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정보를 유통하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강화한 후 개인의 표현의 자유 위축과 사생활 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해외 인터넷 사이트 접속 차단 강화의 핵심은 단순히 음란물에 있는 게 아니라 ‘불법'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 / 위키피디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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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이 차단된 해외 인터넷 사이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단연 ‘음란물'을 유통하는 사이트다. 새로운 차단 기술이 적용된 12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분별한 음란물 규제를 멈춰라'에서부터 ‘성인이 성인물을 보는 게 왜 잘못인가' 등 제목으로 청원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중이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계없이 차단 대상의 기준은 명백한 불법 서비스다"라며 "성인물이 기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새로운 차단 기술로 걸러지는 사이트는 총 895곳이며, 이 중 776곳이 불법 도박 사이트다. 나머지 사이트 중 일부 성인 사이트도 포함돼 있다. 세계 최대 성인 영상물 유통 사이트인 ‘폰허브(pornhub)’가 대표적인 예다. 폰허브의 경우 2012년부터 차단 대상이었으나, 그동안 ‘https’ 보안 접속이라는 우회 경로로 이용이 가능했다.

차단 대상이 되는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결정하며, 법률적으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조치가 내려진다. 현행법상 노출 기준을 넘어선 영상은 물론, 아동 음란물이나 불법 촬영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웹하드 등에서 문제시 된 소위 ‘디지털 성범죄' 영상도 마찬가지다.

국내 웹하드 업체의 경우 사업자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서버를 해외에 둔 사이트의 경우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현실상 차단이라는 선행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실제로 방심위가 2018년 불법·유해 사이트라고 판단해 23만건쯤의 삭제·차단 결정을 내렸지만, 이 중 70%에 달하는 18만건쯤은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이트라는 이유로 조치 자체를 취할 수 없었다.

이번에 차단 대상에 포함된 폰허브는 외국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한글 제목으로 검색되는 영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폰허브는 검색창에 인기 검색어를 보여주는데, 접속지가 한국인 경우 ‘클럽', ‘버닝썬', ‘buring sun’ 등의 단어가 인기 검색어로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된 강남 클럽 관련 자극적인 유출 영상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남긴 자취다.

최근 폰허브에서 접속지가 한국일 경우 보여주는 추천 검색어. / IT조선DB
최근 폰허브에서 접속지가 한국일 경우 보여주는 추천 검색어. / IT조선DB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와 같이 엄연한 저작물을 무단으로 유통해 수익을 거두는 사이트도 차단 대상에 포함된다. 밤토끼는 2016년 10월 개설 후 2018년 말 폐쇄될 때까지 국내 웹툰 9만건쯤을 불법 유통했다. 매달 접속자 수만 해도 3500만명이 넘었다. 이들은 공짜로 웹툰을 보기 위해 밤토끼를 찾았지만, 정작 웹툰 작가가 가져가야 할 수익은 밤토끼 운영자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허욱 방통위원은 13일 전체회의에서 "불법 정보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고, 피해자들도 엄연히 존재한다"며 "불법 정보를 유통하는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그 뒤에 숨는 행위를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불법 정보를 담은 서버를 차단한다고 해도 그 중 합법적 콘텐츠도 있을 수 있어 이런 것까지 차단되지 않도록 잘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완전히 불법적인 내용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차단 방식을 우회하는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방통위도 기술적으로 차단을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방통위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통신 감청 등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것이라는 입장도 보였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100% 완벽한 차단법은 없지만, 적어도 사용자가 접속하려는 사이트가 법률상 불법으로 규정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캠페인 등을 통해 이 같은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