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가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집에 와이파이(Wi-Fi, 무선랜) 환경을 만들어주는 유무선 공유기를 한 대쯤 사용하는 시대다.

최근 이러한 유무선 공유기 시장의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이 ‘메시 와이파이(Mesh Wi-Fi)’ 또는 ‘무선 메시 네트워크(Wireless Mesh Network, WMN)’ 기술이다. 공유기의 와이파이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신호가 잘 터지지 않는 음영 지역을 해소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최근 유무선 공유기 시장에서 주목받는 ‘메시 와이파이’ 기술은 기존의 무선 확장기보다 좀 더 진보한 방식이다. / 넷기어 제공
최근 유무선 공유기 시장에서 주목받는 ‘메시 와이파이’ 기술은 기존의 무선 확장기보다 좀 더 진보한 방식이다. / 넷기어 제공
메시 와이파이 기술이 부각 되기 이전에도 무선랜 음영 지역을 없애고 범위를 넓혀주는 ‘와이파이 확장기(또는 증폭기, 익스텐더)’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됐다. 다만 최근 주목받는 메시 와이파이 기술은 기존 확장기 제품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자연스러운 연결의 유지와 편의성이다.

기존에 출시된 대부분의 확장기 제품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또 다른 공유기로서 메인 공유기의 무선 신호를 받아 다시 이를 중계하는 리피터(Repeater)로 작동한다. 이는 와이파이의 범위를 넓혀주는 효과를 제공하긴 하지만, 확장기 자체가 중간에서 신호를 중계하다 보니 메인 공유기에 직접 연결하는 것보다 전송속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확장기 자체가 고유의 네트워크 이름(SSID)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메인 공유기와 별도의 와이파이망을 구성하게 된다. 그 때문에 사용자는 위치에 따라 가장 가까운 무선망을 선택해서 연결해야 하며, 메인 공유기와 확장기 사이를 오갈 때는 잠시 인터넷 연결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

메시 와이파이는 일반 확장기를 사용한 방식과 비교해 메인 공유기와 확장 AP(억세스 포인트)가 하나의 네트워크 ID를 공유하고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것이 다르다. 하나의 메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모든 무선 장치들이 구조적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어 사용자의 위치 및 움직임에 따라 가장 가깝고 신호상태가 좋은 무선 AP가 자동으로 연결하는 ‘로밍(Roaming)’ 기능을 지원한다.

즉, 사용자가 매번 다른 네트워크 ID를 찾아 연결할 필요 없다. 또한 현재의 연결 정보가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무선 AP로 자동으로 인계되기 때문에 이동 중이나 장소 변경에도 와이파이 신호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인 인터넷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장시간 전화하면서 이동해도 통화가 끊기지 않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또한, 이러한 메시 와이파이망의 유지에는 일반적인 와이파이 신호와는 별개로 전용 무선 대역을 사용해 신호를 주고받게 된다. 즉 일반 무선 인터넷 대역과 AP 간 무선 대역이 독립되어있어 신호 중계로 인한 속도 저하 문제도 덜하다.

사실 메시 와이파이란 개념은 이미 개발된지는 매우 오래된 기술이다. 이미 엔터프라이즈 IT 환경에서는 일찌감치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들어서야 일반 가정용 공유기에서도 그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뿐이다.

메시 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하는 유무선 공유기 및 확장기 제품들.(왼쪽부터 에이수스 RT-AC86U, 링크시스 밸롭, 넷기어 EX7700) / 각 제조사 제공
메시 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하는 유무선 공유기 및 확장기 제품들.(왼쪽부터 에이수스 RT-AC86U, 링크시스 밸롭, 넷기어 EX7700) / 각 제조사 제공
물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일단 가격이 비싸다. 일반 공유기와 확장기(증폭기) 제품은 5만원대 이하 저가 제품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메시 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하는 유무선 공유기 및 확장기 제품은 좀 괜찮은 제품이 10만원대~2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이는 메시 와이파이가 일반 확장 방식보다 좀 더 복잡한 구조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만큼 공유기 및 확장기의 자체 성능이 어느 정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내 가정용 공유기 시장이 5만원대 전후의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구성된 것을 고려하면 각각 10만원이 훌쩍 넘는 공유기와 확장기를 2개 이상 선뜻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호환성’이다. 와이파이 표준을 준수하는 대다수 무선 공유기와 확장기들은 브랜드에 상관 없이 이론적으로는 서로 완벽하게 호환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브랜드에 따라 독자적인 기능을 추가하면서 서로 다른 브랜드 제품끼리는 100% 완벽한 호환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공유기와 확장기를 같은 회사 제품으로만 구성해야 최대한의 성능과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여전히 집안에서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다소 부담되는 가격이 걸림돌이 되겠지만, 기존 일반 확장기보다 속도도 빠르고 하나의 ID로 범위 내라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메시 와이파이 기술은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일반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