 마운트 렌즈 18종을 선보인다.

시그마는 광각(16~28㎜)에서 표준(35~50㎜), 준망원(70~105㎜)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초점 거리로 출시된 F1.4 조리개 글로벌 비전 렌즈 14종을 L 마운트 버전으로 선보인다. 렌즈 마운트 어댑터 연구·개발도 시그마의 몫이다. 모두 2019년 내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0년까지 L 마운트 교환식 렌즈는 최소 42종 출시된다. 이는 캐논 RF 마운트(2019년 현재 4종), 니콘 Z 마운트(2019년 현재 3종, 2020년까지 12종)를 웃돌고 업계 1위인 소니 알파 마운트(48종)와 대등한 수치다.

◇ 급성장 시도하는 L 마운트 연합, 소니·캐논·니콘 3강 체제 깰 가능성도

L 마운트 연합 신규 가입 업체의 면면도 눈에 띈다. 우선 글로벌 드론 리딩 기업 ‘DJI’가 참여한다. DJI는 앞서 2009년 마이크로포서즈 연합에도 가입, 항공 촬영 드론용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을 공개한 경력이 있다. 향후 DJI 인스파이어 시리즈를 비롯한 중·고급 항공 촬영 드론에 35㎜ 미러리스 시스템이 탑재될 가능성이 대폭 높아졌다.

‘닛신(Nissin)’과 ‘고독스(Godox)’, ‘브론컬러(broncolor)’와 ‘포켓위자드(PocketWizard)’는 L 마운트 시스템의 조명 장비 연구개발을 담당할 전망이다. 닛신은 플래시, 고독스와 포켓위자드는 동조기를 비롯한 중소형 촬영 장비, 브론컬러는 전문가형 조명 장비 전문 기업이다.

L 마운트 연합사 아토모스의 영상 촬영 장비 ‘닌자V’. / 아토모스 제공
L 마운트 연합사 아토모스의 영상 촬영 장비 ‘닌자V’. / 아토모스 제공
L 마운트 시스템 첫 제품 파나소닉 S1R·S1은 강력한 영상 촬영 기능을 가졌다. 영상 촬영 장비 닌자 시리즈 제조사 ‘아토모스(Atomos)’가 L 마운트 연합에 가입해 힘을 더한다. 편집 소프트웨어도 마련된다. ‘어도비시스템즈(Adobe systems)’, ‘그라스밸리(Grass Valley)’ 등 영상 코덱 및 편집 소프트웨어 부문 강자가 L 마운트 연합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영상 촬영 장비 기업도 대거 L 마운트 연합에 참가했다. 음향 기업 ‘젠하이저(Sennheiser)’가 마이크와 스피커 등 녹음 혹은 재생 기기를, ‘타스캠(Tascam)’은 믹서와 컨버터 등 음향 편집 장비를 각각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L 마운트 시스템을 위한 방수·하우징·액세서리군도 마련된다. 광학 기기용 방수 장비를 선보여온 ‘노티캠(Nauticam)’이 L 마운트 연합에 가입한다. 카메라 케이스 부문 명가 ‘픽디자인(Peak Design)’도 가세했다.

2018년 하반기, 소니에 이어 캐논과 니콘이 35㎜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차례로 뛰어들었다. 3파전 양상이 벌어지며 35㎜ 미러리스 카메라 판매량이 35㎜ DSLR 카메라 판매량을 앞서는 이변(2018년 9월, BCN 조사 결과)도 일어났다. 이에 업계는 35㎜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L 마운트 연합은 35㎜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후발주자지만, 승부수를 걸어 단시간에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각오다. L 마운트가 내세운 승부수는 파나소닉의 영상 촬영 기술, 라이카의 인지도와 역사, 시그마의 렌즈 제작 기술이다. 여기에 영화, 드론, 수중 촬영과 조명 명가도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L 마운트 연합이 순항할 경우 소니·캐논·니콘의 3파전이 4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L 마운트 연합이 15% 내외 점유율을 확보한 캐논 혹은 니콘을 밀어내고 새로운 3파전을 만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L 마운트 연합에 대한 위험 요소도 있다. L 마운트 연합은 마운트 정보를 공개(오픈소스)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소니 E 마운트와 마이크로포서즈 연합이 시장 초기 마운트 정보를 공개, 제품군과 소비자를 단기간에 늘린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L 마운트 인증을 포함, 연합 활동을 주도하는 라이카는 고가·프리미엄 미러리스 카메라에만 집중한다고 밝혔다. 파나소닉 S1R과 S1 역시 고가 제품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 역사상, 성장기를 이끈 것은 항상 보급형 제품군이었다. 캐논과 니콘이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중저가 35㎜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인 L 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