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그램(Gram) 시리즈 노트북은 국내에서 초박형·초경량 노트북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 분야 대표주자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가벼운 무게만 강조했지만, 매년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이제는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오래 쓰는 노트북의 대명사처럼 됐습니다.

LG 그램 17. / 최용석 기자
LG 그램 17. / 최용석 기자
그런 그램 시리즈가 전에 없던 17인치급 제품을 선보여 연초부터 화제입니다. 초박형·초경량 노트북은 화면이 작은 제품밖에 없다는 편견을 과감히 깬 17인치 그램은 처음 존재가 드러났을 때부터 화제를 일으키며 2019년을 대표하는 노트북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LG 그램 17이 화제가 됐던 이유는 요즘 노트북 시장에서 보기 힘들어진 17인치급 대형 화면을 그것도 1㎏을 조금 넘는 초박형·초경량 울트라북에 탑재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기존 울트라북의 이동성에 17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LG 그램 17인치는 발표 당시부터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 최용석 기자
기존 울트라북의 이동성에 17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LG 그램 17인치는 발표 당시부터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 최용석 기자
이동성을 강조한 애플의 맥북 에어 시리즈의 등장 이후, 노트북 시장에서 덩치가 크고 무거웠던 17인치급 대형 노트북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동성을 신경 쓰지 않는 일부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분야에만 17인치급 제품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노트북이 데스크톱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노트북의 가장 큰 단점은 데스크톱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을 꼽습니다. PC의 화면 크기가 작을수록 한 번에 표시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적기 때문에 작업 효율은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작은 화면에 해상도만 높이면 가독성이 떨어지면서 쉽게 눈이 피로해지고, 이는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처리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디자인 자체는 기존 그램 시리즈와 큰 차이는 없다. / 최용석 기자
디자인 자체는 기존 그램 시리즈와 큰 차이는 없다. / 최용석 기자
그런 상황에 등장한 그램 17은 기존 울트라북의 이동성에 노트북 기준 최대 크기의 화면을 탑재, 이동성을 우선시하는 사용자와 대화면을 선호하는 사용자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제품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LG 그램 17의 외형은 지난해 나온 2018년형 그램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형에 커버 중앙에 ‘그램’ 로고를 영문 음각으로 새겨 멋을 낸 것이 전부입니다. 사실 LG 그램 시리즈 같은 초박형·초경량 노트북은 디자인을 크게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무게와 두께를 최대한 줄이면서 최소한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구성에 대한 입증은 일명 ‘밀리터리 스펙’으로 알려진 미국 국방성 신뢰성 테스트(MIL-STD; Military Standard) 7개 항목(충격, 인지, 고온, 저온, 진동, 염무, 저압)을 통과한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 노트북에서 보기 드문 17인치 대화면은 보자마자 감탄사부터 나온다. / 최용석 기자
요즘 노트북에서 보기 드문 17인치 대화면은 보자마자 감탄사부터 나온다. / 최용석 기자
2018년형 그램 시리즈는 지난 수년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로 디자인과 편의성, 내구성 등이 가장 조화가 잘 된 제품으로 꼽힙니다. 이번 그램 17은 시리즈 최초로 17인치 화면을 채택한 첫 모델인 만큼 기존에 검증된 디자인과 구조를 거의 그대로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형상으로는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커버를 열고 화면이 드러나면 그램 17의 진가가 바로 드러납니다. 기존 노트북의 좁고 답답한 작은 화면과 확실하게 비교되는 17인치(43.1㎝)의 대형 화면이 사용자를 반겨줍니다.

17인치 대형 화면 앞에서는 14인치 화면(왼쪽)도 작게 느껴질 정도다. / 최용석 기자
17인치 대형 화면 앞에서는 14인치 화면(왼쪽)도 작게 느껴질 정도다. / 최용석 기자
기자가 쓰고 있는 14인치 노트북의 화면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그램 17의 화면 크기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 차이를 보여줍니다. 일반 데스크톱 모니터와 달리, 노트북의 화면은 사용자의 눈과 더욱 가깝기 때문에 기존 노트북보다 2인치~3인치 이상 큰 17인치 화면은 체감상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17인치(43.1㎝)의 화면 크기는 일반 노트북 기준으로 최대급의 화면 크기다. / 최용석 기자
17인치(43.1㎝)의 화면 크기는 일반 노트북 기준으로 최대급의 화면 크기다. / 최용석 기자
커진 화면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화면 해상도 역시 풀HD(1920x1080)보다 한 수 위인 WQXGA(2560x1600) 해상도를 채택했습니다. 작업 영역이 더욱 넓어지면서 다수의 창을 동시에 열어도 그만큼 화면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해상도가 증가한 만큼 사진이나 이미지, 영상 등의 편집 작업도 더욱 편해졌습니다.

특히 화면 비율이 일반 16:9 비율보다 세로가 더 긴 16:10 비율을 채택한 것이 돋보입니다. 세로 화면 길이가 더 긴 만큼 인터넷 검색, 문서작업, 코딩 등 텍스트 중심의 작업에 더욱 유리합니다.

일반 16:9 화면보다 세로가 약간 긴 2560x1600 해상도와 16:10의 화면 비율을 지원한다. / 최용석 기자
일반 16:9 화면보다 세로가 약간 긴 2560x1600 해상도와 16:10의 화면 비율을 지원한다. / 최용석 기자
화면은 커졌지만, 테두리 베젤 폭은 최소화해 노트북의 전체적인 크기 증가를 억제했습니다. 그 때문에 화면 크기는 17인치이지만, 전체 크기는 기존 15.6인치 노트북보다 약간 더 큰 수준으로 일반적인 15인치급 노트북 가방에도 잘 들어갑니다.

