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을 매질(媒質)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체통신 기술의 국내 상용화가 임박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손목시계와 터치 태그로 사물정보를 통신하는 데 성공했다. 인체통신은 신체 접촉만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케어 서비스에 접목하면 노약자의 생활패턴을 손쉽게 분석하거나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글로벌 인체통신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지만, 한국이 본격적으로 가세함으로 삼파전 양상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TRI 연구진이 스마트워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하는 모습. /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스마트워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하는 모습. / ETRI 제공
◇ ETRI 인체통신 기술 연구 10년 넘게 매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인체통신 원천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사물을 접촉하는 순간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터치 케어(Touch care) 기술을 개발했다.

ETRI 연구진은 10년 이상 연구개발을 통해 인체를 매개로하는 인체통신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및 표준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인체통신을 이용하면 인체에 근접한 다양한 정보 단말기간에 정보를 인체를 통해서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터치 케어 기술은 향후 부모님이 정상적인 생활을 잘하고 계시는지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노인 돌봄 서비스’ 등에 적용된다.

향후에는 노인은 물론, 장애인, 고급차량 도난방지 스마트키, 캡슐 내시경 등에도 적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계 외에도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나 신발, 장갑, 벨트 등에도 적용해 피부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사용이 가능한 연구를 계획 중이다.

◇ 내 몸에 전류 흐르는 데 안전할까?

인체통신의 경우 사람의 몸이 데이터 전송로가 되는 만큼 일정량의 전류가 흐른다는 점에서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도 관심사다.

인체통신 기반 터치케어 기술의 데이터 수집 개념도. / ETRI 제공
인체통신 기반 터치케어 기술의 데이터 수집 개념도. / ETRI 제공
박형일 ETRI SoC설계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은 "건강검진할 때 체성분테스트할 때는 실제로 전류를 몸에 흘려보내는 방식이다"며 "하지만 인체통신은 전극이 하나만 있어 직접 신호를 흘리는 방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폰 무선주파수(RF)는 무선으로 멀리 보내려다보니 신호를 쎄게 쏘지만 인체통신은 그렇지 않다"며 "마이크로 암페어 단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 일본이 주도하는 해외 인체통신 기술

세계 인체통신 경쟁구도는 한·미·일 3강 구도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1990년대 부터 인체통신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1990년 중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Media Lab)의 지머맨(Zimmerman)이 인체를 매질로 해 9600bps의 속도로 통신하는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하고 이를 발표했다.

이후 IBM과 인텔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도 인체통신 연구를 해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 대학의 커트 패트리지(Kurt Patridge) 교수를 지원해 30kbps급의 디지털 통신을 구현하고, 인체 매질을 통해 인체내부 및 인체에 장착된 기기들에 전력을 전송하는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NASA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의 몸 곳곳에 위치한 센서들이 인체통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연구를 2002년 초부터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는 인체통신 기술을 민간기업이 주도한다.

소니에서는 1990년대 초 자사 캠코더와 비디오 레코더 사이의 정보전송을 인체를 통해 행하는 특허를 등록했다. 2002년 동경 대학교의 케이스케 하치스카(Keisuke Hachisuka)와 혼다 R&D의 아즈사 나카타(Azusa Nakata)는 10MHz의 전송 주파수를 사용해 심전도(ECG)파형을 전송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외 일본의 르네사스와 미쓰비시 등의 기업에서 인체통신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 응용 및 제품을 개발 중이다.

한국은 아직 ETRI만 인체통신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TRI는 인체통신 기술력 홍보를 위해 25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 전시해 기술홍보와 함께 글로벌 기업과의 사업화를 도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