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금이 세계 추세인 '데이터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신용정보법을 비롯한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을 촉구했다. 기존 금융권과 신용평가사(CB)는 물론 핀테크(Fintech, 금융+기술) 업체 역시 데이터 경제를 실현할 데이터 경제 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지지 중이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용정보법 공청회에서 축사 중인 최종구 금융위원장. / IT조선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용정보법 공청회에서 축사 중인 최종구 금융위원장. / IT조선
◇ 최종구 위원장 "데이터 경제 참여 마지막 기회"

최 위원장은 13일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데이터 기반 금융혁신을 위한 신용정보법 공청회'에서 "데이터 경제로 전환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추세로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거대경제권역은 이미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마치고 데이터 경제 전환에 적극 대응 중이다"라며 "신용정보법을 비롯한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은 더 늦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데이터 경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나 사업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3법은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이다.

김병욱 의원은 2018년 11월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11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가명 정보(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를 이용한 빅데이터 사업 활성화 ▲마이데이터(MyData) 사업 육성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 회사 도입 등이 골자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관리, 통제하는 것은 물론 이런 정보를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마이데이터를 이용하면 각종 기관과 기업 등에 분산된 개인 정보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업체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해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획일적이고 평균적인 금융상품은 사라지고, 개개인의 선호도, 위험 성향, 신용 상황 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라며 "기존 금융데이터 위주 신용평가로 인해 기존 제도권 금융이 포용하지 못했던 청년층, 주부 등 금융 이력이 부족했던 계층도 통신료 납부, 온라인 쇼핑, 디지털 행동 패턴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돼 더 낮은 금리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경제로 전환은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역할을 한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자,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회사 등 새로운 금융 분야 데이터 사업 플레이어(Player)의 출현은 창의적이며 전문성을 갖춘 청·장년층에게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당면한 급박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할 때다"라며 "데이터 경제로 전환이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면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용정보법 공청회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 IT조선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용정보법 공청회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 IT조선
◇ 신용정보법 개정 주장, 일부선 데이터 남용 우려도

공청회 참석자들은 EU가 개인정보보호법 격인 GDPR를 2018년 5월부터 시행하고, 일본 역시 2017년부터 개인정보 보호법에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해 빅데이터 분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미국 뉴욕 보험회사는 소셜미디어 등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보험료를 책정한다"며 "적절하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데이터 활용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현실 부정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한동환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 전무는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은 일반 국민과 금융소비자의 자산관리서비스 인식을 높인다"며 "KB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싱가포르와 미국에선 10년 전부터 오픈뱅킹이 시작됐고, 일본이나 EU에서는 2년 전 관련 법이 통과됐다"며 "법 통과에 1~2년이 차이 날 경우 산업 측면에선 10년이 느려지기 때문에 데이터 경제 활성화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은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 공청회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고학수 교수는 "데이터는 적극 활용하되 오남용이나 부족용을 최소화하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 지침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환 전무는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금융소비자의 보안 불안감을 해소하고 서비스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핀테크 기업뿐 아니라 기존 금융회사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수행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