큼직한 화면 크기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약 1.3㎏, 어댑터를 포함해도 1.5㎏를 넘지 않는다. / 최용석 기자
큼직한 화면 크기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약 1.3㎏, 어댑터를 포함해도 1.5㎏를 넘지 않는다. / 최용석 기자
덕분에 그램 17의 무게는 기존 2016년형 그램 15인치 모델과 비슷한 1.3㎏대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대다수 15.6인치 노트북의 무게가 평균 2㎏ 전후고, 그나마 있는 17인치 제품들이 2.5㎏~3㎏을 넘나드는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파격적인 무게입니다.

두께 또한 가장 두꺼운 노트북 안쪽 부위를 기준으로도 2㎝가 채 안 됩니다. 덕분에 청소년이나 노약자, 여성 사용자도 큰 부담 없이 쉽게 휴대할 수 있습니다.

두께도 가장 두꺼운 부분 기준으로 2㎝가 채 되지 않는다. / 최용석 기자
두께도 가장 두꺼운 부분 기준으로 2㎝가 채 되지 않는다. / 최용석 기자
하드웨어적으로도 기존 세대 모델과 비교해 좀 더 업그레이드됐습니다. CPU는 인텔의 가장 최신 ‘위스키레이크’ 기반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7세대와 비교해 늘어난 CPU 코어로 더욱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인텔 8세대 위스키레이크 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와이파이(Wi-Fi, 무선랜) 칩셋 최신 기가급 속도(최대 1.73Gbps)를 낼 수 있어 환경만 갖춰지면 더욱 쾌적한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성능 외에도 2018년 한 해 IT 업계 전반의 이슈로 떠오른 CPU 보안 이슈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기 때문에 좀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CPU는 인텔의 ‘위스키레이크’ 기반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 최용석 기자
CPU는 인텔의 ‘위스키레이크’ 기반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 최용석 기자
그 외는 특징으로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사용자가 추가로 용량을 증설할 수 있는 추가 DDR4 메모리 슬롯을 제공하고, 최대 2개의 NVME 고성능 M.2 SSD를 동시에 달 수 있어 울트라북답지 않은 저장공간 확장성을 자랑합니다.

또, 이전 2018년형 그램에서부터 화제가 됐던 동급 최대 수준의 72Wh 대용량 배터리는 절전모드로 사용 시 무려 20시간이 넘는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합니다. 화면이 17인치로 커지면서 기존 그램 14, 15 모델보다는 사용 시간이 짧아졌지만, 이 정도만 해도 기존 17인치급 노트북은 물론, 어지간한 울트라북보다 장시간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숫자 키패드까지 포함한 풀스펙 키보드와 지문센서 겸용 전원버튼(오른쪽). / 최용석 기자
숫자 키패드까지 포함한 풀스펙 키보드와 지문센서 겸용 전원버튼(오른쪽). / 최용석 기자
기존 그램 15와 같은 사양의 풀 스펙 키보드는 숫자 키패드도 포함되어 있어 문서 작업에 더욱 유리합니다. 밝기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LED 백라이트로 어두운 곳에서도 편하게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원 버튼과 일체화된 지문 인식 센서는 ‘윈도 헬로’를 지원해 번거로운 암호 입력 없이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간편하게 윈도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좌우 측면의 입출력 단자는 총 3개의 USB 3.0 단자와 1개의 일반 HDMI 출력과 더불어, 영상 출력이나 외장형 그래픽모듈 장착, 고속 충전 등을 지원하는 타입-C 썬더볼트 단자를 제공해 다방면으로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트북의 각종 설정을 마우스 클릭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LG 컨트롤 센터’의 모습. / 최용석 기자
노트북의 각종 설정을 마우스 클릭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LG 컨트롤 센터’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더욱 커진 화면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외장 GPU를 탑재하지 않아 자체적인 그래픽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썬더볼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외장형 그래픽 모듈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긴 하지만, 편의성 면에서 GPU가 내장된 것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램 17이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따끈따끈한 모델인 만큼, 향후 고성능은 아니어도 별도 GPU를 탑재한 모델의 출시를 기대해 봅니다.

우수한 이동성에 17인치의 넉넉한 화면만으로 LG 그램 17은 올해 나오는 노트북 중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 최용석 기자
우수한 이동성에 17인치의 넉넉한 화면만으로 LG 그램 17은 올해 나오는 노트북 중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 최용석 기자
17인치 대형 화면은 LG 그램 17 모델의 정체성이자, 그 자체만으로 다른 최신 노트북과 견줄 수 있는 이 제품 최고의 장점입니다. 요즘 노트북에서 보기 드문 압도적인 화면 크기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 울트라북의 이동성까지 겸비한 것만으로도 유수의 쟁쟁한 제품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제품으로 떠 오른 셈입니다.

기존 노트북 사용자의 아쉬운 부분을 해소하는 제품인 만큼 LG 그램 17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 최용석 기자
기존 노트북 사용자의 아쉬운 부분을 해소하는 제품인 만큼 LG 그램 17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 최용석 기자
이번 LG 그램 17은 ▲큰 화면을 선호하지만 가벼운 노트북을 찾는 경우 ▲기존 노트북의 화면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 ▲눈이 좋지 않거나 시력보호를 위해 큰 화면 노트북을 찾는 경우 ▲사진 및 영상 등을 촬영하고 현장에서 바로 편집 작업을 하려는 경우 ▲이동이 잦으면서 노트북으로 대부분의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라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노트북 사용자들의 가려웠던 부분을 모처럼 제대로 긁어주는 제품인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